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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타다금지법, 노란봉투법…입법 참사
 
2022-10-06 15:17:37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불법 콜택시 영업’ 논란이 일었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전·현직 경영진이 2019년 2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됐었지만, 지난주 제2심 서울고법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통신 기술을 접목한 모빌리티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다. 승차 공유는 경제 체제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진통을 겪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다. 이 물결을 막는다 해도 일시적일 뿐,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이를 막는다는 것은, 기계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면서 기계를 때려 부순 19세기 초 영국 러다이트운동처럼 부질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박상구 부장판사의 2020년 2월 19일 제1심 판결문은 법조계에서도 연구 대상으로 알려진 명판결문이다. 먼저, 이 판결문은 행정법규가 형벌법규를 포함하는 경우, 그 행정법규 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도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정법규 위반의 경우에도 형법규정처럼 법률에 명백히 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은 것을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을 통해 범죄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행정법규가 대부분인 각종 경제법령상 CEO 처벌 규정이 2019년 기준 2205개에 이르는 ‘과잉범죄화 처벌공화국’이다.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제1심 판결 이후 당시 거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타다금지법’을 입법해 ‘타다’와 비슷한 혁신사업을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투자자는 사업을 접어야 했기에 막대한 손해를 봤고, 1만2000여 명의 타다 운전기사들은 바로 일자리를 잃었다. 최근 택시대란이 심각해지면서 시민들은 밤마다 택시를 잡지 못해 고통받고 있고, 정부는 심야시간대 택시 호출료를 3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올리는 처방을 내놨다. 서울시의회는 이미 기본요금 인상 등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일자리 잃고 택시 잡기 어렵고 비싼 택시요금 물어야 하게 됐지만, 혁신의 싹은 잘린 그대로다.

국회가 국가의 성장과 국민 편익을 내팽개치는 이런 엉터리 법률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포획이론(capture theory)이 그 답을 알려준다. 규제 권력을 쥔 공무원들이 이해관계자들에게 포획된다는 이론이다.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 등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실은 ‘선거 승리’라는 사적 이해관계를 자신의 직무 수행과 의사결정에 있어 최우선 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거 승리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 주는 이익집단의 요구를 기쁘게 들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도입한다. 대외적 명분은 민원 해소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일명 노란봉투법도 그런 법률들이다. 민간이 규제에 막히면 정부는 본연의 사명과 기능을 다 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 상태가 된다.

고법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울분을 토하지만 소용없다. 타다금지법은 오늘도 엄연히 시행되고 있고, 혁신은 여전히 막혀 있다. 이 법률 통과를 주도했던 의원들은 양심이 있다면 국민 앞에 사죄하고,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 이 법률을 신속히 개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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