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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대한민국 지성의 죽음: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2020-10-05 14:36:02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녀가 되려고 경쟁하는 지성들

비겁이 일상화된 사회

진정한 지성인은 없나?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는 짧지만 너무나 함축적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필자는 이 시를 생각할 때마다 연탄재보다 못한 것 같아서 부끄러워진다.


남의 탓을 할 것은 아니지만, 하도 현실이 힘드니 필자는 안도현의 시를 우리 대한민국의 지성인들에게도 들려주면서 푸념 및 비판하고 싶다. 그들이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기에. 지성인이 누구라고 구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 공직이나 사회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차지한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일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중·상류층을 이루고 있으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행동하지 않고, 희생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평생 한 번도 뜨거워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2020년 9월 30일, 추석 전날 밤, 가수 나훈아는 KBS에서 “대한민국 어게인”이라는 콘서트를 열었다. “가황(歌皇)”이라고 불렸듯이 상당한 호감을 얻은 것을 물론이고, 존경까지 받았다. 시청률이 29%나 나왔고, 다수의 정치인들도 감동했다고 고백했다. 급기야 계획에 없던 추가 방송도 해야 했다. 왜? 이런 일이 있었을까?


당연히 나훈아가 노래를 잘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국민들이 그렇게 목말라하는 ‘진실’을 용기 있게 말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성인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있다.” “KBS는 국민위한 방송이 되면 좋겠습니다. 거듭날 겁니다.” “지금 국민이 너무 힘듭니다. 많이 지쳐 있습니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잘못된) 위정자가 생길 없습니다” 바른 말하는 지성인이 얼마나 없었으면 나훈아의 다소 은유적인 이 말에도 국민들이 이렇게 환호할까?


정부의 시녀가 되려고 경쟁하는 지성들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현 정부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부로서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률도 높지 않고, 국민은 분열되어 있으며, 주택정책, 교육정책을 비롯하여 어떤 정책도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 게 없다. 2년 반으로 임기의 절반이 지났을 때 어느 언론에서는 “현 정부가 잘한 것을 단 한 가지라도 말해보라!”라고 도전하기도 했다. 외교는 더욱 잘못되어서 한미동맹은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처럼 위태하고, 한일관계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으며, 그렇다고 하여 중국과의 관계가 원만한 것도 아니다.


현 정부가 그렇게 정성을 들였지만, 대북관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잘못되고 말았다. 북핵은 폐기되기는커녕 북한은 계속하여 핵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현 정부는 이제 북한에게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북한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사용하여 우리를 모욕해도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다. 표류하는 우리의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하여 바다에서 총살당하고, 소각당해도 항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통지문 하나에 감읍하고 있다. “이게 나라야?”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나라가 이렇게 잘못된 근본 원인은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가 잘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천방지축으로 나라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지성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들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도록 견제해야할 세력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이 정부에게 부화뇌동하고, 침묵으로 동조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아무리 잘못해도 우리의 지성인, 예를 들면 학자와 지식인,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각계각층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여론주도자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학자와 지식인은 정부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하면 게슈타포가 금방이라도 잡아갈 것처럼 겁내고 있었다. 언론인들은 한발 앞서 정부에 아부하기에 바빴고,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었다.” 기업인들은 어떻게든 현 정부 실세에게 줄을 대서 이익을 보고자 했다. 군인들마저도 진정한 국방에 충실하기보다는 정부의 충실한 종을 선택했다. 우리의 지성인들이 이러니 어찌 나라가 제대로 되겠는가? 국민들이 나훈아의 몇 마디 말에 환호한 이유 아니겠는가?


비겁이 일상화된 사회


현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비겁한 지식인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국민들도 이제는 만성이 되어 지식인들에게 기대도 하지 않는다. 현 시대의 지식인들은 아는 체만 할 뿐 용기 있는 언행은 전혀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이 주창해오던 가치 중에서 포기하지 못할 것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지식인들은 배운 것이 있다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모든 것을 중도, 균형, 양비론으로 접근하여 세상과 정부에 손쉽게 아부한다. 말로는 지식인, 엘리트라고 하면서 정의보다는 금전적 이익, 자기 홍보와 자기 보신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객관적인 지성인에게 요구되는 자부심, 사명감, 전문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언론에 나와서 현안 문제를 토론하는 일부 지식인들을 보라.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서¨정부 입장부터 파악하여 같은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초청해준 방송이나 신문 등 주최 측 입장을 미리 살펴 동조하고자 노력한다. 어떤 말을 해야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지도 끊임없이 궁리한다. 그들이야말로 연예인인지, 지식인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을 우리가 ‘창녀’라고 하지 않나?


한국의 지식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전문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상식에 근거한 것이다. 그들은 연구가 누적 결과로서 어떤 사실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직관에 근거하여 예측하려고 한다. 그들은 사실 자기의 담당분야에 대하여 제대로 연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지식인들의 접근방법은 점쟁이와 다르지 않다. 몇 가지 정황을 대입하여 찍기로 맞추고자 한다.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접근도 없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 지식인들이 이러한 데 어떻게 나라가 제대로 발전하겠는가?


좌파 지식인들은 더욱 가관이다. 감각적인 단어 몇 마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들의 지성이 최고수준인 것으로 착각한다. 현 정부의 편에 서서 결사옹위하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궤변만으로도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아무렇게나 말해도 무조건 지지하는 일부 국민들이 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이 마치 국가적 리더 중의 한 사람인양 뻐긴다. 이래도 이들을 꾸짖을 수 있는 진정한 지성인들이 우리나라에는 없으니, 참담할 뿐이다.


지식인들의 비겁한 모습은 지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말기 연암 박지원이 쓴 “호질(虎叱)”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당시 선비들은 “입으로는 백가(百家)의 말을 외우며 마음속으로는 만물의 이치를 통달”했지만, 호랑이를 만나자 온갖 말로 칭송하여 자신의 목숨을 구걸한다. 현대의 지식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호랑이는 꾸짖는다. “‘유(儒)는 유(諛)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구나(아첨꾼이구나)…너희들은 돈더러 형이라 부르고, 장수가 되기 위해서 자기 아내를 죽이는 일까지도 있었으니...”라면서 그들의 고기는 질기고 더럽다면서 먹지 않는다.


한때 우리의 지성이 활발하고, 국가의 발전을 견인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부가 3년 반 정도 지속되자 지성은 죽고, 지성인들은 조선시대의 타락한 선비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정말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가? 지성은 부활할 수 없는가?


진정한 지성인은 없나?


나라가 바로 서고 발전하려면 그 국가의 근간이 진성인들이 올바로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에서도 ‘자유’가 중요하지만, 지성에서도 ‘자유’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없어지면 지성인들이 투쟁하여 찾아와야 한다. 그렇게 자유를 찾은 후 지성인들은 정론(正論)으로 국민들을 계도하고, 정부가 똑바로 하도록 건전한 비판을 통하여 교정해줘야 한다. 필요할 경우 현실문제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처방이 제시되겠지만, 그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지성인들의 사명감과 역사의식이다. 지성인들의 헌신, 희생심, 용기이다. 남으로부터 그렇게 불리거나 본인이 지성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리고자 한다.


“제발 현 상황을 구경만 하지 맙시다. 참여하여 고칩시다.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말을 과감하게 나서서 주장하는 것이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학습 및 연구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립시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안하고, 그것이 정부에 의하여 채택되도록 노력합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희망을 주고, 용기로써 실천하며, 대한민국의 회생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자발적인 희생을 마다하지 맙시다. 지성인들의 자부심, 지조, 공동체 의식, 구국의 애국심이 지금보다 더 필요한 시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가황 나훈아가 말했듯이 대한민국은 별의별 꼴을 다 경험하고 있고, 국민들은 지쳐있다. 보통사람보다 많이 배우고, 중·상류층에 속하여 생활하는 데 큰 지장 없는 지성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의 지성인들은 더 이상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각자가 할 수 있거나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에 착수하라. 대한민국이 별의별 꼴을 더 이상 보지 않고, 국민들을 더 이상 지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라.


대한민국의 지성인들이여, 자신이 맡은 바 직분에 더욱 충실하면서 양심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공명정대하게 그 직분을 수행하고자 노력하자. “딸깍발이 선비”처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는 고지식하게 추진하자. 정부가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을 대표하여 건전하게 비판하고, 국민들이 올바르게 생각하도록 적극적인 계도활동을 전개하자.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보자.


능력이나 의지가 미흡하여 나서지 못하는 지성인들에게도 당부하고자 한다. 침묵하더라도 앞잡이는 되지 말라. “제발 바람도 불기 전에 눕지는 말라.” 현 국가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하는 다른 지성인들을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비방하거나 질시하지는 말라. 자신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최소한 잠자코는 있을 줄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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