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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민심의 ‘소리 없는 이반’ 걱정된다
 
2025-06-26 18:14:32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상 집권 초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한국갤럽 6월 둘째 주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5년 직무 수행 전망에 대해 70%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이 49.4%였음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국민이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5년 단임제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던 민심 이반의 법칙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난 정권들이 기대실망좌절분노이반이라는 다섯 단계를 거치면서 몰락하지 않았던가. 그 과정에서 인사 참사, 오만과 불통, 정책 실패, 내로남불, 측근 비리 등이 민심 이반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어 국민의 기대 상승을 가져왔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정책 실패가 몰고 온 고용 감소와 아파트 값 폭등의 폐해로 좌절하고 분노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면서 결국 5년 만에 야당에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역대 모든 정부가 집권 초기에 인사 실패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정실·보은·회전문·코드 인사 등 자기 사람 챙기기 인사와 비선 인사 개입 의혹 논란으로 휘청거렸다.

 

이재명 정부도 인사 실패의 전철을 밟고 있다. 공직 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차명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이 제기돼 임명된 지 닷새 만에 사퇴했다. 김민석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는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재산 증식, 가족 특혜, 학위 취득 과정의 의혹 등에 휩싸였다. 윤석열 정부의 한덕수 초대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총 1090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았다며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자료 미제출 시 징역 3년에 처하는 법안도 발의했었다.

 

이랬던 민주당이 자료 제출에 비협조인 김 후보자 검증을 위한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깜깜이 청문회를 만들었다. 더구나, 민주당은 김 후보자 의혹을 검증하는 야당 청문 위원을 검증하겠다고 겁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자가당착이고 후안무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과 오찬 자리에서 본인은 털면 안 나올 것 같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정치엔 도덕이 필요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던 대통령의 발언이다.

 

하지만 정치인의 도덕성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안정과 발전, 그리고 민주주의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결국, 국가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도덕성이 없는 인사가 나라의 중책을 맡을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국민의 반응은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과 실망이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날 경우, 국민은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궁극적으로 민심은 이반 된다. 지난 2019년 가족 관련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 비리 논란으로 취임 35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난 조국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조국 사태로 인해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20%대로 급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김민석 후보자는 조국과 판박이다.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조국 사태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국가 위기 상황인 만큼 국민은 새 정부가 나라를 안정적인 궤도로 끌어올려 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안이한 인식, 민주당의 내로남불, 버티면 어차피 임명될 것이라는 김민석 후보자의 오만한 태도 등으로 민심은 소리 없이 이반 되고 있다. 국민추천제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이재명 정부는 초기 내각의 상당수를 민주당 의원들과 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채웠다. 과연 이들이 각계각층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숨은 인재들인가? 국민의 눈에는 대선 후 논공행상식으로 전리품을 나눠 먹는 인사로 비친다. 이들이 시위소찬(尸位素餐)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 인사 하나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주장하는 국민주권정부의 문을 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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