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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法의 본질마저 침해하는 與 언론 악법
 
2021-08-06 09:34:48
◆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여당의 입법 폭주가 다시 시작됐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패 뒤 민심의 눈치를 보던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180석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인다. 최근 전교조의 숙원이던 위헌적 국가교육위원회법을 통과시켜 교육 현장을 이념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 데 이어, 비판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도 예고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독소 조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만이 아니다. ‘허위·조작 보도’ 개념을 신설해 국가가 이를 판정하도록 했고, 서면으로 해야 했던 정정보도 청구를 전자우편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게 범위를 넓혔다. 정정보도 청구가 있으면 ‘지체 없이’ 해당 기사의 제목과 본문 상단에 그 사실을 알리는 표시를 해야 하고, 그 내용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 보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언론 보도가 있는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없던 것을 각 6개월과 3년으로 늘렸고, 삭제 청구의 경우 기간 제한을 없애 버렸다.

기사 제목에 대해 내용과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언론 보도의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을 도입해 민사소송의 대원칙에 중대한 예외를 인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해야 한다. 보도에 불만을 품은 특정 세력이 정정보도 청구를 핑계로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키는 것은 일상이 된다. 기사마다 ‘정정보도 청구 대상’ 딱지가 붙고, 언론사와 기자는 해당 기사가 고의·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1년 내내 엄청난 변호사 비용과 함께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권리 보장 없는 민주주의’ 즉, 다수의 폭정(暴政)을 가장 두려워했다. 볼셰비키는 ‘다수’를 의미하는 러시아어다. 그 혁명의 비극적 역사는 우리가 아는 바다. 자유민주주의는 법과 견제 균형 시스템에 따라 권력을 억제하려는 복합적인 제도다. 법률은 정의의 규범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를 구현해 놓은 것이다. 법치주의의 본질도 국가권력에 제한을 두는 것에 있다. 우리의 법은 정당하고 통치자가 누구든 그 행동을 적시(適時)에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한, 그 법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영국의 커먼로(common law)는 치우치지 않았으므로 ‘공통의 법’이라 불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말살하는 반민주 악법이다. 열린사회는 권력이 누구의 관점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대원칙 위에 세워졌다. 토머스 제퍼슨은 “인간은 이성과 진실의 지배를 받을 것이고, 우리는 진실에 모든 길을 열어 놔야 하며, 이를 위해 찾아낸 것 중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언론의 자유”라고 했다. 진실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절름발이다. 진실을 밝히고 권력을 감시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언론의 자유다.

권력은 원래 남용되기 쉬운 중독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입법부 권한은 단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신탁적 권한일 뿐, 그 활동이 위임된 책임에 반하는 경우 입법자를 변경하거나 그 권한을 박탈할 최고 권력은 여전히 국민에게 있음을 집권 세력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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