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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자사주 마법’이라는 선동
 
2024-06-10 11:46:04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인적 분할 및 합병 시 자기주식(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자사주가 주주 가치 제고가 아닌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자사주 마법)’된다는 비판을 수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예컨대 대주주가 30%, 자기주식이 20%, 소액주주들이 50%의 지분을 각각 나누어 가진 회사(분할 회사 A)가 인적 분할을 하면 지금까지는 분할 후 신설 회사(B)의 주식도 A의 주주들에게 각각 30대20대50의 비율로 배정됐다. 이번 금융위의 조치는 앞으로는 자기주식에 대한 몫인 20%를 A에 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마법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짜 대주주에게 ‘자사주 마법’이 일어날까? 아니다. ‘자사주 마법’은 대주주를 악마화하는 선동일 뿐이다. A가 B의 주식 20%를 배정받으면 그 소유권은 대주주가 아닌 회사가 갖는다. 이 주식에 대한 의결권도 대주주가 아닌 회사의 이사회가 행사한다. 대주주로서는 자사주나 이에 배정된 20%의 분할 신주에 대한 아무 권리도 권한도 없다. 애초 마법이고 뭐고 생길 수가 없다. 물론 대주주가 이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은 이사회의 독립성이나 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대주주의 법적 지배력이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자사주 마법은 분할 회사인 A에서 일어난다. 본래 A가 보유한 20%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고 30%를 가진 지배주주와 50%를 가진 소액주주가 37.5(30/80)대62.5(50/80)의 비율로 지배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A의 자기주식에 분할 신주 20%를 배정하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B에 대한 지배권은 각각 30대50으로 축소된다. 본래 A가 가진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었는데 B의 주식은 자사주가 아니라 다른 회사의 주식이 되기 때문에 A에도 의결권이 있고 그 의결권은 20%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적 분할은 지배권이 분할 전후가 동일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분할 전 A·B 주주 간에서만 양분됐던 지배권이 분할 후에는 A가 20%의 지배권을 갖는 것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여기서 A가 분할 전에 대출받는 등 무리를 해서라도 일시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장난을 할 수 있다. 취득한 A의 자사주에 B 주식 20%가 배정된 후 그 자사주를 처분해 대출금을 변제하면 A에 남는 것은 20%에 상당하는 B의 주식이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A에 처음부터 20%의 배정을 금지함으로써 이런 장난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입법례로는 독일의 조직재편법이 있다. 상법이 자사주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박탈한 것은 자사주의 의결권을 이용해서 회사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 때문이다. 또 자사주에 이익배당을 할 경우 해당 배당금은 결국 다시 회사로 돌아와 무의미하므로 이익배당도 금지된다.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우려는 사전에 차단돼야 하므로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옳다. 다만 이는 재산권의 행사와 관련되므로 시행령이 아니라 마땅히 상법에 규정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실체가 없는 ‘자사주 마법’ 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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