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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경영권 흔들 집중투표, 위헌성도 크다
 
2025-07-14 14:14:37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는 직무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법문이 너무 막연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이사는 결의 후 10년 내 언제든 그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이사의 생존 전략은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최선일 것이다.

 

아울러 이 개정법()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서 3%로 제한하는 이른바 합산 3%적용을 모든 감사위원 선임에까지 확대했다. 감사위원은 모두 이사이므로, 대주주 고유의 경영권인 이사선임권이 크게 훼손됐다.

 

이 법안이 공포되기도 전인데 또다시 더 센 상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 관련 내용은 빠졌고,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총의결권을 받고, 주주는 그 총의결권을 특정 후보 1명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이다. 대주주가 여러 명의 이사에게 자신의 지분을 나눠 투표할 때, 소액주주들은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 1인을 선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하고, 1인에게 총의결권을 몰아주면 그는 거의 확실하게 이사로 선임된다. 러시아·칠레·멕시코·중국 등의 나라에서나 의무화하고 있는 이상한 제도를 우리나라가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 상법의 대원칙인 의결권비례의 원칙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특정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기 때문이다.

 

합산 3%룰과 집중투표제를 실제로 적용해 보자. 감사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만 하고, 위원 수는 3인 이상이어야만 하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기업 수는 2024년 말 기준 206개이다. 이들 기업의 평균 이사 수는 7.5명이고, 이들 기업의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평균은 42.9%. 대주주가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외부 주주들이 모두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이사 7(이사 4+ 감사위원 3)을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는 23명이고, 외부 주주가 나머지 45명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외부 주주들에게는 단순 3%룰이 적용되나, 이를 피할 길이 있다. 한 회사의 지분 25.06%를 보유한 모 사모펀드(PE)가 특수목적법인(SPC) 6곳을 설립해 지분을 분배하고, 총회 감사 선임 안건에 18%의 의결권을 행사하려 했다. 이에 34.26%의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 측에서 황급히 감사선임안을 철회한 사례가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국내 A기업의 이사 수는 현재 10명이다. 대주주 측 지분은 20.07%이고, 외국계 지분은 20.7%. 이 회사에 적용해 보면 내부에서 4석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고, 6석은 외국계 주주들이 차지할 수 있다.

이사들은 군대로 말하면 장군들이다. 장군 자리를, 이렇게 나눠먹기식으로, 반수 이상을 누군지 모를 외부인 또는 외국인을 뽑아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나? 국회는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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