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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봄이 빨라질 것” 文 과잉신념·인지부조화, 백신 꼴찌·경제 회복 부진 불러
 
2021-04-20 17:34:33

◆ 칼럼을 기고한 강성진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겸 국가전략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백신과 한국경제

한국경제 ‘백신 부족 - 내수 침체 - 성장 부진’수렁 속으로… 성장률 전망치도 세계평균보다 낮아
“백신 문제 없다” 등 정권의 오판 계속 땐 경제 회생 요원… 정부, 정보독점 해소·민간기업 협조 구해야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긴 터널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이미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지난 6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인 텍사스 레인저스는 홈구장 경기에 100%의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반면 방역 모범국이라던 한국은 여전히 긴 터널에 갇혀 있다. 세계 경제는 회생 중이지만 한국은 시나브로 ‘경제 구렁텅이’에 빠지고 있다. 백신 확보·접종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백신과 경제는 한 몸이다. 즉 백신 확보와 접종률이 경제 성장을 좌우한다. 바야흐로 세계는 ‘백신 우등국가’와 ‘백신 꼴찌국가’로 양분되고 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세계 꼴찌에 근접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말하고, “경제 회복이 앞당겨지고 봄이 빨라질 것”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의 과잉신념과 심각한 ‘인지부조화’가 백신 꼴찌국가를 만들고 경제의 회복을 부진하게 한다.

◇백신이 최고의 경제 부양책

이번 코로나 사태는 경제 발전과 국가 지도자 역할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자본주의 체제는 세계화로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인류의 삶의 수준과 질을 개선했다. 반면 국제교류 확대는 감염병을 더욱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감염병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앞으로 국가 발전의 성패를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이 늦어지는 백신 확보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100명당 각각 38명과 13명을 접종하는 반면 한국은 3명 이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경제적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무엇보다 내수 위축이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 소비는 6.5% 하락해 미국의 3.4%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나마 수출 때문에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소득주도성장에 의한 국내수요 때문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노력에 의한 수출이 지난해 경제성장 유지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백신 접종 속도는 경제적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빠른 백신 접종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빠른 속도로 코로나 이전 경제 상태로 회복하고 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상보다 빠른 세계 경기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3.6%였다. 이는 세계 평균 경제성장 전망치 6.0%, 선진국의 5.1%보다 훨씬 낮다. 블룸버그는 ‘코로나가 외환 거래 환경을 바꾸고 있다’고 전망했다. 미 달러의 가치 상승도 백신 덕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든 지표는 백신 접종이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말해준다.

◇선진 K-방역, 후진 K-백신

한국의 코로나 방역, 소위 K-방역은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해 초기 입국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K-방역으로 이름 붙여 전 세계에 수출하고 국제표준화하겠다며 자랑해왔다.

물론 K-방역 성과는 정부에 의한 게 아니다. 한국이 그동안 달성한 경제 성과로부터 나온 것이다. 즉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산업과 의료 수준 및 국민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CCTV, 신용카드 그리고 휴대전화 등에 의한 개인 위치정보의 무차별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한 데서 온 것이다. K-방역의 성과에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도록 허용한 우리 국민의 공헌이 매우 높은 것이다. 최근 권위 있는 국제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면 한국민의 방역에 대한 협조 정도를 알 수 있다. 신용카드 정보를 활용한 동선 추적에 미국인은 33%만 동의했는데, 한국인은 81%가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다.

문제는 K-방역만으로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 없는 ‘거리두기’ 등 초보적 방역만으로는 국민 건강권을 담보할 수도 없고 경제를 살려낼 수도 없다. 중앙정부의 백신 조기 확보 실패가 경제의 동반 추락을 부르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국의 백신 1차 접종률은 2.93%다. 이스라엘(61.73%), 영국(48.16%), 미국(38.72%) 등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서 35위, 전 세계 111위다. 저개발 후진국인 르완다, 팔레스타인, 캄보디아 등과 비슷하다. 한때 K-방역은 선진성의 상징이었지만, 지금 K-백신은 후진성의 징표가 됐다.

◇‘백신 꼴찌국’ 벗어나려면

특히 미국이 부스터 샷(3차례 접종) 방침을 발표하는 등 백신 개발국을 포함한 백신 우등국가들의 ‘백신 국가주의’가 만연하면서 한국의 백신 확보는 더욱 어렵게 됐다. ‘백신 부족-내수 침체-성장 부진’의 시퀀스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소위 K-방역에 대한 자가발전 식의 ‘승자의 저주’에 취해 후진적 K-백신을 불렀고 경제를 구렁텅이에 빠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K-방역이 모든 국민의 협조 아래 이뤄질 수 있었듯, 백신 확보를 위해서도 민간 협조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중앙정부의 정보 독점을 해소해야 한다. 방역과정에서 확진자 수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현황을 분석할 수 있는 원자료를 전문가들에게 공개해 방역대책을 과학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검사자 수를 명확히 밝혀서 확진율을 시시각각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민간부문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자가진단 키트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 중앙정부 중심의 ‘유전자 증폭(PCR)’ 방식에서 나아가 빠른 결과가 나오는 기기를 보완적으로 사용해 음성이 확인된 시민이 빠르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정부가 민간 기업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은 백신 확보에서도 한국 정부보다 더 높은 협상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회의에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는 “경제 회복이 앞당겨지고 봄이 빨라질 것”이라고 썼다. 국가 최고 통치자가 이 같은 과잉신념과 인지부조화에 빠져 있는 한 ‘승자의 저주’는 피할 수 없고, 경제의 회생은 힘들어진다. 현 단계에서 최고의 방역이자 최고의 경제 대책은 백신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세줄 요약

백신이 최고의 경제 부양책 : 백신 접종률이 경제 성장을 좌우. 세계는 백신 우등국가와 꼴찌국가로 양분.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세계 꼴찌에 근접. 문재인 대통령의 과잉신념과 ‘인지부조화’가 백신 꼴찌와 경제 회복 부진을 부름.

선진 K-방역, 후진 K-백신 : K-방역은 성과를 봄. 하지만 이는 한국이 성취한 경제 성과로부터 나온 것. K-방역만으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음. 한때 K-방역은 선진성의 상징이었지만, 지금 K-백신은 후진성의 징표임.

‘백신 꼴찌국’ 벗어나려면 : 한국은 ‘백신 부족-내수 침체-성장 부진’의 시퀀스에 돌입. 정권이 과잉신념과 인지부조화에 빠진 한 ‘승자의 저주’는 못 피함. 중앙정부가 정보독점을 해소하고 민간 기업과 협력할 필요.


■ 용어 설명

‘인지부조화’란 인간의 신념과 실제 사이에 불일치나 비일관성이 있을 때 생기는 현상. 진실을 인정하는 대신 자기 합리화를 하거나, 오류를 바로잡기보다는 생각을 바꿔버리는 식으로 대응함.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 이긴 뒤 위험에 빠지거나, 경쟁 끝에 이득은 고사하고 손해가 심해진 상황을 일컫는 말. 행태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의 저서에 처음 등장하면서 보편적으로 통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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