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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2020 안보결산과 정부에 대한 요구
 
2020-12-29 11:50:28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붕괴된 한국의 안보태세

북핵 대응태세와 한미동맹 강화에 매진해야

단 하루라도 안보를 걱정해주기를


2020년은 겉으로는 안보 차원에서 평온한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6월 북한이 개성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였고, 9월 북한이 표류하는 한국의 공무원을 총살시킨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였지만, 그 외 북한의 도발은 없었다.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에서도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국방분야도 조용하였다.


그러나 내면적으로 2020년은 안보 위협은 증대되는데, 안보대응 태세는 전혀 강화되지 않았던 기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은 점증하고 있었지만, 정부와 군은 이것을 인식조차 하지 않았고, 따라서 특별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 어느 것도 발전된 부분이 없고, 한국군은 행정적 군대로 여전히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드러나지 않아도 병은 위중해지고 있었는데, 우선 얼굴색 좋다고 치료를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낸 격이라고 할 것이다.


붕괴된 한국의 안보태세


첫째, 한국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인 북한 핵전력의 경우, 2018년부터 전개되었던 협상은 전면적으로 중단되었고, 북한은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증강해왔다.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10월 북한이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0-300개를 목표로 설정하여 증산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하여 대규모 재래식 전력과 함께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평가되는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2호’를 과시하였다.


둘째, 한미동맹의 경우도 무늬만 동맹인 상태가 지속되었다. 2020년의 주한미군 운영을 위한 방위비분담은 결국 합의되지 못하였고, 한미연합훈련 역시 거의 중단되었으며, 과거에 있었던 한미 양국 국방 및 군 간의 긴밀한 협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위비분담의 경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5배가 넘는 5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인상을 요구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지만,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인색하였거나 지혜롭게 무마시키지 못한 잘못도 없지 않다. 코로나-19로 다행히 연기되었지만, 북핵 위협이 심각한데도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관을 담당하겠다고 나서고, 미국은 마지못한 마음이면서도 허용하려는 분위기였다.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불편함이 한미동맹 사이에 발생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할까 봐 전전긍긍해야 했다.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출범하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전통적으로 존재했던 한미동맹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셋째, 한일관계와 한중관계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1년이 지나갔다. 한일 양국 간에 돌출되었던 무역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11월 경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의지를 피력하기는 했으나 말에 그치고 말았다. 한중관계의 경우 중국은 한국을 한미동맹으로부터 분리하고자 하고, 현 정부는 중국의 압박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만 목을 매는 모습을 보였다.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오만한 모습을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가안보는 지금 당장 편안한 것을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안보위협은 갑작스럽게 대두되어 국가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최소한 10-20년 뒤를 보면서 평가하여 미흡한 부분을 사전에 대비한다. 지금 고요하더라도 언제 폭풍이 몰아칠지 알 수 없고, 폭풍이 와서 대비하면 늦기 때문이다. “천하가 편안하더라도 전쟁을 잊고 대비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라는 옛말이 그저 회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너무나 태평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하여 현 정부의 주요 인사 중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노래 부르면서 즐거운 여름을 만끽하는 베짱이처럼 2020년을 보냈다. 우리가 그렇게 경계해왔던 임진왜란 전과 병자호란 전의 조선으로 되돌아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북핵 대응태세와 한미동맹 강화에 매진해야


이제 곧 2021년을 맞는다. 대한민국 헌법 66조 2항에는 대통령의 책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영토와 독립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 이 조항은 바로 국가안보가 대통령의 최우선 소임이라는 것을 헌법을 통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의 직위를 부여한 것이다.


그 동안 수없이 주문해도 전혀 수용하지 않기에 말할 기분도 나지 않지만, 2021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 번 정부에게 요구하고자 한다. 국가안보에 관심을 가져라. 북핵 위협을 중심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위협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우리의 태세가 그에 맞는지를 점검하라. ‘자강(自强)’과 ‘동맹(同盟)’의 두 축을 강화하라.


당연히 북핵 대응이 최우선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폐기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여 대비할 때이다. 북한이 핵공격으로 위협할 경우그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대비책을 강화하라. 이전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선제타격(Kill Chain), 미사일방어(KAMD), 응징보복(KMPR)이라는 ‘3축 체계’는 어떻게 되었는가? 폐기했는가? 그렇다면 무엇으로 대체했는가? 현 정부의 북핵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국방부에게 북핵의 억제와 방어를 적극적으로 논의하여 대응책을 보고하도록 하라. 현재의 국방부와 한국군은 ‘홍길동전’의 군대이다. ‘핵(核)’을 핵이라고 말하지 않고,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단 한번이라도 국방부로부터 북핵 대응태세를 보고받은 적 있는가? 한국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위협을 우리 국방부가 최우선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한미동맹을 개선하는 데 아주 좋은 기회이다. 정부는 방위비분담 문제를 가장 먼저 협의하여 원만하게 합의함으로써 그 동안 발생하였던 불편한 분위기부터 제거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잔존하더라도 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한 원격 훈련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여 한미연합훈련을 복원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정되는 후반기에는 더욱 실질적이고 집중적인 연합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할 것이다. 북핵에 대한 한미 양국군의 공조태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양국 국방부 간에 설치되어 있는 ‘억제전략위원회(Deterrence Strategy Committee)’를 적극적으로 가동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북핵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는 현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를 변경하지 않아야할 것이다. “강을 건널 때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속담을 기억하라.


한일관계의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이념, 미국과의 동맹, 북한의 핵위협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육군 위주와 해군 위주로 국방태세가 다소 달라서 상호 간의 보완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이나 SLBM을 완성하여 미 본토에 핵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여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가 불안해질 경우 한국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는 일본뿐일 수도 있다. 국내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북핵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진지하게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 안보협력을 추진하라.


단 하루라도 안보를 걱정해주기를


국방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노력도 전개되어야할 것이다. 북핵 위협 대응을 군의 최우선 과제로 분명하게 제시해야할 것이고, 행정 위주의 군대를 전투 위주의 군대로 변모시켜야할 것이다. 간부들이 정치권은 눈치를 살피지 않은 채 북핵 대응방책을 중심으로 군사이론을 적극적으로 토론하도록 격려해야할 것이고, 모든 부대가 고도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야할 것이다. 형식적이고 구호적인 ‘국방개혁’에서 벗어나 국민을 안심시키고, 적을 전율시키는 군대로의 실질적 탈바꿈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양병십년 용병일일(養兵十年 用兵一日)”이라고 말한다. 10년 정도를 꾸준히 대비해야 한 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국가안보는 한시도 소홀해서는 안 되고, 언제나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 정부 내에서 ‘10년 양병’의 정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새해를 시작하는 며칠 만이라도 현 정부가 안보불감증에서라도 벗어나 국가안보를 진정으로 걱정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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