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데일리안] 기업지배구조를 파괴하는 노동이사제 법안
 
2021-12-22 09:48:00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與 이재명표 ‘노동이사제’ 밀어붙이기

노동자 대표 상임이사에 포함

경영계 "민간도입 압박, 경영 큰 지장 우려"


여당 대통령 후보는 이번 정기국회 내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달 22일 한국노총과 만나 “노동자가 수많은 이사 중에 한두 명 참여하는 게 무슨 경영에 문제 되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공기관의 공적 기능에 도움이 된다”라면서, “야당 반대가 지속되면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신속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민생ㆍ개혁입법’으로 규정하고, 국회법 등에 따라 180석의 세력을 최대치로 행사하겠다고 벼른다.


노동이사제는 2020년에 한참 논의가 되었기로 그때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김경협, 김주영, 박주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3건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었다. 이 법률들은 아직 폐기되지 않고 있어서 여당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면 이들 법률안이 법률로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중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당시 가장 나중에 나온 법안인데, 이 법안은 입이 벌어질만큼 파격적이다. 내용을 잠시 들여다보기로 한다.


먼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 포함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들어 있다. 즉, 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를 2인 이상 포함해 이사회를 구성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공운법상 임원의 수에 관한 규정이 없다. 그래서인지 공기업 임원 수는 같은 규모의 사기업의 이사 수보다 훨씬 많다. 예컨대 국내 고용인원 10만명 이상인 삼성전자의 현 이사는 총 11명이다. 삼성전자는 아주 예외적으로 많은 경우고, 적게는 5명, 보통은 7명이거나 9명이다. 홀수인 이유는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회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2020년 10월 현재 공공기관 이사회의 평균 규모는 10.7명이고, 이 중 상임이사는 2.5명이며, 비상임이사는 8.2명이다. 법안에 따라 근로자 수 500명 이상 공기업은 2명의 상임 노동이사를 임명해야 한다면 상임이사는 모두 노동이사로 채우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런데 법안은 “노동이사는 이 법 및 정관으로 정하는 상임이사의 권한과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고 되어 있어서, 노동이사의 지위는 회사법상 사내이사의 지위와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사내이사와 동급의 보수를 받고, 경영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과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 감독권을 갖게 된다. 회사의 예산과 결산은 물론 모든 경영사항을 체크하고 재가(裁可)해야 한다. 기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이사는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다. 결국 노동이사 2명이 사내이사이자 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면서 공공기관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근로자 또는 그 근로자를 이사로 밀어 넣은 노조가 공기업을 접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음으로, 법안은 감사위원회의 위원 중 1인 이상을 노동이사로 임명하라고 규정한다. 현행 공운법은 상임감사위원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여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대통령 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하도록 한다. 또 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공인회계사, 변호사, 교수 또는 감사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사람 등으로써 임명해야 하고, 해당 기관의 업무를 담당하는 상임 임직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상임 임직원이었던 사람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따르면 노조원이 노동이사면서 감사위원으로 추천되면 그는 감사위원으로서의 다른 모든 자격요건과 결격요건을 초월하는 것으로 되어버린다. 노동이사에 대한 지극한 특혜가 아닌가.


한편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임원은 1년을 단위로 연임될 수 있으나, 이 법안은 “노동이사는 3년 단위로 연임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다른 이사 및 감사와는 달리 직무수행실적(성과계약 이행실적) 평가를 면제하는 것으로 정한다. 귀족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황제를 모셔 오라는 것인가. 상장공기업은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서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노조가 상임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주주의 권한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면서 법리적으로도 주식회사법의 근본을 깨뜨리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법안은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하면서 현행 상법 또는 공운법상 공공기관의 이사 또는 이사회 제도와는 달리, 노동이사들에게 파격적이고 특수한 지위를 보장해 그 노동이사들이 공공기관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를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 칼럼 원문은 아래 [칼럼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칼럼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143 [서울경제] 반도체 외교로 열릴 한미동맹 새 지평 22-05-23
2142 [세계일보] ‘중립 의무’ 팽개친 국회의장 후보들 22-05-20
2141 [문화일보] 與 ‘취임 덕’이냐, 野 패배 소용돌이냐 22-05-20
2140 [문화일보] 경제안보, 국민 공감대도 중요하다. 22-05-17
2139 [아시아경제] 윤 대통령의 지성주의 복원 22-05-16
2138 [서울경제] 정치 방역의 민낯, 항공업계 족쇄 채우기 22-05-16
2137 [문화일보] 입법 재앙 보여준 중대재해법 100일 22-05-06
2136 [문화일보] 검수완박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의무 22-05-06
2135 [한국경제] 현실로 다가온 북핵 위협 22-05-04
2134 [조선일보] [朝鮮칼럼 The Column] 극복해야 할 ‘우물 안 개구리’ 외교 22-05-04
2133 [서울신문] 민생 위한 기업인 특별사면 기대한다/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2-05-03
2132 [문화일보] 국민과 헌법 저버린 검수완박 폭주 22-04-27
2131 [매일경제] 문정부의 마지막 결단, 기업인 사면을 기대한다 22-04-27
2130 [아시아경제] 대통령의 통치철학보다 더 중요한 것 22-04-27
2129 [문화일보] 민주당 신구 권력투쟁… 이재명 재기 둘러싼 ‘주류세력 교체’ 싸움 본격화 22-04-20
2128 [서울경제] 입법시스템 개선 시급하다 22-04-20
2127 [에너지경제]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검수완박’ 22-04-20
2126 [문화일보] 투자개방 병원 적극 도입 서두를 때다 22-04-18
2125 [아시아경제] 북핵대비 생존전략 22-04-18
2124 [한국경제] 한국의 GAFA는 언제 나오나? 22-04-1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