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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이준석 신당론’에 대한 단상
 
2023-11-23 11:11:35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과연 신당을 창당할지, 누가 신당에 참여할지, 신당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 될지 등이 최대 관심사다. 이 전 대표는 “12월 27일까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예고 한 바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 철회, 해병대 사망사건 특검 도입, 윤석열 대통령과 이태원 유족 간 만남을 국민의힘 잔류를 위한 ‘3대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와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당내 어디서도 그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

이 전 대표 앞에 놓인 선택지는 신당 창당, 무소속 출마, 당 잔류 3가지다. 이 전 대표가 창당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고 정치적 존재감을 키울 지렛대로 신당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당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연내 독자 행보를 예고한 그는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 착수하면서 신당 창당을 위한 밑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11월 20일 현재 연락망 참여자는 3만9500명을 돌파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창당 적기를 총선 3개월 전으로 정의했다. 그 이유로 “원래 총선 앞두고 일반적인 국민들께서는 관심을 한 3개월 전쯤에 형성하시는 경우가 많고, 특정 후보에 대한 관심이나 지역 후보에 대한 관심은 한 달 전부터 형성하시는 경우가 많다. 시기에 맞춰서 움직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신당 참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인 금태섭 전 의원이다. 지난 10일 이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주선으로 금태섭 위원장과 만났다. 금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진영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같이 모여서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의 신당 합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보수 색채가 강한 이 전 대표가 중도 성향의 금 위원장과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하면 외연 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과 관련해서 이 전 대표는 “12월 중순에서 말쯤 사이에 어떤 지지율이 형성되느냐에 따라서 크게 펑 터질 수도 있고 아니면 아주 왜소한 형태로 출범할 수도 있다”며 “정치 현상을 봐야 하는 거고 이번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2월 8일부터 김건희 여사 특검 관련해서 국회 일정을 진행해 보려고 한다고 얘기한 것 같은데 저는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의 여론조사(11월 12-13일)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 창당 시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 16.2%가 이준석 신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이준석 신당이 제3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로만 신당 파괴력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신당의 파급력은 선거제 개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2019년 12월 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의 주도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 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만큼 채우지 못할 경우 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채워주는 제도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2항에선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산출한 후 그 의석수의 50%를 각 정당 의석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불린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석을 많이 확보할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손해 보는 구조를 깨기 위해 꼼수로 사상 초유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제도의 비례성 강화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최근 민주당 의원 30명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는다면 이준석 신당을 포함한 제3지대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거나 위성정당을 막지 못할 경우 제3지대가 원내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정당정치의 역사를 보면 총선을 앞두고 거대 정당들이 분열되어 신당이 창당된 경우가 많았다. 집권당의 경우,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이 아주 이례적으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민주당 쇄신을 요구하는 민주당 탈당파 40명,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당의 보수성을 비판하면서 탈당한 5명(이른바 독수리 오형제), 김원웅, 유시민을 주축으로 한 개혁국민정당 2명 등 총 47명 의원이 참여한 미니 여당이 창당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과반 승리를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2개월 후에 치러진 2008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이른바 친이명박계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친박 성향의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자 이들이 탈당해 선거 20여 일을 앞두고 ‘친박 연대’를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다. 지역구에서 6명의 당선자를 냈고 정당 지지도 13%를 얻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우뚝 섰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도 8석을 얻어 총 14명의 당선자를 냈다.

야당의 경우, 1996년 총선에서 김대중 총재(DJ)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열됐다. DJ가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자 돌연 7월에 정계 은퇴를 번복하고 신당을 창당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탈당하고 신당에 참여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창당과 동시에 제1야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야당 분열의 결과로 중진 국회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는 등 참패하여 총 299석 중 79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야당 분열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집권당 최초로 수도권에서 승리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총선 3개월 전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을 창당해 분열됐다.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 야당 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크게 승리하면서 123석으로 제1당이 되었다. 국민의당도 호남 28석 중 23석을 얻고 서울 2석을 합쳐 지역구에서 25석, 비례대표에서 민주당(25.5%)보다 더 많은 26.7%를 득표하면서 13석을 얻어 총 38석으로 제3정당이 되었다.

이런 사례들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신당 파괴력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이다. 이른바 ‘이준석 신당’의 탄생은 여권에 불리한 변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30세대, 중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이탈한다면 ‘강서 보궐선거 참패’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신당이 보수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국민의힘 후보를 대거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과거 유승민 전 의원처럼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외연을 확장할 수 없어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통상 한국 정치에서 신당은 지역기반, 철학(가치), 인물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준석 신당은 지역 기반이 없고, 오직 ‘반윤’(반윤석열)을 기치로 창당하기 때문에 철학이 없고, 당 윤리위에서 징계받은 사람이 주도하면서 새로움이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파괴력이 적을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준석 신당 창당 가능성을 두고 ‘태산을 울리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움직이는데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라는 뜻’의 “‘태산명동서일필‘이 돼 가는 느낌”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제3지대 신당은 기존 정당과 다른 포지티브 정당이 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네거티브 일변도로는 포말정당(거품정당)이 되기 쉽다”고 지적한 홍 시장의 말을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막으려면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그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요한 혁신위‘의 역할이 막중하다. 단언컨대, 혁신위가 살면 신당이 죽고, 혁신위가 죽으면 신당이 산다(혁생신사, 혁사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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