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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개헌 로드맵 합의 없으면 말장난일 뿐
 
2025-05-22 11:12:23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AI·미디어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이유에서 헌법 개정(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헌법이 시대 변화에 뒤처졌다는 인식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된 이후 38년 동안 계속 유지되고 있다. 9차 개헌 당시에는 민주화 요구에 부응해서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개헌 논의가 어려웠다. 그 후 40년 가까이 국제화·정보화가 진행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헌법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제와 입법부의 독주를 견제할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커졌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반대로 야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해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위헌적인 입법안을 통과시키는 경우에도 헌법이 이를 저지하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 더욱이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책임정치 구현이 어렵고, 정권 말기에는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국무총리 또는 국회가 적정하게 권력을 분점하고 상호 견제하는 분권형 권력구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 자율성을 제고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도 있다. 헌법에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권한을 명확히 보장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실질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헌해야 한다. 헌법은 기본권과 권력구조에 관한 국가의 최고 근본 규범이므로 개헌 논의에서도 이 두 분야가 핵심축이다. 먼저 기본권 분야에서는 디지털 권리, 안전권 등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기본권 목록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권력구조 분야에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한편, 거대 야당이 출현하는 경우 두 권력 간의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헌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도록 국가의 운영 원칙을 새로 정립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개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개헌안이 마련돼 있고, 현재 국회의장 직속으로 개헌자문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나아가 국민의 절대다수가 개헌에 대한 정당성과 필요성에도 공감하기 때문에 개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문제는, 차기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다. 다행히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 모두 개헌에 총론적으로 동의했고,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공약했다.

 

하지만 개헌을 공약만 하는 것은 경험상 무의미하고, 여야 유력 후보들 간의 공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지난 정부의 대통령들은 대선 전에는 거의 모두가 개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식언(食言)했다. 집권 초기에는 논의를 피하다가 권력 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말기에 정국 돌파용으로 이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개헌은 차기 권력을 향한 미래 지향적 의미가 큰 만큼 피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일방적인 공약보다는 여야 간에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와 로드맵애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명백히 약조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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