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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노란봉투법안이 황당한 이유
 
2022-10-26 10:11:34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 파업 후 급물살…

법리적 논란 요소, 파업 조장 후폭풍


노란봉투법안이 발의되었다. 발의된 법안만 현재까지 10건이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약칭: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를 제한한다. 불법쟁위행위에 대해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노조의 존립을 어렵게 할 경우에는 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노조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의 상한선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명분은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로 노조 활동이 위축되고 조합원이 생계 곤란을 겪는 등 노동기본권 자체가 위협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그 제안 이유에 “월 200만원을 손에 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게 수 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고 적고 있다.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14년간 노조 상대 손해배상소송 총 건수는 151건이고 이 중 민주노총에 대한 것만 142건인데, 청구금액은 총 2752.7억원이며, 이 중 민주노총에 대한 것만 2742.1억원이다(이승길 교수).


14년간 청구금액은 총액이 2752.7억 원인데, 이 법안의 제안 이유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게 수 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식으로 과장했다.



대우조선 파업 후 급물살…

이어서 “…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에 대하여,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단순파업’이라도 '형법'의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어 업무방해죄가 광범하게 적용되어 …”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의 경우에 대하여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한다고 판결했다(정희선 변호사). 이후 바뀐 게 없다. 따라서 ‘‘단순파업’이라도 형법의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거짓이다. 이쯤되면 ‘입법 제안’ 자체가 거의 허위를 기반으로 한 선동 수준이 아닌가?


특히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인정되지 않고 손해만큼 배상하여 그 손해를 메꾸어 주는 전보(塡補)배상주의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전보를 받지 못하면 그 피해는 죄 없는 피해자가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피해자인 사용자에게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는 면책의 특권을 부여하려면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특히 불법행위의 경우 가해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법리는 세상 어디에도 발견하기 어렵다.


상법상 선박소유자·해상운송인·항공운송인(항공사)을 위한 책임제한제도가 있으나, 모두 국제조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법리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이 경우도 일정 한도로 감면할 수 있는 경우는 계약책임에 의한 손해배상뿐이며,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선박소유자, 해상운송인, 항공운송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하면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이를 보완하는 것이 보험이다. 선체보험·기체보험·운송보험·여행보험이 개발되어 있어서 피해자의 손해는 일정 부분 보험으로 커버한다. 노조만 보호하고 사업자의 권리는 팽개치는 노란봉투법안은 민법의 주요 영역인 불법행위법체계(민법 제750조 이하)를 무너뜨리고 손해배상법 체계를 허물어 한국의 사법체계(私法體系)를 파괴한다. 용납하기 어렵다.


이미 현행 노조법은 헌법상 노동3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정당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조나 근로자에게 그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민형사상의 면책을 두고 있고(동법 제3조ㆍ제4조), 이것으로 충분하다.



법리적 논란 요소, 파업 조장 후폭풍

유사한 입법 예로는 영국법이 있다. 독일 등의 ‘산별노조’ 체제와 달리 영국은 ‘기업별노조’ 체제고, 막대한 손해배상은 재정이 취약한 기업 노조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에 영국에서 유사 법률이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조합원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에 이론(異論)이 없고, 단체인 ‘노동조합’의 책임만 일정 부분 면책시킬 뿐, 개인과 노조 모두 면책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이는 불법행위법의 어떤 이론을 동원한다고 해도 완전 면책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Consolidation) Act 1992)은 대체근로 허용, 파업 12주 이후 해고 가능 등 사용자를 위한 충분한 장치를 두고 있고, 찬반투표, 사용자 통보 등 엄격한 절차적 요건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면책이 박탈된다. 특히 폭력·파괴적 피케팅 행위는 면책될 수 없고, 해당 조합원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한 나라의 법률 시스템 전체를 보지 않고, 매우 독특한 규정 하나를 따와 한국 법 체계에 끼워 넣는 것은 한국 고유의 법 체계를 파괴할 위험이 매우 크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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