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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이준석 사태’로 드러난 정치 후진성… 대통령·여당 지지율 동반하락
 
2022-07-14 13:29:40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김형준의 Deep Read - 이준석 징계와 여권의 미래

국민의힘 내분이 기름 부어 유례없는 ‘집권 초 레임덕’우려
與, 자율성 없는 낮은 제도화로 정치발전 지·정체
尹, ‘딥 러닝’통한 혁신으로 정치 빅뱅 일으켜야
1년 내 성과 못내면 국정 지지도의 심리적 마지노선 붕괴


국민의힘 대표인 ‘이준석 징계’ 사태는 여당 지지율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동시에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이번 징계 사태는 좀처럼 성장하지 않는 ‘발전의 지·정체’ 현상을 겪는 한국 정치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우선 과제는 ‘혁신’이다. 새 정부 성공 여부는 집권 1년 이내의 국정 성과에 달려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 시한 내 정치와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유례없는 집권 초 레임덕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

이준석 징계 사태에는 기본적으로 권력투쟁이 작동했다. 이 대표 본인의 문제와는 별개로, 그의 징계 과정에 향후 당 주도권과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이 대표를 견제하거나 배제하려는 여권 주류인 친윤(親尹)계 인사들의 계산법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 ‘정치제도화’라는 틀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새뮤얼 헌팅턴 교수에 따르면 정치제도화의 관점에서 ‘정치발전은 조직과 절차가 가치와 안정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그가 꼽는 정치제도화의 척도는 적응성(adaptability), 복합성(complexity), 자율성(autonomy), 그리고 응집성(coherence)이다.

이런 척도에 따른다면 한국 정당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제도화의 수준이 매우 낮다.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약해 정당의 수명이 정권이나 정치지도자의 운명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나라 정당의 구조와 기능은 지극히 단순해 당 조직은 계파와 같이 단순한 사적 이익이나 감정에 주로 기초한다. 당 대표나 대통령 측근 그룹이 당직과 공천권을 독점하고 장악하는 체제 아래에서 정당의 자율성도 자라날 수가 없다. 집권당의 경우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당 대표(혹은 대권 후보)가 대립·충돌할 때 당의 응집력은 현격히 떨어진다.

정치제도화의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 대통령과 갈등을 겪는 집권당 대표는 당내 대통령 친위세력에 의해 견제받고 심한 경우 축출되기도 한다. 계파주의와 분극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도화의 수준이 매우 낮은 한국 정당들이 혁신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준석 사태’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도화의 수준이 지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퇴행성을 말해준다.

◇이준석 징계 파장

지난해 말부터 7개월가량을 끌어온 이 대표 징계 사태는 본인에게도 비극적 사건이지만, 여당은 물론 심지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집권세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윤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한 징계 논의와 이를 둘러싼 당 내분은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 동반 추락을 이끄는 요인이 됐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추락했다.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심리적 마지노선’은 통상 40%다. 긍정 평가가 35% 밑으로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60%를 넘어서면 정권에 경고음이 울린다. 최근 일련의 국정 지지율은 레임덕의 마지노선에 육박한 수치라 봐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만에 20%대로 내려앉았고 여러 요인이 결합하면서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를 당했다.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40%를 밑돈 시기가 각각 집권 후 2년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속도는 너무 빠르고 가파르다. 취임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48.6%)보다 10%포인트가량 낮게 나왔다는 건 지지층이 크게 이탈한다는 증거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엔 이 대표 징계로 촉발된 국민의힘 내분이 크게 작용했다. 징계 과정에서 노출된 이 대표의 ‘이기심’, 중재를 외면하고 보신할 궁리만 한 중진들의 ‘무기력’, 유례없는 글로벌 복합 위기에서 내부 갈등에만 함몰한 의원들의 ‘안이함’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게 정당 지지율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하게 한 이유이고, 국정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원인이다.

◇혁신이 답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혁신이다. 무엇보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벗어나 국민이 걸었던 기대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당의 적응성, 복합성, 자율성, 응집성을 키워 정치제도화를 이룸으로써 궁극적인 정치발전을 예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딥 러닝’을 통해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윤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국정 어젠다를 선정해 ‘상징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정권을 잃더라도 대한민국을 살린다는 자세로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할 것을 선언하고 국민에게 개혁에 따른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설득해야 한다. 인사에서는 능력이나 전문성과 함께 다양성과 도덕성을 중시하고, 야당과는 통 큰 협치로 의회주의를 복원하며, 향후 신중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면서 ‘윤석열다움’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향후 국민의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준석의 탈당이다. 이 대표는 지역 기반도 없고 당내 우군도 없고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둘째, 이 대표 추가 징계와 지도체제의 변화다. 만약 이 대표가 기소된다면 ‘이준석 조기 사퇴론’이 다시 불거지고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이 가능성은 반반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내년 6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다. 내년 4월에 임기를 마치는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김기현 전 원내대표 등이 유력한 차기 당권 경쟁 후보가 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친윤계의 분화 여부다. 이는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만약 ‘딥 러닝’을 시작한 윤 대통령이 정치판을 새롭게 짜는 국정 쇄신을 단행할 경우 국민의힘에서도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

◇집권 1년에 달렸다

새 정부의 성공 여부는 집권 1년 내에 달렸다. 제임스 데이비스가 ‘J-커브’ 가설에서 주장하듯이, 이 기간 내 국민의 기대와 성취 간의 인내할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진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은 어려워지고 민심이 돌아서면서 레임덕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명지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새뮤얼 헌팅턴’은 비교정치와 국제정치 쪽에서 큰 업적을 남긴 미국의 정치학자. 그는 저서 ‘정치발전론’에서 근대화·제도화·혁명·개혁 등 개념을 동원해 정치질서·쇠퇴·안정·발전을 설명함.

‘J-커브’ 가설 혹은 이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민심의 기대 수준과 성취 수준 간의 인내할 수 없는 격차가 J-커브 행태를 띠게 된다는 것. 좌절이 깊어지면 현 체제에 대한 지지 철회와 반란으로 귀착.



■ 세 줄 요약

한국 정치의 후진성
 : 한국 정치의 제도화나 발전 수준은 매우 낮음. 혁신 없이는 제2, 제3의 ‘이준석 사태’가 재연될 수 있음. 낮은 제도화에도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된다는 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말해주는 것.


이준석 징계 파장 : 이준석 징계를 둘러싼 당 내분은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 동반 추락을 이끌었음. 국정 운영 긍정 평가가 30%대로 떨어졌다는 건 지지층 이탈을 말해줌. 이는 레임덕 마지노선에 육박한 수치.

혁신이 답이다 : 가장 절실한 건 혁신. 새 정부의 성공 여부는 집권 1년 내에 달려 있음. 이 기간 내 국민의 기대와 성취 간의 인내할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진다면 민심이 돌아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기하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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