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5 09:20:14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심 후보의 네 번째 대권 도전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
첫째,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집권당인 민주당은 스스로 개혁 진보 정당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런 평가는 많이 퇴색되어 ‘기득권 내로남불 정당’으로 전락했다. 심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적 불평등과 차별, 혐오 같은 사회적 위기에 놓여있다”며 “성별·지역·세대 간 차별을 없애고 민주주의가 강한 인권·노동·젠더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심 후보의 출마는 진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담대한 도전이다.
둘째, 다원정치로의 전환이다. 한국정치는 수십 년간 승자독식 양당정치가 존재해왔다. 결과적으로 권력투쟁과 지역 패권 정당 체제가 고착화됐고, 진영의 논리에 따라 극단과 대립의 정치가 판을 쳤다. 최고의 민주주의 이론가인 고(故) 로버트 달 교수는 “민주주의란 ‘다수의 지배’가 아니라 ‘소수들의 지배’다. 다수란 수많은 소수들로 구성되며, 수많은 소수들이 지배하는 것이 민주주의다”라고 역설했다. 정당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다당 체제로 많은 정당들이 경쟁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다원 민주주의다. 심 후보가 여야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가치와 정책 제시를 통해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부각되면 ‘다원주의 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셋째, 시민정치 시대를 열기 위해서다. 심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만드는 비전과 정책을 갖고 국민들의 지지를 모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저 심상정과 정의당의 승리가 곧 시민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제 남은 열정을 모조리 쏟아 붓겠다”고 했다. 내년 대선은 ‘48(패자) 대 52(승자) 구도’로 전개되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2017년 대선에서 심 후보는 정의당 후보로 완주해 진보정당 대선 후보 사상 최다 득표율(6.2%)을 기록했다. 2017년 대선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심 후보는 20대 연령층에서 12.7%의 득표로 안철수 후보(17.9%)와 유승민 후보(13.2%)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9.8%를 득표했다. 따라서, 정의당 심 후보의 대권 출마 자체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너무 높고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바닥이다. 한국갤럽의 9월 3주 조사(14∼16일)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호감 34%, 비호감 58%인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호감 30%, 비호감 60%였다.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조사(10월11일)에서는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누가 도덕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1%가 이 지사를 꼽았다. 윤 전 총장은 31.6%로 그다음이었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부동층이 크게 늘어나고 유권자들은 충동적으로 차악의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심 후보는 강력한 도덕성과 비전 제시를 통해 최선이 아닌 차악을 강요하는 선거를 끝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노동과 젠더의 가치가 존중되는 진보정치의 대안을 보여주고, 수많은 소수가 지배하는 다원정치의 기틀을 마련하며, 여성이 미래이며 위대한 시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것이 ‘심블리’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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