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관세정책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발 관세폭풍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뤄온 기존 자유무역의 원칙 자체를 뿌리부터 흔드는 극단적인 조치로 보인다. 이 시점에 한국에 절실한 것은 전략적 대응이다. 통상 마찰 해소를 넘어 한·미의 산업적 시너지 창출과 공급망 강화라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찾아온 관세전쟁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생활 향상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유무역에 기반한 수출주도형전략은 수입대체전략 을 채택한 국가들보다 훨씬 빠른 경제발전을 이뤄내게 했다. 한국이 그 대표적 사례다. 시장경제를 부정한 사회주의 체제는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패배했다. 이 역사적 사실은 자유무역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이 같은 교훈을 잊은 조치로 보인다. 이번 미국의 관세정책은 1922년 제정된 ‘포드니-매컴버 관세법’을 떠올리게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유럽산 제품에 평균 38.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수입 억제에 나섰다. 이에 대응해 유럽 국가들도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는 이른바 관세전쟁에 휘말렸다.
이후 1929년 대공황이 미국을 강타하자 미국은 또다시 관세를 인상했다. 바로 1930년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해 평균 관세율을 6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보복 조치는 국제 무역을 급속히 위축시켰고, 대공황은 순식간에 세계적 경제 위기로 확산됐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전 세계는 전후 국제 무역질서의 회복을 위해 관세 인하와 무역 장벽 철폐를 핵심 목표로 하는 GATT 체제를 수립하게 된다. GATT 체제 아래에서 세계는 다시금 자유무역을 통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보호무역주의가 초래한 글로벌 침체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은 다시 관세전쟁의 서막을 여는 듯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우려
트럼프발 관세정책은 글로벌 경제 질서 전환의 신호탄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닌,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에서 출발한다.
2024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9184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2014년의 4840억 달러와 비교할 때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그간 적자 해소의 뚜렷한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국가별로 보면 2024년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263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어 멕시코(1790억 달러), 베트남(1220억7000만 달러) 순으로 적자가 발생했다. 한국 역시 554억8000만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미국 입장에서는 8번째로 큰 적자국이다.
멕시코와 베트남의 무역흑자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당수 제품은 현지 자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한 것이다. 즉 글로벌 공급망 을 통해 미국으로 역수출되는 구조다. 트럼프는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고,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소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써 개발도상국에 대한 배려로 운영되던 일반특혜관세제도(GSP)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정책이 과거와 같은 국제경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85년 미국이 ‘플라자 합의’를 이끌며 세계 경제를 주도했을 당시 미국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7.5%, 무역 비중은 15.3%였다. 그러나 2023년 그 비중은 각각 23.6%와 11.3%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1985년 2.3%, 1.4%에서 2023년 18.4%, 10.8%로 급증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 경제가 자국을 앞지를지 모른다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관세정책은 단순한 무역수지 조정을 넘어,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대응 카드로 봐야 한다.
◇새로운 자유무역
미국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국가와 기업 모두가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복합적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미국 수출 비중이 매우 크다. 대미 무역수지는 꾸준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2018년 45억5000만 달러였던 흑자는 2024년 554억8000만 달러로 폭증했다.
관세폭풍 앞에서 기업은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내에 직접 투자해 현지에서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시장 접근성까지 고려한 경영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첨단제조업은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과 같은 일반적인 관세 부과 상황에서도, 현지 생산기업이 아니라도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수출을 줄이기보다 수입을 확대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자원 수입을 늘리거나, 방위비 분담금 재조정을 통한 무역 균형 도모 등 전략도 고려될 수 있다. 한국이 보유한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며 원자력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협업 모델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통상 마찰 해소를 넘어 양국 간 산업적 시너지 창출과 공급망 강화라는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자유무역의 후퇴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변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자유무역’의 한 형태로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불안정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미·중 경제패권 경쟁은 단순히 자유무역에만 의존할 수 없게 만드는 형국이다.
◇전략적 대응
트럼프발 미국의 관세전쟁을 단기적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보호무역이 아니라, 전략적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경제안보 정책으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도적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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