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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s POST] 21세기 국민연금 개혁의 쟁점과 과제 1)
 
2024-11-08 09:57:38
◆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겸 국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I. 서론 

 

21대 국회의 연금개혁이 무산되면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기준으로 정부는 연금개혁에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윤석열정부가 공적연금을 4대 개혁과제(교육, 노동, 연금, 의료)로 한 이후 국회중심의 국민연금개혁은 논의 수준에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제5차 재정재계산위원회가 24개안, 21대 국회의 국민연금개혁위원회가 4개안,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2개의 선다형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안들은 1안으로 소득보장율을 높이는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5%와  2안으로 재정안정을 강화하는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은 13%로 하는 안을 냈다. 이를 기초로 21대 국회는 여야 모두 보험료율은 13%로 하고, 소득대체율은 여당은 43%, 야당은 45%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어떤 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러한 모수 개혁(사실상은 개혁이 아니라 조정이다)으로는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은 불가능하고 세대간 지속적 갈등과 때마다 선거판의 선심성 아젠다로 이어질 수 밖애 없다고 본다.

 

1988년 도입지 40년이 가까워 오는 국민연금제도의 환경이 급변해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연금의 성격을 앞으로는 하나의 노후복지제도일 뿐 아니라 노동정책이고, 금융상품이고 보험상품으로 규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가입대상자와 수급자들이 전국민적으로 확대되면서 노동 유인을 크게 변화시킴으로서 거시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노동을 하는 기간에 보험료를 납부하여 노동을 하지 않는 퇴직기간에 연금급여를 받게 된다. 노동에 대한 투입이 많으면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 그리고 다른 복지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다. 효율적 노동시장은 복지 수요를 줄인다는 점에서 노동이 복지가 된다. 국민들은 국민연금 보험료의 납입에 따른 수익이 더 높기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유인이 증가하였다. 따라서 국민들에게는 최고의 금융상품이다. 가입자들의 고용 리스크, 노후 리스크가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라는 하나의 제도 하에서 위험을 공유(pooling)한다. 같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오래 살면 총액으로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된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보험상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II. 국민연금 현황과 정부의 개혁안

 

국민연금개혁에 고려할 주요 현황 변수는 다음과 같다. 5차 재정재계산에 따르면 2040년 연금기금은 1,778조원이 되면서 이듬 해인 2041년에 연금수지가 적자가 되고 2055년에 연금기금이 고갈된다. 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수급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은 2093년 최고 29.8%가 된다. 2023년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가입대상 인구의 73.9%로 223,8만명이 가입해 있고, 기금 규모는 1,036조원으로 1988년 이후 누적수익율은 연 평균 5.92%이다. 

 

2024년 6월기준 국민연금수급자(6,784,974명) 가운데 20년 이상 가입자는 11% (노령연금가입자의 경우 10.2%)였다. 이들의 평균 수급액은 1,082,600원이었다. 완전노령연금(20년 이상 가입자) 가운데 200만원 이상 수급자는 38,455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3.6%이다. 이 가운데 남자는 37,748명인 반면 여자는 687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는 우리 노동시장이 얼마나 여성 차별적인지를 보이고 있다. 완전노령연금 수급자 가운데 100만원 이상 수급자는 549,095명으로 51.2%이다.        

 

요약하면, 국민연금의 도입이 3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완전노령연금을 기준으로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가 불과 11%이고, 이들의 평균 수급액이 108만원(전체 노령연금의 평균 수급액은 651,317원)이라는 것은 국민연금이 정상화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국민연금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초기에 상시고용 10인 이상 사업자의  근로자부터 적용되기 시작했고 아직도 비정규직근로자의 37.5% (2024년 현재)는 가입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의존해서 노후보장을 받도록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의 온전한 성숙을 위하여는 우리 노동시장의 안정과 적극적인 징수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복지부는 지난 9월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기준으로 정부는 연금개혁에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부의 발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2) 

 

1. 지급가능성을 높이는 수단

 

모수개혁으로 공론화위원회와 21대 국회의 논의에 따라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상승하겠다고 했다. 지난 국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된 이유는 소득대체율의 상향조정에 따른 것이었는데 정부가 사실상 후퇴한 것이다. 

 

기금수익률을 현재의 4.5% 수준에서 5.5% 이상으로 1%p 이상 제고하겠다고 했다. 해외투자의 비중을 높이고 우수 운용 인력의 확보, 그리고 해외사무소의 역할 강화를 정책으로 제시했다. 

 

재정, 인구 여건 등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현재 연금액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실질가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다. 

 

세대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보험료율의 인상 속도를 연령에 따라 차등하겠다고 했다. 젊은층일수록 납입기간이 길게 남아있고, 보험료 부담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청년세대의 연금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지급보장의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2. 노후소득의 강화를 위한 수단 

 

다양한 출산크레딧 강화, 군크레딧 확대, 보험료 지원 강화, 의무가입연령의 상향조정 (59세에서 64세로), 기초연금의 단계적 인상(40만원) 등 

 

3. 3층연금의 구축 수단

 

개인연금의 세제 인센티브 확대와 수익률 개선.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와 연금 수령 유도 등 

 

III. 바람직한 국민연금개혁의 방향

 

연금개혁의 목적은 2040년대 연금기금이 고갈되고 2050년대 연금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의 위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와 국민들의 노후안정장치를 위한 연금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연금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의 인상이 필수적이다. 연금수급비가 1보다 이상인 상태에서 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고 재정 불안정을 이끌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본다. 보험료 인상은 가입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1:1로 줄이는 것이 되어 가입자들의 저항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재정추계에서 적자 뿐 아니라 파산까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험료의 급진적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보험료율의 인상은 가입자들의 전반적 부담수준을 고려하여 일정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연금재정추계에서 발표된 18% 이상의 수준은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보험료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근로자들의 경우 법정 퇴직연금으로 소득의 8.3% 수준 적립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면에서 자칫 노후를 위한 과잉 적립이 될 수 있다. 노후 안정을 위하여 2005년 법정퇴직금제도가 퇴직연금으로 전환되었지만 아직 정착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는 연금시스템에 관련된 논의를 하는 다음 장에서 검토하기로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 인상을 넘어서는 재정안정화 방안 즉, 구조개혁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연금급여의 지출을 억제하고, 연금지출의 증가 요인을 찾아서 이에 대응하는 제도조정을 기해야 한다. 연금지출의 억제를 위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개인별 연금수급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연금수급기간을 1:1로 늘여왔다. 1998년 연금이 도입될 당시에는 평균수명이 70.7세(남사 66,5세, 여자 74.8세)였으나 지금은 2022년 기준 82.7세(남자 82.7세, 여자 85.6세)로 늘어났고, 향후 90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금수급기간은 국민연금 도입시점 기준으로 60세 연금수급이 개시된다고 해도 10년에서 17년까지 1.7배가 늘어난 것이 된다. 따라서 재정안정을 위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연금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재정안정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된다. 

 

문제는 연금수급연령의 상향은 관련 제도와의 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논의가 심도있게 전개되어야 한다. 

 

첫째, 연금수급연령의 상향은 퇴직을 계획하고 있는 근로자층에게 퇴직소득을 빼앗는 결과가 되어 다시 노동시장에 나서 취업하게 하는 부담이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건강한 수급예정자에게는 문제가 적겠지만 일을 할 수 없는 수급자들에게는 사실상 빈곤의 상태로 이끌 수 있다. 

 

둘째, 기업들은 법정 퇴직연령 이전에 근속 근로자들을 퇴직시키고, 계속 근로자 퇴직 연령을 낮추는 성향이 강하다. 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은 기업환경에 맞는 신규 고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속 근속한 기업에서의 퇴직연령은 미세하나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연금과의 소득 공백 기간을 늘리게 되어 수급자의 빈곤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고령근로자들의 퇴직 후 재취업에 있어서 연령 차별이 심각하기 때문에 적절한 직장을 찾기기 힘들다. 이러한 성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현실이다. 1998년 외환위기시절 정부는 고령 근로자에게 반강제적 퇴직을 유도했다. 20년 이상 근무자에 대하여 공무원연금이 지급되었고, 더 나아가 명예퇴직금까지 지급하였다. 기업들은 이 기회를 그동안 퇴직시키지 못했던 고령근로자 혹은 저생산성 근로자의 퇴직을 합리화하였다. 아울러 노동시장은 고령근로자들에 대한 디스카운트를 가속화시켰다. 최근까지 기업들의 정리해고는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금수급연령의 상향조정은 이러한 문제들이 병행해서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수급연령의 상향으로 건강상의 이유로 취업을 할 수 없는 수급자의 경우 연금수급연령 이전에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장애연금 수급자는 수급자 전채의 0.6%이다. 연금수급연령 이하의 건강하지 못한 수급자를 위하여 장애인 기준을 낮추어 장애연금을 지급한다. 둘째, 기업들이 근속근로자를 더 오래 고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임금체계를 연공급에서 성과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적어도 정년 이후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정년제도를 폐지하여 연령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 노인들에 대한 고용 및 임금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노인 노동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임금차별로 낮은 임금이 잠재임금(reservation wage)에 이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는 노동력 감소를 충당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는 경제성장 혹은 성장잠재력의 제고로 이어질 것이며 이들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을 증대시킬 것이다. 연금정책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노동정책으로우리 경제의 활력을 유인할 수 있는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보장성 강화의 수단으로 소득대체율을 42%로 인상하는 것은 노후빈곤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수급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에도 불구하고 급여 인상의 수혜는 고소득 수급자들에게도 적용된다는 문제가 있다. 고소득자는 더 오래 살면서 총액에서 더 많은 급여를 수급할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 수급자들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일찍 사망할 확률이 높아서 연금수급기간이 짧아짐에 따라 수급총액이 적을 뿐아니라 급여 2%p의 증가가 큰 혜택이 되지 못한다. 단순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노인들의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다 본질적인 노후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은 소득대체율의 인하에 대한 보충적 성격이 강했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것은 2007년 재정안정화를 위하여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관련해서는 기초연금 수급액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기초연금을 노인 1인당 20만원으로 도입되어 2023년 현재 323,180원, 그리고 윤성렬정부는 40만원로 인상할 정부의 계획이 있는 만큼 소득계층별로 어느 정도의 소득개선효과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데 2023년 수급자 수는 651만명이며 향후 2030년에는 914만명, 2050년에는 1,33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계된다. 기초연금 정책의 기준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하와 관련되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율이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22년 38.1%로 OECD 평균 14.2%의 3배로 높은 수준이다. 노인빈곤율은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된 것으로 우리나라 노인의 자산이 주로 부동산 중심임을 고려할 때 과대 추정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저소득 노인을 기준으로 정부 재원을 조정하던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수단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바람직 하다.   

 

국민연금에서 소득비례급여와 소득재분배급여를 구분하고 소득비례급여는 수익률 성과에  따른 확정기여형, 소득재분배급여는 정부가 책임지는 확정급여형으로 운영한다. 소득비례급여를 위하여 적립방식(funding)의 기금운용을 소득재분배급여를 위하여는 부과방식(pay-as-you-go)의 운용방식을 택한다. 아울러 확정급여형의 부과방식에 대한 부족 재원은 기초연금 재원으로 충당한다. 이를 통하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 이는 사실상 국민연금에 재정이 투입되는 결과를 낳으면서 상대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인상을 낮추는 결과가 될 것이다. 

 

연금시스템의 구축에 있어서 기초연금과 함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도 포함되어야 한다. 65세이상 생계급여 수급자는 64만4천명으로 기초연금수급자의 9.9%이다. 이들 중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수급자는 10만4천명(10.4%)이다. 생계급여는 저소득층의 생활보장을 위한 목적으로 소득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다르다. 따라서 생계급여의 수급자들에게도 기초연금이 원안대로 지급되어야 한다. 기초연금과 생계급여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지급되므로 중복수혜라는 관점보다는 저소득층 노인들의 생계를 두텁게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생계급여 수급자를 기초연금의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정부안은 출산육아 및 군 크레딧제도를 확대하고자 한다. 이는 노후보장 수단으로서의 국민연금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노후보장을 위한 것이지 다목적 사회정책의 수단이 아니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이 예상되는 만큼 더욱 노후보장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사회정책으로서 크레딧제도를 도입하려면 가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도록 크레딧에 따른 비용을 정부예산으로 지급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을 예산을 공유하는 정부 내 경제 공통체가 아닌 독립된 기관으로 인정해야 한다.       

 

출산육아크레딧은 경력단절이 있는 경우 일정 기간에 대하여 경력 이전의 급여에 대한 보험료를 정부와 기업이 공동 부담하도록 하고, 기업에 대하여는 손실처리가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아울러 출산 육아에 대한 소득 손실에 대하여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따라서 출산 휴가의 기간에 대하여 고용보험의 수혜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군 복무에 대한 크레딧을 확대에 있어서 현재는 병역을 이행하는 장병은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아니어서 가입기간을 늘여 혜택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으로 병사 봉급이 최고 200만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 병사들을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으로 포함시켜서 보험료를 징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병사들의 사용자로서 보험료의 50%를 국민연금기금에 공동 부담한다. 이는 국민연금이 젊은이들이 사실상 사회보험의 조기 가입을 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 제고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밀접히 관련된다. 정부안은 기금수익률을 향후 1%p 높이겠다고 했다. 높은 수익률은 보험료율 인상 부담을 낮추는 반면 수익률 하락은 보험료율의 인상과 함께 국민들의 노후 불안정을 의미하면서 운용책임에 대한 정치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규모가 17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함에 따른 자본시장 및 거시경제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ESG를 중심으로 한 스튜어드십 강화는 다양한 산업군과 지배구조의 특성들을 가진 기업들의 경영을 획일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되어서 기업의 성장과 주식의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인다고 하지만 이는 국내 기업들을 통해서 모여진 자금을 해외 유출하는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된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사실상 거의 모든 상장 대기업에 대하여 주요 대주주로 역할을 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과 제로 썸 수익률 게임을 하는 것이 되어 자본시장의 신뢰를 잃게 한다. 더욱이 수익률에 집착한 기금운용은 심각한 운용 리스크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있어서 정치적 독립과 함께 기금을 일정 규모로 분리 운영하고, 주주권 행사를 개별 위탁사들에 일임하여 수익률 경쟁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IV. 연금시스템의 구축: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시스템의 확립을 위하여 민관협력(public-private mix)의 차원에서 퇴직연금의 연금화가 제고되어야 한다. 퇴직연금은 근로기준법상의 법정퇴직금제도가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연금법)으로 분리된 것으로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는 비율은  10.4%에 머물고 있다. 즉, 퇴직연금을 일시금 혹은 중도인출로 받아서 개인들의 퇴직 후 주택자금, 의료비, 자녀 결혼 자금 및 몫돈 수요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외적립을 통하여 수급권을 보상받고 있고, 연금계좌를 통해서 적립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연금 적립과정에서 시장 성과에 준하는 충분한 수익이 발생되지 않고, 본연의 목적인 연금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정책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예정이고 국민연금개혁의 논의과정에서 국민연금으로의 위탁이나 국민연금보험료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노후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정부, 기업, 개인으로 구성되는 연금시스템의 구성으로서 퇴직연금은 기업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노후보장 역할을 강조한 제도이다. 노후리스크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워낙 크기 때문에 분산관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퇴직연금은 기업의 근로자 관리차원에서 유연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퇴직연금법에 따르면 ‘1년 이상의 근무에 대하여 1개월 이상’의 급여가 보장되어 기업의 노사관계 관점에서 근로자들의 장기 근속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퇴직연금법 이전에는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는 사후보상적 제도로 사외적립이 의무화되지 않고 충당금으로 사내 적립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퇴직충당금은 기업의 유동성 자금원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퇴직일시금제도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퇴직금누진제의 적용이 제한되고 사외적립이 의무화되면서 사실상 기업 주도의 연금으로서의 성격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퇴직금 운용에 있어서 기업들 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퇴직연금의 누진제를 허용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퇴직금 누진제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진제는 근로자들의 장기근속을 유인할 뿐 아니라 승진에 따른 보수가 상승함에 따라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임으로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퇴직금이 근로자들의 총액임금을 높이는 것이되어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인상 요구 압력을 낮출 수도 있다. 

 

둘째,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이 확득한 권리이므로 임금의 감소에 따라 감액되어서는 안 된다. 상당 수의 기업이 퇴직금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퇴직금제도를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면서 매년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도 당장의 소비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매년 퇴직금을 정산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이에 따라 확정급여형은 기존의 퇴직일시금과 같은 산식으로 퇴직금을 기업이 책임져야 하지만 확정기여형은 매년 퇴직금을 보수의 1개월분을 사외적립하는 것으로 일반화되었다. 문제는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보수를 조정하는 성과급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근로자들이 임금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퇴직금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매년 퇴직금을 정산하여 수급받는 확정기여형제도가 선호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가 보다 안정화되고 근로자들의 안정적 기금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이 확정기여형에 있어서도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 퇴직연금의 운용의 효율성이 제고되는 자본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기금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연금의 자본시장 독점 우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즉, 사실상 자본시장을 ‘연금기금사회주의’로 이끄는 것이 되어 심각한 시장자본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3) 

 이는 사실상 근로자 전체의 노후자금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리스크관리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수수료 체계를 현재의 고정수수료율체계에서 성과급수수료율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 운용기관들은 퇴직금제도가 법적제도의 성격을 이용하여 소극적 운용과 수수료의 과점형태를 띠고 있다. 아울러 퇴직금의 지급을 주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유인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퇴직연금과 같은 민간중심의 연금이지만 개인연금은 기업과 관련없이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개인이 스스로 기여하는 제도이다. 개인연금은 세액공제를 통하여 가입을 유인하고 있다. 2014년에 개인연금의 세제혜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되었다. 이는 한계소득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의 다른 계층보다 세제혜택이 크다는 점에서 형평과세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이에 따라 중 저소득층의 세제혜택이 늘어났으나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계층에 있어서는 세액공제의 혜택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형평성을 위하여는 이들에게도 소득공제를 적용하되 소득공제를 통한 세제혜택 금액을 연금계좌에 재정으로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고소득층의 개인연금 유인이 감소하는 만큼 가입자들이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논의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민간 부분에서 운용하는 제도이다. 개인연금은 개인들이 관리할 수 밖에 없는 제도이므로 개인의 편의상 퇴직연금에 개인연금을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기업연금의 한 형태로서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별도로 가입하도록하고 있다. 개인형퇴직연금은 DB 혹은 DC형의 연금수급자가 퇴직연금을 수급할 경우 IRP에 적립되도록 하고 있다. 즉, 개인들이 퇴직연금에 직접 추가 적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경우 기업들은 매칭하여 기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V. 노인빈곤을 위한 전략

 

개인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30세 전후이고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가 50세라고 가정할 때 퇴직연금이 적립되거나 적정한 저축이 이루어지는 기간은 불과 20년이다. 이에 따라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 퇴직을 해서 근무하게 되는 직장의 소득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사실상 별도의 노후저축을 할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의 수급을 65세에 시작한다고 가정할 때 충분치 못한 생활이 된다. 게다가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은 연금액을 감액해서 지급된다. 4) 

 이는 연금 수급자들의 근로유인을 억제하게 된다. 이는 인구감소와 노동력 감소에 당면한 노동시장의 노동공급을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떤 형태로든 노인빈곤은 사회가 짊어질 수 밖에 없다. 노인들을 빈곤의 상태에 방치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태이고 결과적으로 근로자층의 세금부담을 늘일 것이다. 따라서 노인들이 노동을 통하여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부담할 노인빈곤의 수를 확률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의 노인예산 절감과 이들의 소득활동으로 얻는 세수까지 증대시킬 수 있는 결과를 낳는다. 

 

최근 대한노인회 회장은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정무직(무기직) 공무원에 대하여 정년을 65세까지 상향 조정하였다. 고학력이고 건강한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노인연령의 상향과 함께 연금 개시연령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20대 초반에 결정된 직업을 70세 이후까지 이어질 수 없다. 따라서 중고령시기에 자신의 적성과 시장 변화에 맞는 재교육이나 직럽전환이 가능하도록 교육 훈련시스템의 구축되어야 한다.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대학에 중고령근로자의 정규 재교육 기능을 체화시켜야 한다. 고령자 재교육고령화와 저출산 및 인구감소시대의 도래에 맞추어 노후보장수단을 기존의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노후노동을 결합하는 4축 연금시스템의 구축을 적극 서둘러야 한다.        

VI. 결어  

 

고령화의 원인은 저출산과 수명연장, 그리고 인구감소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생애 안정적 소득 활동과 근로기간의 연장, 그리고 합리적 연금시스템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인구 팽창시기에는 다음세대로 노후보담을 이전시키는 부과방식(pay-as-you-go) 연금시스템이 가능했으나 인구감소의 고령화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즉, 적립방식 연금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노후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생애기간 동안 소득이 안정되고 고령근로를 활성화시키는 노동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고, 더불어 안정적인 연금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연금시스템의 전제는 안정된 노동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근로기간 동안 충분한 기금적립 없이는 연금시스템의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노후보장을 기초연금의 지속적 인상 등 정부예산을 통한 노인복지비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한 노인복지비의 증가는 근로자층의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연금 저항은 물론 청년층의 출산율 감소와 해외 이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본 연구가 연금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노동시장의 개혁’이 노후보장임을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연금시스템의 지속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왜곡된 시장이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40년이 가까이 이르지만 완전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10%에 불과하고 수급자 평균 금액도 최저생활비(2024년도 2인가구 97만4231원)의 반에 불과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노동시장의 결과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연금으로 완전한 노후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고 국민들은 아직도 이를 그대로 믿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거나 더 악화되면 연금제도는 붕괴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자영자의 비중이 높고, 근로자의 근속기간의 짦거나 불안정하고,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제한되고, 남녀간 임금격차가 크는 등의 요인은 연금시스템의 정착에 최악의 조건이 되고 잇다. 

 

또한,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른 근로기간의 확장을 위하여는 중고령 근로자의 재교육 혹은 전환교육 등이 이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중년에 직업 전환 등을 통하여 이모작 혹은 삼모작 활동으로 더 오래 근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해야 한다. 즉, 각 영역의 노동시장에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누구든 원하는 직업을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노동시장을 통하여 정년없이 건강과 능력이 유지되는 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1세기형 연금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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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2024.10.28. 미래노동포럼 발제문(자유기업원)을 수정 보완한 것임. 

2) 보건복지부, 「연금개혁 추진계획: 미래를 위한 상생의 연금」, 2024.9

3) ‘연금기금사회주의’와 ‘연금사회주의’는 다르다. ‘연금사회주의’는 연금을 통하여 정치와 사회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본소득이 연금사회주의에 속한다. 

4) 전년도 연말 기준으로 산정된 전체 가입자의 연금 수급 전 3년간의 평균소득월액(A 값)보다 많은 경우로 2024년의 A값은 월 2,989,237원이다. 기준 소득은 근로소득금액과 사업소득금액(부동산임대소득

 포함)을 합산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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