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한국경제] 중국 고급식당, 줄줄이 폐업…심상치 않은 음식점의 몰락
 
2025-06-11 12:57:34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특별고문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民以食爲天)’라고 할 만큼 먹는 것을 중시합니다. 그 사람의 식사 자리를 보면 그의 인품과 철학 그리고 현재의 지위 심지어 미래까지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중요한 비즈니스 논의는 고급 식당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급 음식점은 단순히 식사를 위한 공간을 넘어 사업 동반자, 중요한 고객, 정부 관계자 등을 접대할 때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과시하는 공간으로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처럼 중국에서 고급 식당은 비즈니스 신뢰 구축, 체면 중시, 중요한 약속의 상징, 프라이버시 보장 등 다양한 이유로 중요한 비즈니스의 공식 무대로 개방 이후 경제발전과 더불어 호황을 구가했습니다. 유명 음식점 방은 상당한 관계(關係)가 없으면 예약조차 쉽지 않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최근 몇 주간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고급 음식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고급 식당의 절반 정도가 폐업했다는 말이 사실로 여겨집니다.

 

중국 고급 식당은 중국 경제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입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고급 음식점 산업도 동반 성장했습니다. 최근 고급 식당의 줄폐업과 가격 인하 열풍은 부동산 침체, 소비심리 위축, 중산층의 위기, 구조적 침체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공급과잉과 가격 인하

 

중국의 고급 음식점이 대규모 도산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입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외식을 줄이고, 특히 고급 레스토랑 방문 빈도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중국 고급 음식점은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 고정비 부담이 매우 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또 최근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라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미슐랭 스타 고급 식당은 물론 유명 가맹점, 전통 브랜드 식당까지 폐업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내려도 죽고, 내리지 않으면 죽는' 모순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 대도시의 공항을 가보면 코로나 이전 넘쳐나던 외국인의 모습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고급 레스토랑의 성수기 매출을 사라지게 만들어 수익성 악화를 부른 주요한 요인의 하나입니다.

 

중국이 코로나19를 겪는 과정에서 대도시의 강력한 봉쇄 정책은 국제 사회에 전체주의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고 외자기업의 대규모 철수, 반간첩법의 시행, 광범위한 안면 인식 데이터 수집 등 다양한 이유로 외국인은 중국 방문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한 갑작스러운 보편 관세와 상호 관세 부과는 중국과의 비즈니스 장래가 밝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줘 중국 방문이 연기되거나 보류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급 식당 몰락, 구조적 경제 문제의 결과

 

중국 공무원들의 고급 식당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사전에 승인받아야 합니다고급 음식점의 퇴출에는 공무원들의 음식점 출입을 통제하는 정책이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기업들도 성장률이 떨어져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회사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범위와 한도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식당 매출을 올리는데 큰 몫을 차지했던 마오타이 같은 고급주류 등은 이제 음식점에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공무원들이 동석한 식사 자리에서 고급 음식이나 음주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고급 음식이 나오면 음식을 먹기 전에 핸드폰으로 찍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자랑하는데, 중국에서 핸드폰으로 식사하는 것을 찍는 것은 금기입니다. 중국인들은 어쩌다 찍힌 한 장의 사진으로 어떤 곤욕을 치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지방 정부나 국영기업 등을 방문해 보면 사내 식당의 일부를 개조해 방문하는 외부 인사들을 위해 특별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음식 메뉴도 소박하고 비싸지 않은 음식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식탁에 술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경기 침체로 일반 대중들은 가성비가 좋은 저렴한 식당을 선호하게 되면서 상당수의 고급 식당은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린 서민용 중저가 식당으로 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중국 사회 변화와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급 식당의 몰락은 단순한 외식업계의 위기가 아니라, 경제적 불황으로 인한 소비 부진, 소득 양극화, 중산층의 위축, 청년 실업 등 구조적 문제의 결과입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고물가와 경기 불황, 소비 심리 위축 등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중국의 고급 음식점의 퇴출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칼럼 원문은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577 [파이낸셜투데이] 폐족이 된 국민의힘이 가야 할 길 25-06-12
2576 [문화일보] 민주당式 대법관 증원의 3大 위험성 25-06-11
2575 [한국경제] 중국 고급식당, 줄줄이 폐업…심상치 않은 음식점의 몰락 25-06-11
2574 [문화일보] 자유민주주의, 유지냐 변경이냐 25-06-02
2573 [중앙일보] 청년 위한 새로운 노동 생태계 만들어야 25-06-02
2572 [중앙일보] 인턴십 확대, 맞춤형 직업훈련, 실무 교육 잘 맞물려야 25-06-02
2571 [문화일보] 유엔총회 첫 北인권 논의와 한국 책무 25-05-28
2570 [문화일보] 개헌 로드맵 합의 없으면 말장난일 뿐 25-05-22
2569 [파이낸셜투데이] 후보단일화는 ‘이재명 압승론’을 견제할 수 있나? 25-05-22
2568 [매일신문] '김문수-이준석 공동 정부 프레임'의 위력 25-05-19
2567 [문화일보] 한일 수교 60년과 ‘경제공동체’ 기대 25-05-16
2566 [파이낸셜투데이] 후보 단일화 늪에 빠진 국민의힘 25-05-09
2565 [중앙일보] 혼인 증가세를 올해도 높게 유지하려면 25-05-08
2564 [매경이코노미스트] 세대상생을 위한 정책선거를 바란다 25-05-07
2563 [중앙일보] 누가 대통령 되든 노동개혁은 멈추면 안 된다 25-04-30
2562 [문화일보] 이재명 후보가 답해야 할 4가지 의문 25-04-29
2561 [시사저널] ‘군 모병제’ ‘주 4.5일 근무’ ‘전 국민 25만원’… 넘치는 포퓰리즘 공약.. 25-04-28
2560 [한국경제] 미국의 중국 견제, 성공하기 어렵다 25-04-25
2559 [서울경제] 민주당의 상법 개정 재추진 유감 25-04-24
2558 [한국경제] 주주행동주의의 두 얼굴 25-04-24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