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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모병제, 정략적 논의 반대한다
 
2021-04-27 13:38:56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실성 없는 선거표심만을 위한 병역제도 전환 논의 괜찮은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이남자(20대 남성)’의 낮은 지지를 회복하고자 정부와 여당에서 또다시 모병제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모병제와 함께 남녀평등 복무제까지 제기하고 있고, 다수의 여당 의원들도 찬성하고 있다.

 
병역제도에 관한 논의와 변화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러한 정략적 논의는 잘못된 것이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과 충분한 논의없이 불쑥 제기했다가 선전효과가 없어지면 사라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병역제도는 국방부, 행정안전부, 병무청 등의 실무자들이 이상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여 건의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추진되어야지, 정치권에서 하향식(top-down)’으로 결정한 후 시행부서에서 온갖 뒷치닥거리를 하도록 해서는 곤란하다.
 
당연히 징병제와 모병제는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징병제의 장점은 평등한 병역의무와 국민단결 보장, 그리고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대신, 모든 젊은이들이 입대함으로써 천재적 청년들이 역량을 극대화하지 못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비용(opportuniy cost)이 크고, 다양한 병역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모병제는 사회적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군대의 질을 높일 수 있지만, 총력안보 의식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우수인력이 과연 군복무를 자원할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한국군은 상당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징병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병역제도의 전환을 결정할까? 이에 대해서는 다수의 학자들이 다수의 요소를 식별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위협의 강도이다. 위협이 높으면 대규모 군대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징병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원래 징병제가 도입된 것도 나폴레옹이 대규모 군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128만명이나 되는 대군을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를 계속적으로 증강하고 있으며,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는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병력감축이 불가피한 모병제로의 전환이 위험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기대 수준으로 우수요원이 지원하겠느냐는 점도 면밀하게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병사들에게 월 300만원 상당의 봉급을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병사로서의 평생직업을 선택할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일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KBS 2020 9월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민들의 61.5%가 모병제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과연 하나 또는 둘 뿐인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평생 병장으로 근무하도록 권장할 부모의 숫자를 조사해보면 그 비율은 매우 낮을 것이다. 간부로 점차 진급시켜 주면 된다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병사보다 간부가 많아지는 역피라미드 군대가 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군대로 싸워 이길 수는 없다. 그래서 독일도 2011년 모병제로 전환하였지만, 아직도 징병제로의 전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고, 타이완의 경우에도 수만명을 감축한 후 17만명으로 유지하면서도 우수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대두되자 국민들의 불안도 늘어나고 있다.
 
모병제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급격한 출산율 저하는 징병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현재 출산율이 0.8-0.9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 제도로는 50만명의 군대를 유지할 수가 없다. 병사를 40만명으로 고려할 경우 현재처럼 병사들의 복무기관을 18개월로 유지할 경우 매년 27만명은 군에 입대해야 하는데, 19년 전인 2002년 출산한 신생아가 496,911명이기 때문에 모든 남성을 다 징집해도 25만명으로서 미흡하다. 2020년 신생아가 28만2000명이기 때문에 19년 후 징집인원은 14만명에 불과해진다. 결국 현재의 군대를 2분의 1 또는 3분의 1로 감축하거나, 복무기간을 과거처럼 3년으로 연장하거나, 여성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거나, 모병제를 전환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각해지는 북한 위협과 출산률 감소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단방약은 없다. 당연히 모병제 전환만이 답은 아니다. 결국 현재의 징병제를 유지하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적정한 병력규모도 계속 검토하여 감축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어야 할 것이고, 여군의 비율도 확대시키며, 민간인력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군인들은 전투에만 전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사관의 질과 양을 증대시킴으로써 모병제의 요소도 증대시켜야 한다. 이와 같이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이 병역제도인데, 선거 패배 후 인기회복용으로 등장하는 모병제 논의는 어찌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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