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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美에 등 돌리고 ‘백신 친구’ 가능한가
 
2021-04-28 14:42:19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반도체 공급망 통제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동맹국들과의 과학기술 협력망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과학기술 먹이사슬의 최상층부를 점하고 있는 미국이 군사력 대신 과학기술력을 중국과 대결의 핵심 무기로 삼아 중국 경제를 타도하기 위한 과학기술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패권 경쟁에서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일체가 되고 있고, 정경분리라며 미·중 사이를 오가던 나라들은 택일을 요구받고 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을 표방하며 몸은 미국에, 마음은 중국에 의존해 온 한국의 양다리 외교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중 대결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와 무관한 코로나19 백신 분야에까지 확장됨으로써 백신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이 아프리카 우방국 등 후진국에 자국산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고 있음을 의식한 듯, 미 국무부는 향후 잉여 백신을 외교적 우선순위에 따라 먼저 접경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다음으로 일본, 인도, 호주 등 쿼드(Quad) 국가, 이어서 미국의 여타 동맹국과 우방국들 순으로 공급할 의향을 천명했다. 모든 나라가 자국에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나라에 우선순위를 주고 있음을 고려할 때, 미국의 그런 순위 설정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같은 시기에 백신 부족으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향해 백신을 공급해 달라 손을 벌리고 있다. 말로는 미·중 균형 외교를 한다면서 경제 문제는 물론 외교 안보 현안들까지 모두 중국과 협력하고 공조하던 문 정부 아닌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 따르면 우리 외교 당국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며 미국의 선처를 요청 중인 것 같다. 문 정부는 동맹국이자 ‘친구’인 미국이 그 적국인 중국과 대립하는 여러 현안에서 거의 항상 중국 편에 섰다. 지금도 미국이 요청하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 사드(THAAD) 정식 배치, 한·미·일 삼각 협력 복원, 북한 비핵화와 인권 개선, 화웨이 제재, 남중국해 문제, 홍콩 인권 개선, 대중국 연합전선 참여 등 모든 사안에 대해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정부가 어찌 ‘친구’란 말을 같은 입에 담을 수 있었을까.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국제관계도 철저히 상호적이다. 특히, 동맹관계는 혼인서약과 마찬가지로 상호적 지지와 지원을 의무로 받아들일 것을 서약하는 국제법적 약속이다. 모든 국가는 필요시 언제든 주권적 결정으로 동맹을 파기할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맹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동맹국의 적국과 이면에서 협력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동맹조약 위반이고, 정치적으로는 동맹국에 대한 배신 행위다. 인간사회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비난받고 배척받고 고립된다.

지난 4년간 문 정부는 1953년 한미동맹 체결 이래 공동의 가상적국이었던 중국과 북한을 흠모하며 동맹에 역행하는 길을 걸었다. 국제 문명사회와 절연하고 그들 퇴행적인 두 나라와 어울리다 보니 닮아 가는지, 최근엔 그들의 단골 무대인 미국 의회 인권청문회에 한국 인권이 30여 년 만에 상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라면서 찾아와 백신 공급을 요청하는 한국을 미국은 어떻게 대했을까. 아마도 미국의 동맹국들이 늘어선 긴 줄을 가리키며 자기 자리를 스스로 찾아가 서라고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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