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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정상화 문턱 넘어선 韓외교, 한미동맹 복원 힘써야
 
2021-06-02 17:04:40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외교관들 사이에서 국가 간 정상회담은 ‘성공이 보장된 회담’ ‘성공할 수밖에 없는 회담’으로 통한다. 정상회담은 정상들이 만나 현장에서 직접 협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실무선에서 논의돼 합의된 사항을 공식화해 발표하는 다분히 의례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현안 내용보다 영접인사 직급, 회담 시간, 오만찬 메뉴 등 의전사항이 더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국가 간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없을 수 없지만, 이견은 비밀에 부쳐지고 논의 사실 자체가 부인되곤 한다. 이견이 너무 커서 ‘성공적 회담’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경우에는 아예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 지극히 희귀하게 실무적 사전조율 없는 정상회담도 있기는 하나, 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파탄으로 끝난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그 대표적 사례다.


최근 워싱턴에서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이 성공하리라 기대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양국 간에 아무리 성공적 사전협의를 한다 한들, 북한 및 중국 문제를 둘러싼 양국 입장에 너무도 현저한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한국 측 핵심 관심사인 북·미 정상회담과 대북한 제재완화에 미국이 동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미국의 관심사인 한미 연합훈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한미일 안보협력, 남중국해 문제, 대만 문제, 북한 인권, 중국 인권, 쿼드(Quad) 플러스 참여, 대중국 첨단기술 통제 등에 한국이 동의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 양측 입장이 절묘하게 반영된 공동성명이 채택됐고, 양국 정부는 공히 ‘성공적 회담’을 선언했다.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 중국 인권, 쿼드 참여, 대중국 첨단기술 통제 문제는 물론, 지극히 예민한 대만해협 문제와 코로나19 근원조사 문제 등 미국이 미·중 대결 차원에서 중시하는 모든 현안이 빠짐없이 반영됐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미 정상회담과 대북제재 완화는 거부했지만, 대신 남북 판문점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대북 협상의 기초로 한다는 개념을 수용했고, 원론적인 대북한 인도적 지원 추진에도 동의했다.


또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한식 표현을 수용했다. 연합훈련 실질화, 사드기지 인가, 한미일 합동훈련 등 핵심 안보현안들의 불포함에도 동의했다. 다만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와 북한 인권문제는 미국 입장이 관철됐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은 임기 말 최대 관심사인 대북 관계 진전을 위해 대중국 관계를 희생했고, 미국은 한국을 중국 진영에서 이탈시키려는 대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 안보 현안들을 양보한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이 반영한 중국 관련 문구들이 구체적 정책과 입장을 기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이 얻어낸 북한 관련 문구는 다분히 원론적, 관념적 표현들이다. 따라서 대체로 국제정치적 실리는 미국이 얻고, 한국은 국내정치적 명분 확보에 치우쳤던 회담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는 잔여 임기 동안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마지막 총력을 기울이려는 조짐이다. 그러나 신기루는 신기루일 뿐이다. 우리 외교가 이제 어렵사리 정상화의 문턱을 넘어선 만큼, 그간의 왜곡된 대외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미동맹을 원상태로 복원해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일이 이 정부에 남겨진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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