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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중국 고위 공직자의 집체학습
 
2025-07-03 10:28:39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직자의 수준이 국가의 빈부 격차를 좌우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중국은 유연하게 대응하며 잘 버티고 있습니다. 중국이 국가적 위기나 외부 압박에 대응하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갖춘 것은 '집체학습'을 통해 습득한 글로벌 시각과 대응 전략을 준비한 덕분입니다.

 

중국이 개혁 개방을 결정하고 현재의 중국을 있게 한 배경에는 중국 지도부의 부단히 공부하는 분위기와 집체교육과 토론 문화가 있습니다. 덩샤오핑은 14세 때 프랑스로 유학하여 스스로 노동하며 자본주의의 생산과 분배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후 소련에서 사회주의를 직접 체험한 것이 그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실용주의적 통치 철학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마오쩌둥은 젊은 시절부터 평생 독서와 학습에 열정적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그는 군중 속에서 학습하는 '공부하는 리더'로 중국공산당의 집체학습 및 교육 전통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정치국원 집체학습(集體學習)

 

집체학습은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전 구성원이 대개 40일 주기로 모여 진행하는 내부 학습 활동으로 중난하이 화이런탕(懷仁堂)에서 열려 '중남해학당(中南海學堂)'이라고도 불립니다.

 

교육 진행은 전문가를 초청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국제, 과학기술, AI, 빅데이터, 양자 기술, 4차산업, 법률, 반부패, 국가전략 등 다양합니다. 지난 4월까지 제20기 중앙정치국은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문화 강국 건설 등 30여 개의 주제를 포함하여 총 20회의 집체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적 집체학습의 원조는 덩샤오핑의 오른팔이던 당 총서기 자오쯔양 때부터입니다. 그는 자본주의에 관한 공부를 위해 198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중국으로 초청해 자본주의 공부를 했고, 장쩌민은 1993년에도 재차 프리드먼을 초청했습니다. 후진타오는 200216차 당대회 이후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 프로그램을 당교(黨校)에 만들어 상설화했습니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는 집체학습을 총지휘하는 사령부라고 할 만합니다. 중앙당교는 중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합니다. 한때 마오쩌둥이 교장을 맡기도 했으며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비문을 남겼습니다. 후진타오와 시진핑도 중앙당교 교장을 역임했습니다.

 

교육이 국가의 빈부 격차를 좌우한다

 

중국 공무원은 엄청난 규모의 지역과 인구를 관장하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들이 문제를 밝혀내고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업무 능력과 리더십 능력이 뛰어난 것은, 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공직 운영 시스템과 집체 학습과 토론 문화가 촘촘하고 치밀한 덕입니다.

 

국가 간의 경제적 격차는 자원의 불균형, 역사와 전통, 기술과 혁신 그리고 무역의 차이, 기후와 지정학적 위치, 인프라 및 교육 수준의 차이, 정치적인 불안정 등 다양하게 많지만, 공직자의 지적 수준과 교육은 국가 경쟁력에 직접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교육시스템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한국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하던 시기에는 공직자들의 공부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대개의 국가는 공직자의 지력과 교육이 국가의 빈부를 결정합니다.

 

한중(韓中)의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수준일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중국이 우리보다 10배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1인당 GDP는 여전히 우리가 높지만, 갈수록 격차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부 안 하는 한국 공직자

 

한국의 요즘 공직자들은 공부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주업인 교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에 제정되고 있는 법안을 살펴보면, 제대로 연구하고 토론 후 법을 만들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사례가 한둘이 아닙니다.

 

경제나 기업을 살린다는 법은 오히려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거나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막는 법이 적지 않습니다. 농민을 위한다는 법도 농촌의 경쟁력을 막고 국가 부채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입법권을 가진 공직자가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나 법이 미칠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공부나 토론하지 않고 당리당략이나 헛된 정쟁(政爭)만 일삼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는 우리는 중국의 집체학습을 뛰어넘는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중국을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달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튼튼한 이념적 바탕 위에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중국에 뒤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와 첨예하게 경쟁하는 중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중국 정치와 경제적 실체에 대해 공부하는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중(反中) 정서와 중국의 몰락이 가까워졌다는 가짜 뉴스가 넘쳐납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치명적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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