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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북한 핵전략, ‘억제→사용’ 전환…법에 ‘영토완정’ 담아 무력통일 노골화
 
2022-10-20 14:48:12
◆ 조영기 전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조영기의 Deep Read - 北 핵무력 법령과 핵전략

김정은의 ‘핵 교리’ 악성 진화…‘전쟁억제 위한 전략핵’ 개발에서 ‘선제타격 위한 전술핵’ 도발로
새 법안에 ‘핵무기 사용 5대 조건’ 못박아 한반도 통일 야욕… 야당의 “친일국방” 등 안보 외면 행태 위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권좌에 있으면서 ‘핵 교리(nuclear doctrine)’를 2차례 채택했다. 첫 번째는 2013년 ‘자위적 핵 보유법’, 두 번째는 올해 ‘핵무력 정책법’이다. ‘핵무력 정책법’은 지난 10년간의 핵무력 질적 고도화와 양적 증가를 반영해 새롭게 내놓은 핵전략이다.

한마디로 북의 핵전략은 ‘억제(deterrence)’에서 ‘사용(usage)’으로 진화했다. 법 전문에 등장하는 ‘영토완정(完整·일국의 영토를 단일주권으로 완전하게 통일한다)’이라는 문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악성 진화한 핵 교리

두 개의 핵 교리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2013년 ‘자위적 핵 보유법’은 핵 보유를 우선한 교리다. 이 법은 핵을 ‘적대적 핵 보유국가와 이에 가담하는 국가들’에 대한 ‘핵전쟁 억제, 선제 핵 타격에 대한 보복, 핵 공격에 대한 방어’의 수단에만 사용하는 대신 선제 핵 사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즉 당시만 해도 핵무기는 ‘억제’용이었다.

물론 핵무기 개발 초기 단계의 불완전한 상황을 고려할 때 억제에 중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발사는 억제에 중점을 둔 행동으로 해석됐다.

북은 2017년 11월 ICBM급 화성-15형 발사 직후 억제에 중점을 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하지만 중장거리 미사일 성능 향상은 기술적 한계로 벽에 부닥쳤고, 2019년 2월 미·북 간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사일 개발·도발 행태는 단거리 중심으로 바뀌었다. 즉 ‘하노이 노딜’ 이후 사거리 400∼800㎞의 단거리 신형 전술미사일 성능 향상에 역점을 둔 개발이 주를 이뤘다. 주로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개량형(북한판 현무-4),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 KN-25 초대형 방사포 등이다.

미사일 발사 행태의 변화는 핵 교리의 방향 전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결과물이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한 ‘핵무력 정책법’이다. 이 법 제정으로 북한의 핵 교리의 방향은 ‘억제에 기반한 전략핵’에서 ‘사용을 전제로 한 전술핵’으로 전환됐다. 북한의 핵 교리가 10년을 지내며 악성으로 변질한 것이다.

◇‘핵무력 정책법’ 讀法

이 법은 전문과 본문 11개 조로 구성돼 있다. 이 법이 급진적·공세적·위협적인 교리로 평가받는 이유는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핵전(核戰)과 비(非)핵전에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 때문이다.

‘사용 5대 조건’은 △북한 또는 지도부에 대한 핵무기 또는 대량파괴무기(WMD) 공격이 있을 때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 △전쟁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경우 △국가의 존립과 주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 등이다. 또한 핵무기를 앞세워 ‘영토완정’의 숙원을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전문에 담았다. ‘영토완정’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국내에서 그 위중함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 교리를 ‘억제’에서 ‘사용’으로 전환하려는 징후들은 꽤 오래전부터 포착됐다.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총화 보고를 통해 KN-23, KN-24, KN-25, 신형 순항미사일 등을 모두 ‘첨단 핵 전술무기’로 간주하고, “이미 시작된 핵무력 건설을 중단 없이 강행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게 첫 징후다. 이는 한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전술핵 개발이 일정 수준 진척됐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 뒤 지금까지 선제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 전방 부대의 작전 임무 추가 확정에 대한 논의들이 이어졌다.

이런 징후의 결정판이 ‘핵무력 정책법’이다. 특히 지난 9월 25일 이후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공세적 각종 대남 도발은 핵 보유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자, 핵 교리 변경으로 인한 현장 점검 차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위중한 안보와 반일 몰이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 등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핵무기 30∼60기를 보유한 이후 매년 12∼18기씩 추가해 왔다. 2020년엔 67∼116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고, 오는 2027년까지 북한이 보유하는 핵무기는 151∼242기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량의 핵 보유와 함께 위협적·공세적으로 진화한 핵 교리는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핵 발 안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제1야당이며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에 ‘반일(反日)’ 프레임을 씌워 북한의 호전적 행태를 은폐하려고 한다. 이재명 당 대표는 “한국 국방력이 세계 6위”라고 했다. 자칫 군사력이 세계 상위권에 있고 북한을 압도하는 수준이므로 안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들린다.

그러나 ‘국방력 세계 6위’는 북한의 핵무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의미한 계산법일 뿐이다. 핵을 고려할 때 남북 군사력은 역전된 지 오래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후 남북의 군사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을 100으로 할 때 북한은 221.2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6년이 더 지나고 7차 핵실험을 앞둔 상황에서 그 격차는 훨씬 벌어졌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북핵 위협의 위중한 안보 현실을 반일 몰이로 외면하려는 행태는 위험스럽다.

게다가 북한의 핵 개발 집착이 한반도 전역의 무력통일을 위한 수단으로 핵을 활용하겠다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 정권에 있어 지난 10년이 핵무력 완성을 위한 기간이었다면, 향후 10년은 한반도 무력통일에 진력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핵무력 정책법’ 전문에 담긴 ‘영토완정’ 문구가 이를 말해준다.

◇‘영토완정’에 담긴 뜻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북한 정권을 세운 할아버지 김일성의 ‘국토완정’과 동의어다. 여기엔 일국의 영토를 단일주권으로 완전하게 통일한다는 뜻이 담겼다. 김일성은 1948년 9월 북한 정권을 수립하고 이듬해인 1949년 신년사에서 국토완정을 13번이나 반복했다. 그리고 1년 반도 채 안 돼 6·25 남침전쟁을 일으켰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3연임 확정 후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한 건 심상치 않다. 김정은의 ‘영토완정’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북·중의 관계로 미뤄볼 때 시진핑의 대외정책은 김정은의 도발 야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전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용어 설명

‘영토(국토)완정’이란 ‘한 나라의 령토를 단일한 주권 밑에 완전히 통일하는 것’(북한 조선말대사전). 김일성이 1949년 이 말을 썼고, 마오쩌둥도 과거 대만 흡수통일을 겨냥해 이 단어를 사용.

‘핵 교리’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독트린을 말함. 핵 보유 여부와 재래식 군사력의 우열 등을 놓고 핵 선제사용, 처벌억제, 거부억제 등 각종 핵무력 운용 방식을 결합해 가변적 교리를 만들어냄.

■ 세줄 요약

악성 진화한 핵 교리 : 김정은은 2013년 ‘자위적 핵 보유법’과 올해 ‘핵무력 정책법’ 등 두 번의 핵 교리를 채택. 북의 핵전략은 과거 ‘억제에 기반한 전략핵’에서 현재 ‘사용을 전제로 한 전술핵’으로 악성으로 전환함.


‘핵무력 정책법’ 讀法 : 새 핵 교리는 급진적·위협적으로 평가됨.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핵전과 비핵전에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 때문. 전문엔 ‘영토완정’의 숙원을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담음.

‘영토완정’에 담긴 뜻 : 김정은의 ‘영토완정’은 김일성의 ‘국토완정’과 동의어. 시진핑의 對대만 강경 발언과도 맞닿아 있음. 영토를 단일주권으로 완전하게 통일한다는 뜻이 담겼다는 점에서 무력통일 의지를 노골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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