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닷새 남았다. ‘깜깜이’ 기간으로 불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3자 대결 구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40%대 후반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이 지난 5개월간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종합·분석해 지난 24일 기준 ‘전체 추정 지지율’을 뽑은 결과, 이재명 후보 하락 폭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상승 폭이 더 높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실제로 폴리뉴스·한길리서치가 깜깜이 기간 직전에 실시한 조사(5월 27일)에서 김 후보(40.7%)가 이 후보(45.8%)에게 5.1%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조사(5월 22∼23일)에 따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 김 후보(47.2%)가 오히려 이 후보(33.4%)에게 크게 앞섰다.
지난 2022년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선거 일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37.9%였다. 이들 부동층의 향배가 결정적 변수였다. 진보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과 이인제 두 보수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 1997년 대선 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28.4%였다. 이들의 후보 지지를 살펴보면 이회창 42.9%, 김대중 27.4%, 이인제 21.9%였다. 지지 후보를 교체한 적이 ‘있다’는 비율도 48.7%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보수가 분열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상당한 ‘샤이 보수층’이 있었고, 선거 막판 상황에 따라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번 대선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이 ‘괴물 독재 국가 출현’을 막기 위해 ‘투표를 통한 전략적 단일화’를 만들어낼지, 어느 후보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진정성을 가졌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직접 국정에 참여해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표할 사람을 선출해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기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한다.
대선에서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개인의 가치관, 사회·경제적 배경,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분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명제에는 대전제가 있다. ‘책임지는 유권자’가 있어야 한다. 단순한 투표권 행사를 넘어, 자신의 투표가 가져올 사회적·국가적 영향력을 인지하고 숙고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유권자 말이다. 이는 개인의 이익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며,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 의식을 포함한다.
‘내 마음에 드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던진 한 표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정보나 소문에 의존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출처를 통해 후보와 정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평가해야 한다. 후보의 공약이나 주장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공약의) △실현 가능성 △재원 조달 방안 △예상되는 긍정적·부정적 효과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이나 인기 영합적인 정책보다는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과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는 투표 전날 ‘어메이징 그레이스’ 음악을 배경으로 ‘노무현의 편지’라는 동영상을 방영했다. 이 동영상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고, 2.3%포인트 차이 승리에 큰 힘이 됐다. 핵심 내용은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셨다면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살아가야 할 세상을 그려 보세요’라는 호소였다.
이번 대선은 자유와 시장에 기반한 민주주의 체제 유지(김문수)냐, 기본사회에 근거한 준사회주의 체제로의 전환(이재명)이냐를 결정짓는 중대한 선거다. 깨어 있고 책임지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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