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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8조 남아돈 초중고 교부금, 재정난 대학에 재분배를
 
2024-09-30 15:23:27
◆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래교육혁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석 민심은 한마디로 ‘경제를 살리고 민생에 집중해 달라’는 여론이 대세다. 의료공백, 고물가, 경제위기로 민생이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5년 정부의 긴축재정 예산안인 677조4000억 원을 꼼꼼히 챙겨 봐도 민생경제가 살아나거나 나라 살림이 크게 현재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크다.

정부 재정 중에서 올해 나랏빚이 119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국가채무와 상관없이 매년 자동으로 늘어나고 있는 정부의 특이한 시도교육청 지원금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원래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 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50여 년 전에 도입되었지만, 지금도 국가채무나 경제 상황, 사회 변화와 상관없이 전체 내국세의 20.79%에 자동으로 연동되어 지급되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의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현재 68조8700억 원인 교육교부금은 2028년에는 약 20조 원이 늘어나 88조69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5조 원씩 대폭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나라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는데,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육교부금은 흥청망청 쓰고도 남아도는 구조라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도입될 당시에는 한 학년의 학생 수가 100만 명을 넘길 정도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저출산 현상이 이어져 오면서 출산율이 2023년에 0.72명으로 떨어지고 출생아 수도 23만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늘어난 교육교부금은 학생들에게 평균적으로 올해 1300만 원을 쓰고도 남을 정도로 재정이 넘쳐나고 있다.

작년에 17개 시도교육청은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교육교부금 등을 여윳돈 성격의 기금으로 18조6975억 원 적립해 놓았다. 교육청의 기금은 교육감이 교육시설 개선 등 특정한 목적으로 적립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자금이지만, 쉽게 얘기해 너무 돈이 많다 보니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몰라 교육감의 주머니에 우선 넣어 놓는 비상금으로 볼 수 있다.

교육교부금을 흥청망청 쓰는 기형적 운영이 계속되면서, 교육청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 또는 교직원 출산지원금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현금을 나눠 주거나, 스마트기기 보급을 내세워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사들이면서 최근 3년간 안 써도 될 43조 원을 낭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넘쳐나는 교육교부금으로 시도교육청 내 유초중고교에 혈세가 낭비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학은 16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4 지표에서도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액(2021년 기준)이 대학생은 1만3573달러인데, 초등학생 1만4873달러, 중고등학생 1만9299달러로 초중고생에 비해 대학생에게 턱없이 적게 지출되고 있었다. 인공지능처럼 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면서 오히려 대학교육 재정투자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이다.

다행히 정부는 2023년부터 교육교부금 중 1조5000억 원을 가져와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운영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교육교부금의 사용처를 다양화해 지방대학 혁신 촉진을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최근 정부가 한시적으로 2025년까지 운영하기로 한 대학 특별회계 지원을 확대하고 연장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환영할 만하다.

‘한강의 기적’이 교육에서 비롯된 것처럼,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유초중고 기초보통교육, 대학교육, 노인 직업 등 평생직업교육이란 교육 삼두마차(三頭馬車)가 균형 있게 성장해야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교육교부금이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히 유초중고 교육재정 틀에서만 운영된다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퍼주기식 예산 낭비만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 없는 과거지향 교육, 변화 없는 교육재정으로는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교육이 ‘최고의 경제정책이자 복지정책’이란 시각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작해야 하며, 교부금 사용을 현재처럼 유초중고, 대학을 넘어 평생직업까지 폭넓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교육재정 개편도 일회성 논의에 그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개혁의 성공을 통해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제2 한강의 교육 기적’의 초석을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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