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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법률가의 타락
 
2023-02-06 17:03:30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 외면하는 법률가들의 '불편한 진실'

대한변협 신임 회장은 조직 이익 앞서 특단 정화대책 세워야


영국을 빛낸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인간이란 피조물은 얼마나 대단한가! 이성의 고귀함이며, 능력의 무한함이여! 생김새와 동작은 또 얼마나 반듯하고 멋진가! 행동거지는 천사가 따로 없다. 헤아림은 신의 경지다. 세상 가운데 아름다움이요, 동물 가운데 귀감이다”고 말했다('햄릿' 제2막 제2장).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이렇게 극찬하였지만, 그는 인간 중 유독 법률가에 대해서는 “우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법률가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일이다”고 말해(‘헨리 6세’ 제2부 제4막 제2장) 극도의 혐오를 드러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와 17세기로부터 수 백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도 그의 통찰은 여전히 빛난다.


법률가는 일종의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다. 영어 프뤄페스(profess)는 ‘공개적으로 맹세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Professus에서 유래됐다. Profess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자신이 앞으로 나서서(pro) 사람들을 향해 말하는 것(fess)이다. ‘고백’ 또는 ‘자백’을 뜻하는 영어 ‘컨페스’(confess)는 숨기는 것 없이 완전히(con) 다 말해버리는(fess) 것이다. Profess에 명사형 어미인 ‘ion’을 붙이면 profession에 된다. 이것은 ‘분명하게 할 수 있다고 맹세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인 ‘직업’ 또는 ‘분명하게 말 해 두는 것’인 ‘공언’이라는 의미가 된다. Profession에 형용사형 어미인 ‘al’을 붙인 professional은 ‘직업적인’ 또는 ‘전문적인’이라는 의미가 되나, 명사로서 ‘전문직 종사자’를 뜻하기도 한다. 법률가를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때도 ‘법률 전문가’를 말한다.


기본형 ‘profess’는 먼 옛날에는 종교에서 사용되었지만 나중에는 의학과 법학에서도 사용되었다. 역사가 가장 오랜 3대 학문이 신학, 의학, 법학이니 그럴 만하다. Profess의 핵심은 ‘공개적으로 맹세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맹세하는가? ‘진실과 정의를 말하고 행동할 것을 맹세한다’는 것이다.

진실과 정의 외면하는 법률가들의 '불편한 진실'

그런데 근래 한국 법률가들은 진실과 정의를 위해 말하고 행동했던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의혹에 쌓였지만 덮어 두었던 각종 의혹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국 몇몇 고위 법률가들의 타락이 도를 넘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위 법률가들의 타락이 한국 법조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바른 법조인들은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느낄 것으로 믿는다. 법학도인 필자 역시 참담한 심정이다. 이들은 법률전문가로서 직업윤리는 물론,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렸다. 이제 국민들은 한국 법조인을 과거처럼 존경심으로만 대할 수는 없게 됐다.


윗물이 이럴진대 아랫물은 맑을 것인가? 일반인들은 소수의 잘나가는 변호사들이 돈밖에 모르고, 거만하고 생색내기 좋아하여 밉살스럽기까지 하다고 한다. 진실과 정의에는 관심이 없고, 이기기 위해서는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며 조작하기까지 한다고 의심한다. 변호사란 비열하고 교활하며 신뢰할 수 없는 족속들이라고 느낀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가 있었고, 제52대 회장이 선출됐다. 새 회장이 변협회장 선거운동에서 내 건 공약은 ▷변호사 단결을 통한 사설 플랫폼 아웃 ▷변호사 소득 증대 ▷ACP(변호사-의뢰인 비닉권) 법안 통과 추진 ▷변호사 배출 감축 ▷법률보험 활성화를 위한 변호사 공제재단 설립 등이었다.


이 중에 ‘ACP 법안’이란, 변호사의 의뢰인에 대한 법적 조력이 충실하게 이뤄지도록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 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을 보장하는 법안을 말하는데,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는 당연한 것이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나 고해성사를 받는 신부는 환자와 신도의 비밀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프로페셔널로서 당연한 의무다. 이미 변호사법 제26조에서도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도 특별규정이 있거나 공익상 중대한 필요가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변호사가 직무상 비밀이 속하는 문서 등에 대해서는 제출·증언·압수 등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사기관이 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실, 기업 법무팀을 압수·수색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공익상 중대한 필요’라는 것이 고무줄 잣대이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 특권’을 강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나머지 공약들은 법조 직역 이기주의를 반영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충분한 공약들이다. ‘로톡’ 같은 사설 플랫폼 금지,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 감축 같은 주장이 국민에게 얼마나 공감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법률보험 활성화를 위한 변호사 공제재단 설립도 그들만을 위한 것이다. 물론 일본은 1억 3천만 명의 인구에도 매년 고작 1450명 정도의 변호사가 배출되는데, 한국은 인구 5000만명에 매년 17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탄생하므로 법조 직역이 한계에 몰린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법조 직업에 대한 불신은 법조 직역의 현안 해결마저 멀어지게 할 것이다. 이런 공약들은 변협회장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는 유용한 것들임이 확실하다. 다만, 법조계의 윤리 회복은 법조계 스스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는 전제하에, 국민들이 변협에 바라는 것은 전혀 다르다. 썩어가는 법조계를 정화하는 것이다. 새 변협회장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바로 법조 윤리 강화다.

대한변협 신임 회장은 조직 이익 앞서 특단 정화대책 세워야

먼저 대한볍호사협회 회장은 변호사 징계·감독 권한 외에 대법원장과 검찰총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대법관·헌법재판관 등의 후보추천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후보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년 새로 선출된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년의 임기 중 대법원장·공수처장·헌법재판소장 등이 새로 선출되고 대법관·헌법재판관이 일부 교체될 예정이다. 이 부분에 있어 변협회장은 공명정대한 권한 행사를 해 잡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리 변호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실하게 높여야 한다. 지금까지 변협 징계위원회의 활동을 보면 기가 찬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를 일으키거나 주거 침입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과태료 처분 등 경미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였으면 파면감이다. 그러니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징계 478건 중 86%가 과태료 또는 견책으로 가벼운 처벌만 받았으며, 영구제명 및 제명 등 중징계는 각각 1건(0.2%), 4건(0.8%)에 불과했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문제를 감시하는 기구로서 ‘법조윤리협의회’도 있다. 이 기구는 최근 3년간 ‘공직 퇴임 변호사’(법원, 검찰 등으로부터 퇴직한지 2년 이내인 변호사) 259명 가운데 236명(91%)에게 경고 조치를 했으나, 과태료 청구나 수사의뢰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진실과 정의를 말하겠다고 선서를 하는 프로패셔널 집단인 법조인이 그 직업윤리를 내팽겨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네델란드의 화가 헤라르트 다비트(Gerard David, 1460~1523)가 그린 저 유명한 ‘캄비세스 왕의 심판’(The Judgment of Cambyses, 1498)을 보자. 이 그림은, 고대 페르시아의 정의로운 왕 캄비세스가, 뇌물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한 판사 시삼세스를 체포하여, 산채로 그의 피부 가죽을 벗기는 형을 집행하는 끔찍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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