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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민주당式 대법관 증원의 3大 위험성
 
2025-06-11 14:35:13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AI·미디어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대법관 수를 현재 14인에서 30인으로 대폭 증원하고 현 정부에서 모두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법조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차제에 대법관 증원 문제를 논의할 때에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선, 국가 조직과 구성에 있어 사법부 간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현행 헌법 제111조 제2항에서는 헌법재판관은 9인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관은 헌법이 아닌 법률’(법원조직법)에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권위주의 정권에서조차 한 번도 대폭적인 증원은 명시적으로 시도된 바 없다. 이는 사법부()의 안정성과 조화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이를 대폭 변경하려면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법관을 증원하는 문제는 실제 사법부 운영에 있어 효율성·독립성·공정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법관을 대폭 한꺼번에 증원하게 되면 사건 처리의 신속성·효율성을 제고(提高)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강화하고 분권화할 수 있으며, 특정 소수의 가치가 사법 판단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대법원의 일관성과 무게감이 약해진다. 대법관의 수가 늘어나면 의견이 분산돼 판결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또한, 대법관 수의 증가는 상고심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이어져서 하급심을 경시하게 된다.

 

둘째, 법원 조직의 비대화 및 비효율이 초래된다. 대법원의 인력을 대규모로 증원한다고 해서 사건의 과다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비대한 대법원 조직은 오히려 비용의 증가와 혼선만 가중할 위험성이 크다.

 

셋째,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원된 대법관의 인선 과정에서 대법관들이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임명될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대법관 수가 매우 한정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를 잘 헤아려야 한다. 법률과 법조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경우 개국 이래 줄곧 9인의 대법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캐나다(9)와 호주(7) 및 영국(12)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사건 선별심(選別審) 제도를 통해 소수의 대법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베네수엘라는 대법관 수를 20인에서 32인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정치적 성향에 부합하는 대법관들을 집중적으로 임명하는 이른바 코드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후 사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와 언론인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화되는 도화선이 됐다.


대법관 증원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 체계 전반의 운영 원칙과 가치 그리고 정치적 현실, 해외 사례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매우 복합적인 문제다. 법과 제도는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길을 내는 것이다. 기존의 법제를 대폭 바꾸려면,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이 숙의민주주의를 달성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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