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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쓴웃음 나오는 감사위원 선임 '3%룰' 코미디
 
2021-10-05 09:24:30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일부 기업 ‘3%룰’ 피하려 지분 쪼개기

여러 세력 경영권 위협 우려 큰데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은 부당


감사(위원) 선임시 적용되는 ‘3%룰’ 코미디가 재현됐다. ‘3%룰’을 지키느라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여러 명에게 나눠주고 주주총회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는 ‘지분쪼개기’ 사례가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과거 소액주주 쪽에서 지분쪼개기가 더러 있었지만, 이번에는 최대주주 쪽에서다. 최대주주가 쪼갠 것은 처음이라 세간의 이목을 끈다.


소위 ‘3%룰’은 ‘합산 3%룰’과 ‘개별 3%룰’이 있다. ‘합산 3%룰’은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의 상장회사가 상근감사 또는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전부 합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머지 모든 상장회사 대주주 및 비상장회사 대주주는 개별적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의결권이 제한되는데, 이를 ‘개별 3%룰’이라 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의 경우는 감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합산 3%룰’이 적용된다.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은 ‘기타비상무이사인 감사위원’을 말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개별 3%룰’이 적용된다.


소액주주 쪽 지분쪼개기 사례는 다음과 같다. A회사의 2대 주주인 모 프리이빗 에쿼티(PE)가 A회사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감사를 선임하겠다는 주주제안을 했다. 감사 선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PE는 자신이 가진 발행주식 총수의 25.06%인 지분을 잘게 쪼개 특수목적법인(SPC) 6곳을 설립했다.


SPC는 형식상 각자 독립된 법인이므로 각자가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총 1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A회사의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모두 합해 발행주식 총수의 34.26%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의결권은 3%만 행사할 수 있었다. ‘합산 3%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PE 대 회사의 세력 비율이 18:3이 될 터라, A회사는 황급히 감사선임안을 철회했다.


최근 최대주주의 지분쪼개기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B회사의 소액주주연대가 주주제안제도를 이용해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을 제안했다. ‘기타비상무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B회사는 그 정관을 변경해 ‘사외이사만이 감사위원이 될 수 있다’고 정했다. ‘기타비상무이사’가 감사위원이 되는 일이 있을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리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만을 선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회위원’이어서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발행주식 총수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합산 3%룰’이 적용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이 ‘합산 3%룰’이 적용되지 않고, 각 주주별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만 제한되는 ‘개별 3%룰’이 적용된다.


이제 B회사의 최대주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3%대의 지분을 가진 개인을 다수 규합하면 소액주주연대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B회사 대주주는 3%대의 지분을 타인에게 대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우호세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확보한 3%대의 지분의 합계가 소액주주연대가 확보한 지분의 합계보다 많아져, 표대결에서 대주주가 승리했다.


필자는 지분쪼개기의 중심에 선 소액주주 쪽이나 최대주주 쪽 그 누구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경영권 공격 또는 경영권 방어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언론은 PE가 먹튀를 위해 기업을 공격하려고 지분쪼개기를 한다면서 PE를 비난하기도 한다. 또 다른 언론은 기업 대주주의 지분쪼개기를 편법 동원이라면서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분쪼개기는 어느 경우에나 편법이 아니다. 법을 제정할 때 이미 이런 사태가 생길 수 있음을 예상했었고, 그러면서도 입법했다. PE의 공격은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매기효과가 있다면서 허용했다. 사외이사 선임에서 ‘합산 3%룰’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이미 상법 시행령에 세계 최고의 엄격한 결격사유를 규정해 경영자나 오너로부터 독립적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추가적 조치가 필요 없었다.


그리고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모두 합해 3%로 제한할 만큼 사외이사의 존재가 의미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그들이 하는 일이나 그들에게 지급하는 보수 등에 비춰 그렇게 공들여 뽑을 필요가 없다. 본래 사외이사란 값싼 장식품이 아니던가?


한편 어느 신문은 최대주주의 지분쪼개기 사례를 두고 “정부가 기업 지분 쪼개기를 보고 아예 모든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전부 합해 3%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법안을 개정할까 우려스럽다”고 썼다. 그럴 리 없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기업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즉 6촌 이내의 친족과 4촌 이내의 인척 외의 우호세력에게 지분을 양도하거나 대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이 ‘합산 3%룰’을 가볍게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 대차거래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합산 3%룰’이든 ‘단순 3%룰’이든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런 코미디를 더 이상 보지 않으려면 정도(正道)로 나가야 한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 ‘개별 3%룰’이나 ‘합산 3%룰’ 같은 것을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감사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의 제한은 1962년 1월 20일에 공포된 제정상법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한국에는 소규모 가족회사만이 존재했다.


상법 제정위원 중 한 분이 “소규모 가족회사에서 이사와 감사를 모두 대주주가 선임하면 사실상 감사의 감독기능이 없어진다”는 아주 소박한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딱히 반대하는 위원이 없어 세계 최초로 이런 괴상한 규정이 상법에 도입됐다. 당시에는 의미있는 기발한 생각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현재, 한국에는 포츈 500대 글로벌 대기업이 14개나 된다. 기업 경영은 글로벌 표준에 따르는데 기업규제법규는 6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개별 3%룰’도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지만, ‘합산 3%룰’은 제2대, 제3대 주주에 대하여 최대주주만을 부당하게 역차별하면서 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언제까지나 이 재미없는 코미디 쇼를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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