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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원하청이 함께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2023-03-02 12:27:51
◆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교수의 칼럼입니다.

2016년부터 몰아친 불황에다 설상가상으로 인건비가 싼 중국 조선업에 경쟁력을 잃어 우리 조선업이 일본 조선업처럼 사양궤도를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왔다. 그나마 최근에 LNG선과 특수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주는 늘어났지만 생산 숙련인력 부족으로 수주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이런 냉혹한 현실을 공감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하청업체, 전문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조선업 상생협의회가 구성돼 산업 단위 사회적 대화를 해오다가 27일 원하청 상생협약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상생협약에 노조는 불참했지만 추후 노사공동협의회를 구성해 디테일에 관한 협의를 지속할 수 있다.

필자는 조선업 상생협의회 공익전문가로서 활동하면서 현장의 고민을 청취해 협약을 도출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혹자는 상생협약이 원하청 임금 격차를 줄이는 분배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착각한다. 기존의 다양한 협약에 대해 ‘웃돌 빼서 아랫돌 막기’ ‘이익공유의 좌파 이데올로기’ ‘수사학 난무, 실천 제로’ 등의 비판들이 많았지만 이번 상생협약은 산업발전과 원하청 격차 해소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각 주체가 해야 할 일들을 실천적으로 담은 최초의 협약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간 우리 조선업의 산업생태계는 각자도생, 근시안, 불투명성이라는 모습을 띠어왔고 이는 원하청 격차 확대로 귀결됐다. 각자도생이란 원청 대기업별로 각자 경영에만 몰두해 지속 가능한 산업발전에 필요한 공동 협력 의지는 부족했다.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한 공동 직업훈련, 하청 생산인력의 직무능력 향상과 숙련노동을 위한 직무등급제와 고용 서비스 체계 마련과 같은 공동 노력은 말로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생산의 단기 아웃소싱을 위해 2차 하청업체인 물량팀에 50% 가깝게 의존하다 보니 불량률이 높고 편법도 만연하고 하청 임금덤핑에 4대 보험 체납액도 눈덩이로 불어나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청 생산직 일자리에 청년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플랜트 건설과 건설업 등으로 기존 인력들이 빠져나가서 인력 부족이 악화돼왔다.

이번 상생협약은 물량팀을 점차 줄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원하청사 처우(임금, 사내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기성금 제도도 개선함으로써 원하청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인력 공급이 이뤄지도록 상호노력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원청사들은 하청사의 임금과 사내 복지 등 보상 수준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목표도 정하고 격차를 스스로 줄여나가는 노력을 할 수도 있도록 했다. 체불 방지를 위한 시스템인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하되 필요한 지원을 위해 정부와 원청사들이 상호 협력해 가기로 했다.

한편 현재 정부는 사회적 대화체를 마련해 전국 단위 임금 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조선업에선 이미 하청업체들 수준에서는 용접, 배관, 발판, 도장 등 직무형 노동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돼와서 향후 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어느 산업보다 먼저 효율적인 직무 노동시장과 직무급 임금 체계가 정착될 수 있다. 이번 조선업 상생 모델은 철강, IT와 같이 원하청 관계가 복잡한 타 산업들에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를 설계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협약 체결은 산업 재도약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장이 원하는 노동개혁’을 자조적으로 수행해 가는 첫 사례다. 노사정 대타협과 같이 톱-보텀(Top-Bottom) 모델인 전국 단위 협의에는 현장의 생존 문제를 소홀히 하고 정치 수사적인 대화에 몰입하는 경향을 띠어왔다. 향후 산업별 상생 모델을 타 산업, 소기업 단위로 전파하고 전국 단위 사회적 대화체로 역류시키는 산업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실사구시적인 노동개혁을 진행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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