•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파이낸셜투데이] 국정 운영 기조가 흔들린 이재명 정부 100일
 
2025-09-12 17:24:03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이를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견의 슬로건은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며 “이번 회견을 통해 향후 성장을 위한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갤럽이 이 대통령 취임 100일 직전에 실시한 조사(9월2~4일)에 따르면,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63%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무렵 직무 수행 긍정률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김영삼 전 대통령(83%), 문재인 전 대통령(7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28%)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 100일에 대해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새 정부의 100일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밝힌 국정 운영 기조와 부합하는 지가 핵심이다. 국정 운영 기조는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적인 방향성, 원칙, 가치관을 제시한다. 정부의 정체성 확립,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국민 소통에 깊이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천명하며 자신의 정부를 ‘국민 주권 정부’라고 명명했다.

국민 주권의 정신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원리에 기초한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통치권이 국민 전체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다. 그런데, 지난 100일 동안 이재명 정부가 보여준 인사와 사면, 그리고 각종 정책과 법안 등을 평가해 보면 이런 국정 운영 기조와는 전혀 딴판이다.

이재명 정부는 초기 내각 인사에 과기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청와대 미래 수석 등에 교수 출신보다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현장 전문가들을 주요 요직에 기용했다. 이는 “일하는 내각”을 구성하여 민생 회복과 경제 위기 극복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다른 인선에서 측근 편중, 불투명한 검증 과정, 도덕성 논란 등으로 인해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변호했던 인사들을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국가정보원 등 핵심 요직에 임명했다. 이는 인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특정 네트워크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민 주권’이 아닌 ‘밀실 권력’에 의한 것이다. 오죽하면 진보시민단체에서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지명 경위 비공개’, ‘인사 기준 미제시’, ‘검증 결과 불투명’의 ‘3무(無) 인사 시스템’의 전형이라고 비판했겠는가.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자녀 입시 비리로 복역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포함되었다. 국민 주권의 핵심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법치주의는 그 권력 행사를 통제하는 기본 원칙이다.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조국 사면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력화하고 공정과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국민 주권 정신에 위배된다.

이재명 정부는 방송3법을 의결했다. 정부 여당은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당은 정치권, 방송사 직원, 진보 변호사 단체와 학회 등 특정 진영에 유리한 인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한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모든 국민이지만, 특정 정치 진영이 방송의 의제 설정 기능과 보도 방향을 좌우하게 되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이 ‘국민 주권’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당 주권’을 강화할 수 있다. 국민 주권은 다양한 목소리와 견해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방송3법이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하면, 여론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 될 수 있어 국민 주권의 본래적 의미와 상충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7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다. 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의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맡고, 부패·선거·경제 등 주요 범죄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전담한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도 폐지되어 검찰은 모든 수사권을 잃게 된다. 정부 여당은 검찰개혁을 통해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해체하고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진정한 민주적 통제는 권력기관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을 넘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야당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된 민주당의 검찰 개혁안이 “검찰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장악’을 목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한편, 검찰청은 ‘헌법상 기관’이기 때문에 “검찰청 폐지는 그 자체로 위헌이다”는 법조계의 견해도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한다고 수사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고, 범죄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도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만 강조되고, 과도하게 확대 된 경찰 권한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수사 지연과 수사 공백,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 등으로 인한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는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부의 검찰 개혁안은 국민 주권 원칙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하튼 이재명 정부 100일 동안 핵심 국정 운영 기조가 크게 흔들리고 훼손되어 참으로 실망스럽다. 정부가 약속한 기조와 다르게 행동하면서 구호만 있고 정작 성과는 없는 ‘빈 수레’이기 때문이다. 통상 국정 운영 기조가 지켜지지 않고 훼손되면 정부는 실패하게 된다.

그 이유로 첫째, 국민 신뢰 상실이다. 정부가 약속한 가치와 다르게 행동하면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된다. 이는 ‘말로만 하는 정치’라는 비판으로 이어져, 정부의 정책 집행력이 약화된다.

둘째, 정책 혼선과 비효율이다. 일관된 방향성이 사라지면서 각 부처와 정책들이 따로 놀게 된다. 이로 인해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자원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

셋째, 정치적 리스크 증가다. 기조에 어긋나는 정책이나 인사는 필연적으로 ‘내로남불’ 논란이나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을 낳는다. 이는 야당의 공격 빌미가 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해친다.

넷째, 지지 기반 붕괴다. 정부의 지지자들은 정부가 내세운 가치를 믿고 지지한 것이다. 이 가치가 훼손되면 지지층이 이탈하고, 정부는 정치적 동력을 잃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 보다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는 야당 대표의 지적이 있었다. 덩달아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대통령과 회동에서 “취임 100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평가했다.

향후 이재명 대통령은 성공하는 정부의 길을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훼손된 국정 운영 기조를 복원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조라도 성과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 집행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일관된 인사 원칙도 중요하다. 국정 운영 기조에 부합하는 인물을 주요 직책에 임명하고, 개인적 인연이나 정치적 보은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필요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조와의 부합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그 이유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소통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단순히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어내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국정 운영 기조가 훼손될 수 있는 논란이 발생했을 때, 이를 회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사과하는 등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하튼 이재명 대통령은 지지율 60%대에 도취 되지 말고 취임 100일을 계기로 그동안 훼손된 국민 주권 정부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담대한 리더십을 펼쳐야 할 것이다.


 칼럼 원문은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621 [파이낸셜투데이] 국정 운영 기조가 흔들린 이재명 정부 100일 25-09-12
2620 [매일신문] 구호만 있고 성과는 없는 빈 수레 국정 운영 25-09-09
2619 [매일경제] 경제 살리기 행정부·입법부 따로 없다 25-09-09
2618 [시사저널] 국채 무서워 않는 이재명 정부, 국가의 지속 가능성 생각해야 25-09-08
2617 [문화일보] 법정을 쇼 무대 만들 ‘내란 재판’ 중계 25-09-08
2616 [한국경제] 중국 경제의 변화와 우리의 대응 25-09-08
2615 [아시아투데이] 北 장마당 환율 폭등 주목해야 25-09-05
2614 [한국경제] 자사주 의무소각, 경제적 자해 입법 25-09-01
2613 [파이낸셜투데이] 조국 사면과 하인리히 법칙 25-08-26
2612 [자유일보] 뭇매 맞은 자폭 광고 25-08-25
2611 [문화일보] 대북 정보 유입은 ‘편입 통일’ 출발점 25-08-20
2610 [한국경제] 정의의 가면 쓴 노란봉투법 25-08-20
2609 [이데일리] 70년 기업 뒤흔드는 상법 개정 후폭풍 25-08-18
2608 [매일신문] 정청래 대표의 왜곡된 인식이 가져 올 파국 25-08-11
2607 [파이낸셜투데이] 정청래식 초강성 정치의 위험성 25-08-08
2606 [문화일보] 한미정상회담 앞서 번지는 안보 불안 25-08-06
2605 [문화일보] 위헌성 크고 공영방송 망칠 ‘방송 3법’ 25-07-31
2604 [한국경제] 중국의 정치적 급변, 사실일까 25-07-31
2603 [세계일보] 위험한 실험 ‘집중투표 의무화’ 멈춰야 25-07-30
2602 [문화일보] 민주주의 본질 위협하는 與 대표 경선 25-07-2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