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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왜 북한 정보화인가?
 
2025-03-21 09:21:36
◆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기고한 칼럼입니다

지난달 13일 북한은 중국에서 출발하는 서방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나진선봉지역의 관광을 재개했다. 물론 이번 관광에도 한국인과 미국인은 제외됐다. 그러나 관광 개시 3주 만에 지난 5일 갑자기 중단됐다. 관광 중단 사실은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와 '영파이오니어투어'의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 측 파트너로부터 나진선봉 지역의 관광이 일시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중단 이유나 재개 시점 등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구체적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고 한다.

이번 나선지역의 관광재개는 코로나19 대유행 계기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5년 만에 서방관광객을 받아들인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물론 2023년 평양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러시아에만 제한적으로 관광을 허용했다. 2023년 이후 북-러의 밀착을 과시하려는 의도적 관광 허용 조치였다.

그러나 북한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돌연 관광을 중단했다. 그 배경이 여러 가지로 추측된다. 우선 표면적 이유다. 바로 나선지역 관광객들이 언론 인터뷰와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안내자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북한의 과도한 통제, 낡고 허름한 관광 인프라, 열악한 북한의 생활 실상 등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이런 부정적 평가와 비판적 시각은 북한 관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관광으로 외화벌이를 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당장 시정·교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사실 김정은 집권 이후 관광개발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관광은 유엔의 대북경제제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을 잘만 개발하면 손쉬운 외화벌이 수단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에서 최근 김정은은 강원도 원산 갈마지구, 양강도 삼지연 지구 등을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이 지역을 관광지구로 준비하면서 "황홀하고 아름다운 인민 관광지로의 전변", "세계적 수준의 획기적 관광산업 발전"을 강조해 왔다. 또한 김정은은 현장 방문을 통해 자신감도 보여 왔고, 2025년 핵심 경제사업 중 하나로 외국인 관광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선지역 관광 실태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비판적 시각이 서방에 공개된 것은 북한 관광사업에 장애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특히 4월 31회 평양국제마라톤 대회와 10년 가까이 준비한 6월 갈마해안지구 개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런 목전의 일정을 감안ㅌ한다면 북한은 부정적 평가와 비판적 시각의 충격을 시정·교정해야 한다. 그래야 원산 갈마해안지구 등 여타 지역의 관광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 이유보다 북한은 외부정보 유입의 후폭풍을 더 염려하고 있다. 북한은 전체주의 독재체제로 외부정보 유입을 엄격히 통제·차단하는 닫힌 사회(closed society)다. 정보유입의 통제·차단의 목적은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영구히 유지하려는 의도다. 즉 외부 정보유입으로 사상통제와 문화통제의 구조에 허점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과 같은 소위 3대 악법을 제정했다. 3대 악법의 표적은 한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바로 이 법들은 북한이 한류 유입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증좌들이며, 한류가 사상 및 문화 통제의 벽을 허물고 있다는 방증들이다. 또한 북한은 통제·차단의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인민반조직운영법(2023)'도 제정했다. 이 법은 인민반장이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악법으로 '김정은 판 5호 담당제'의 부활로 평가된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10월 1만1000여 명 규모의 병력을 러시아로 파견한 후 올해 1∼2월 러시아에 2차로 1500여 명의 병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3월 3500여 명 규모로 3차 파병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아직도 러시아 파병사실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적이 없고, 북한주민들은 파병 사실을 귀동냥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관광객 확대는 파병 사실과 군인들의 사상자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장의 상황이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건 체제 위협의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즉 북한군 전사자는 400여 명, 부상자는 3600여 명, 포로 2명이 한국행 희망 등 객관적 숫자가 알려지면 아래로부터 사회동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를 김정은은 경계한다. 최근 나선지구 관광객의 방문 후기에는 러시아 파병 사실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명분 없는 전장에 참전해 '폭탄 밥'이 된 가족들의 울분의 파장을 심각하게 보고 있고, 북한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평가·대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북한체제의 폐쇄적 현실은 극단적 정보유입 통제 때문이다. 이런 정보통제의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북한 정보화다. 북한 정보화는 북한주민의 귀를 밝혀 판단의 지평을 넓혀 주는 정신적 지원(spirit assistance)의 기능을 하고, 종국에는 자유통일의 토대로서 기능하게 된다. 또한 정보화는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행 결심을 도운 동력이었다. 물론 이들의 한국 정착은 헌법적 책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정보화는 필요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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