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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이태원 수사’ 막는 위헌적 검수완박
 
2022-11-07 09:49:03
◆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디어·언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태원에서 영면한 분들의 분향소에는 먹먹함과 미안함 그리고 짙은 슬픔이 교차한다. 하인리히법칙에 따르면 1개의 대형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재난이 발생하고, 300번쯤의 부상을 수반한 사건이 빈발한다고 한다.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축제 시기, 특히 이태원 인근은 좁은 골목길의 언덕 위쪽에 인기 좋은 클럽이나 카페 등이 밀집한 이른바 ‘핫플’이 많다. 미리 강력히 경고하고, 항의를 무릅쓰고라도 적극 통제했더라면 젊은이들이 안전하게 부모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향후 수습과 관련한 몇 가지 제언을 해 본다.

첫째, 신속하게 수습하고 위로하는 게 급선무다. 일각에서는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치와 처벌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수습과 정중한 조의, 그리고 지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내부감찰과 수사가 시작된 만큼 조만간 원인이 규명되면 인사 조치와 처벌도 병행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유가족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가 먼저다.

조사 방식도, 수사권이 없어서 정치 공방의 장이 될 개연성이 짙은 국정조사보다는 먼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내부 감찰과 수사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관련 기관들이 충분히 상황을 예견하고 조치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일선 경찰이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내 탓이오’ 하는 심정으로 감찰과 수사에 응해야 한다.

둘째,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절실하다. 경찰청장에게 보고가 지체된 점, 112상황실과 현장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 등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석연찮은 점이 많다. 군이나 경찰 간부들은 비상시 일단 상황실 대기나 영내 대기가 기본이다. 혹시 영내를 잠시 벗어나더라도 ‘통신축선상 대기’ 즉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한 장소에 대기해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이 원칙은 유효할 텐데, 보고와 조치가 이렇게 지연된 것은 무슨 까닭일까? 또, 경찰이나 행정안전부에서 평소에 현장을 지휘하는 책임자에게 전권을 주고 ‘조치는 현장 책임자가 신속하게 하라, 책임은 최고 책임자가 진다’는 원칙과 선례가 있었다면 희생자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 경찰 내부의 감찰과 조사 결과를 국민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경찰 이외의 외부 기관에 의한 감찰과 수사가 필수다. 속히 외부기관, 특히 검찰에 의한 수사가 필요하다. 다만, 검찰 수사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에 따르면 ‘대형 참사’의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삭제돼 경찰만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중인데, 이번처럼 경찰의 대응이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된 경우에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부활하는 게 국민의 생명권 보장에 유리하다. 헌재의 현명하고 조속한 결정을 기대한다.

나아가, 헌재의 심판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법무부는 다시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다른 어떤 방식으로라도 외부적인 수사와 감찰을 통해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고 슬픔을 달래줘야 한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이라는 국가의 근본적인 존립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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