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0 14:16:10
선거 때만 되면 청년 세대의 표를 잡기 위해 각 정당이 청년 세대 대표를 영입하느라 요란을 떨었다. 결과는 아무도 만족한 적이 없고, 아무것도 손에 쥔 적이 없다. 선거 후보 인재는 영입하는 것이 아니고 육성·교육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각종 병을 앓고 있는데 그중 한 병은 우리의 경제는 근대화되었지만 정치·사회·문화는 아직 근대화되지 않은 데서 연유한다. 몸은 근대에 사는데 정신은 전근대 그대로이다. 심지어 너나 할 것 없이 몸은 한국인인데 정신은 조선인이다.
대한민국은 물질적으로는 근대화됐지만 정신적으로 근대화되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에는 조선조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만이 있고, 화폐는 동전이든 지폐든 다섯 분 모두 조선조의 인물들 일색이다. 문제는 우리 정치인 모두가 조선 시대 사람이라는 점이다. 건국 이래 76번의 성상이 지났음에도 정치인은 실질적으로 세대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정치 세대를 키워 대한민국을 개조해야 한다.
세대별 정치적 알력은 전 세계적 현상이나 노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세대 간 알력은 이전과는 다르게 그리고 더 강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모두 서로 상대를 불신·비방하고, 젊은 세대는 노인세대를 ‘틀딱’ ‘라떼는 말이야’라고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사회의 온갖 비리에도 젊은이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특권인양 주장하거나 불평·불만 일색이다.
젊은 세대(2030세대)의 정치 참여가 근원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젊은 세대의 정치 진입은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기보다는 개인적 연(緣)에 좌우되고, 진입장벽 때문에 정치권 진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정치 불신은 확대되고 있다. 청년 대표란 명목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청년을 통해서만 새로운 의견을 도출할 수 있다거나 청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청년 대표를 의원으로 만든 것은 청년들의 표를 의식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작태이다. 그렇게 해서 뽑은 청년 대표가 무엇을 했는가. 세대별로 비례해 대표를 뽑자고 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국정을 심의할 능력과 경륜을 가져야 한다. 젊은 세대가 문제가 아니고 어떤 젊은 세대인지가 문제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은 모두 엉겁결에 대통령이 되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예상 밖 ‘바람결’의 후보였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포함해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후보는 모두 선거 직전에 ‘하늘’이 점지했다. 당원도 아니었던 사람·지역에 살지도 않았던 사람이 버젓이 당 후보로 선출되어 선거에 출마했다. 당대표의 경우에도 당원으로 당비를 납부한 적이 없는 인사가 당대표 후보가 되었다. 후보 신청서를 내면서 당원으로 가입하고 몇 년 치를 소급해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 관리와 당 선거 관리 방식이 지구의 어느 나라에 존재하는가.
도대체 정당이란 것이 대한민국에 존재하기나 했던가. 우리에게 역사가 있는 정당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명색이 복수정당제를 내건 민주국가에서 10년이 된 정당이 하나도 없다. 이념 결사체가 아닌 조직,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인 사조직을 어떻게 정당이라 부를까. 공유하는 이념이 없으니 당연히 ‘동지 의식’이 있을 리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청년 세대가 끼일 여지가 없다.
이러한 여건에서 사려 깊고 실력 있는 어느 젊은이가 정치를 하려 할 것이며, 용기 내어 마음을 먹었다 한들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풋내기들을 ‘선거 대책위원회’나 ‘당 비상 조직’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영입’했는데 그 결과는 모두 참사였다. ‘젊은’ 당대표·‘참신한’ 당대표를 마구잡이로 영입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 번의 실패 경험도 뼈아픈데, 어떻게 실패가 반복되고 계속 되풀이될 수 있을까. 국민 전체, 당원 모두, 정치 지도자 모두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걸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그 수많은 정책과 제도를 ‘수입’해 활용하는 대한민국이 젊은 세대의 정치 진입과 관련해서는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의 경험과 사례들을 어찌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가.
정치를 알고 정당을 아는 인물이 당대표에 자원하라. 당대표는 당의 최고경영자(CEO)인데 역대 어느 정당의 어느 대표도 당을 경영한 적이 없다. 각국의 정당사를 검토해 당의 이념을 확실히 정립하는 정강을 만들고, 선진국의 정치인이 어떻게 양성되는지를 직접 살펴서 당 발전 30년 장기 계획을 작성하라. 이렇게 해야만 청년 세대들이 몰려올 것이다.
젊은이들이 대학생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당의 각종 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당 활동 참여의 이력에 비례해 정치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서구 선진국의 사례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이 공정 경쟁을 통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당은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고 인재를 발굴·교육·육성하는 조직이다. 이 몇 가지가 원칙이고 전부이다.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청년 세대든 장년 세대든 정치도 직업으로 해야 한다. 교수 하다가, 검사를 하다가, 의사를 하다가, 사업을 하다가, 운동선수를 하다가, 예술을 하다가 갑자기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우 관례 아닌 관례다. 정치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에 가입하고, 평소엔 지역의 당 사무소나 지역에서 봉사를 하거나 지역의 각종 행사장을 맴돌며 지역의 특성을 파악한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학업과 더불어 지방이나 국가 관련 여러 과제(이슈·어젠다)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지금까지의 총리는 모두 80명이다. 마거릿 대처 이후 총 10명의 총리 중 7명이 옥스퍼드대학 출신이고, 런던대학·에든버러대학·케임브리지대학 각 1명씩으로 옥스퍼드대학 출신이 절대 다수다. 옥스퍼드대학은 영국의 정치인 양성소로 학생 시절부터 정치 지망생들의 토론이 매우 활발하다. 옥스퍼드대학에는 PPE라는 철학(Philosophy)·정치학(Politics)·경제학(Economics)을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학위 과정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사고와 분석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PPE 과정은 많은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졸업한 과정으로 유명하다.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10여 년 봉사한 다음에, 국회의원을 15~20년 역임한 후에, 총리나 대통령에 도전한다. 윈스턴 처칠 총리·마거릿 대처 총리·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버락 오바마 대통령·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J.F. 케네디 대통령 모두 국회의원 선거 첫 출마에서는 낙선을 경험했다. 처칠은 26세인 1900년에 하원의원이 되고 40년 후에 첫 임기 총리가 되었고, 대처는 정치입문 17년 만에 총리가 되었다. 링컨은 1832년 22세에 생애 처음으로 출마한 일리노이 주의원 선거에서 13명 중 8위로 낙선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다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대 초반에 정계에 투신했으나 1846년 37세에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대통령 취임은 1861년, 그의 나이 51세에 했다. 정계 진출 29년 만이었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 청년은 먼저 자신의 경력 관리를 어릴 때부터 해야 한다. 학점 관리보다 능력 관리를 해야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봉사를 해야 한다. 수불석권(手不釋卷), 책 일기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지도를 받으며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평상시 받는 자기 월급 정도는 자신의 활동비·교재비에 충당하고 생계·생활비는 별도 원천으로 확보되어야 청치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앞 단계까지 큰 업적이 쌓이면 다음 단계는 저절로 열린다. 반듯하고 실력 있고 애국심 넘치면 위대한 지도자로 성장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청년 세대와 소통하는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보수나 진보라는 개념으로는 소통 자체가 어렵고, 공감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젊은 세대와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개념은 ‘자유’다. 자유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자유가 중심에 자리 잡을 때 조선의 청년이 드디어 대한민국 청년이 된다. 청년들이여 자유를 기치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라.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다.
아일랜드의 극작가·평론가·정치운동가 조지 버나드 쇼는 지도자의 어려움과 자격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거창하고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바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타고난 적성을 지닌 사람들이 해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거창하고 어려운 그 일’을 너도나도 하겠다고 설치는 현실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타고난 적성이 없음은 물론 기본적 훈련과 준비도 안 된 사람들이 정치 지도자가 되겠단다. 어쩌다 대통령이 되고 아무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설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누구도, 아무도 우리 사회를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마땅히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분담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무임승차 하려고만 한다. 즉 모두가 귀찮고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개개인으로서 남는 장사가 아니라서 누구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 소수의 사람이 희생을 하면서 책임을 지면 된다. 그 누군가 소수의 사람이 ‘위대한 정치 지도자’다. 그래서 큰 바위 얼굴 ‘위대한 청년 지도자’의 출현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의 새 지도자는 청년 세대 관련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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