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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尹·李회담 지속 관건은 ‘자제와 존중’
 
2024-04-30 18:05:45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시간15분 간 첫 단독 회담을 29일 가졌다. 협치의 물꼬가 트이면서 정국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와 야당 간 입장 차만 확인한 회담이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을 비롯한 윤 정부 의료개혁 정책에 이 대표가 공감을 나타내고 협력 의사를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도 전반적으로는 국민이 기대하는 생산적인 결과는 도출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보다 ‘자제와 상호 존중’의 자세가 부족했다. 이 대표는 차담 형식의 회담에서 모두발언 15분 동안 ‘민생 회복 지원금 수용’ ‘이태원특별법 및 채상병특검법 수용’ ‘전세사기특별법 입법’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의혹 정리’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점령군처럼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 어떻게 효율적인 회담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 대표는 ‘나는 대통령에게 할 말을 다 하고 나왔다’는 이미지를 남긴 것 외에 다른 성과가 없었다.

두 수뇌는 반복적 만남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사회이론가 로버트 액설로드는 저서 ‘협력의 진화’에서 ‘받는 대로 되돌려준다’는 의미의 ‘팃포탯(tit-for-tat)’ 전략을 제시했다. 일회성 아닌 반복되는 게임에선 ‘상대가 나를 배려해 이익을 주면 나도 상대를 배려해 이익을 주고, 상대가 내게 손해를 주면 나도 이기적으로 대응해 손해를 준다. 그러나 처음에 이타적으로 협조해야 협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영수회담에서 한 번 만나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적인 전략’을 구사하면 팃포탯만 남지 협치는 절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의약 분업 갈등을 포함해 민감한 현안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도출한 것도 자주 만나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야당이 국회에서 거대 의석을 무기로 각종 법안을 단독 처리한 입법권 남용은 괜찮은가? 자신들은 협조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에게만 거부권 행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기적인 처사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협치는 허구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또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후 패배를 인정하고 윤 정부를 존중한 적이 있는가. 여야 할 것 없이 자신의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이기적이고 비열한 전략’으로는 협치를 끌어낼 수 없다.

원래 협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이타적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회담하기 전에 “경청하겠다” “이제 정치를 하겠다”고 한 만큼 경청만 하지 말고 정치 문제는 정치로 푸는 바뀐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남을 시작했다는 것은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와 관련해서 “정부 추진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야당이 제기한 부분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고 했다. 이것이 바로 민생 협치의 시작이다.

여야는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면서 민생과 국정의 주요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친절한 전략’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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