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국민일보] 기본소득 논쟁… 그리고 전제조건들
 
2021-02-25 14:37:51

◆ 송경학 고려대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선진화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대 국가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경제분석학적으로는 혼란스럽고 혼동되지만 정치이념적으로는 매우 뜨겁다. 기본소득제는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및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소득분배제도를 말한다. 프랑스 경제 철학자 앙드레 고르츠(AndreGorz)가 자신의 저서인 ‘경제이성비판’에서 ‘기술이 발전하면 생산과정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노동소득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 예측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했다. 1960년대부터 미국, 캐나다, 브라질, 인도, 네덜란드, 핀란드 등에서 지역적인 실험이 있었으나 아직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나라는 없다. 2016년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있었으나 76.9%의 반대로 부결된 사실이 있다.

논쟁이 주는 정치적 함의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입장은 이 제도가 기존 의료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이 폐지되고 국가차원의 상당수 공공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개념이 단순하며 선별적 복지에 비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입장은 기본소득은 그저 정부재정적자를 더 팽창하고, 사회의 생산적 부문으로부터 자원을 빼 내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기에 생산성의 확대라는 기본가치에 전적으로 해로운 것임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본소득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정책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기본소득이 도입이 된다면 보수진영은 ‘기술이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가정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직업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제도와 유연한 노동시장이 답이라는 시각을 가지기에 근로의욕(참여형 기본소득)을 고취하는 쪽을 강조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생산활동의 인공지능화, 로봇화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제도가 빈곤과 소득불평등을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기에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는 기존의 전제보다는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소득보장성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한편 기본소득은 종종 권력 재분배에서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2015년 2월 9일, 미국에서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사회주의자 대선후보로서 뜻밖에도 돌풍을 일으키게 됐다. 그는 “미국에는 혁명이 필요하다”며 소득 불평등 해소와 중산층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주된 메시지는 시장주의와 지구화의 수사학 속에서 행해져 온 부자감세 및 복지 삭감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기에 좀 더 평등한 사회·경제 질서 수립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기본소득을 주장하였는데 대중의 반응이 생각 외로 매우 뜨거웠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필자는 기본소득제도가 기존의 수직적 복지제도를 기반으로 수평적 복지제도를 실험하는 새로운 경제복지정책이다라고 평가한다. 선별적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청소년, 농어촌지역, 세대약자 뿐만 아니라 조세를 납부하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의 제공되는 다양한 기본권의 쉐어링(배당)에서 의미를 가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충실 다수 조세 증가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먼저 기본소득의 가장 강력한 허들인 재정확보의 문제를 쉽게 생각하거나 도외시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사회불만이 줄어들지만 노동생활에 충실해온 다수는 조세가 증가하게 된다. 과도한 조세는 민간소비와 투자활동을 위축하는 구축효과를 발생시켜 국가전체의 성장과 효율을 오히려 감소시킨다. 피해는 경제의 약자의 몫으로 오히려 전가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돈이 한 바퀴 돌 때마다 국민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진다.

두 번째 사회 불평등의 근원지는 교육 및 보건시스템에 대한 불균일한 접근, 기회와 과정의 불공정,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 부패, 퇴행적 세금규정,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등의 모순적 현실이므로 기존의 사회적 병폐와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기본소득은 의미가 없기에 재정과 행정의 개혁 그리고 불합리한 사회제도의 수정이 절실하다.

세 번째 기본소득이 사회복지의 집행과 운영의 명료성에서 장점이 있어 사회전체의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빌미로 경제적 약자들에게 적용되는 기존의 복지체계보다 더 불리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도 안된다. 기본소득의 궁극적 목적은 소득불평등의 해소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사회복지정책은 현금보다는 서비스와 교육 그리고 돌봄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은데, 때에 따라서는 전문적인 정책판단이 개입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정책적인 선택과 필요성이 개입하기 어려운 점이, 기본소득이 가지는 가장 큰 약점으로 비판받고 있음을 견지하고 무조건성과 보편적으로 현금을 지급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선행연구가 다양한 각도에서 이뤄져야 한다.

필자는 미래의 기본소득이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증가시키고 왜곡된 사회를 성장과 교정으로 이끄는 새로운 경제복지정책의 어젠다가 될수 있기를 상상해 본다.

◆ 칼럼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칼럼원문보기]를 클릭하세요.


[칼럼원문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426 [아시아투데이] 우수한 ‘지배구조’ 가늠할 ‘기준’ 과연 타당한가? 24-04-19
2425 [파이낸셜투데이] 영수 회담을 통한 ‘민생 협치’를 기대한다 24-04-18
2424 [문화일보] 흔들려선 안 될 ‘신속한 재판’ 원칙 24-04-16
2423 [파이낸셜투데이] 민주 시민이 지켜야 할 투표 원칙 24-04-04
2422 [아시아투데이] 경제악법 누가 만들었나 따져보고 투표하자 24-04-03
2421 [중앙일보] 헌법 가치에 기반한 ‘새 통일방안’ 제시하길 24-04-02
2420 [시사저널] 1인당 25만원? 중국에 “셰셰”? 이재명의 위험한 총선 공약 24-04-01
2419 [아시아투데이] 서해수호의 날이 주는 교훈 24-03-26
2418 [문화일보] 선거용 가짜뉴스犯 처벌 강화 급하다 24-03-25
2417 [월간중앙]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 (13) 24-03-22
2416 [파이낸셜투데이] 대한민국 정당들이여, 어디로 가려고 하나? 24-03-21
2415 [문화일보] 기업 목 죄는 ESG 공시… 자율화·인센티브 제공이 바람직 24-03-20
2414 [한국경제] 노조 회계공시, 투명성 강화를 위한 시대적 요구다 24-03-19
2413 [에너지경제] ‘규제 개선’ 빠진 기업 밸류업 지원정책 24-03-11
2412 [브레이크뉴스]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터질 것인가? 24-03-11
2411 [파이낸셜투데이] 정당정치의 퇴행을 누가 막아야 하나? 24-03-07
2410 [아시아투데이] 반(反)대한민국 세력 국회 입성 차단해야 24-02-29
2409 [문화일보] ‘건국전쟁’이 일깨운 정치개혁 과제 24-02-29
2408 [한국경제] 자유통일이 3·1 독립정신 이어가는 것 24-02-27
2407 [중앙일보] 저출산 대책, 부총리급 기구가 필요하다 24-02-26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