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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2020-02-11 09:46:44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노무현 정부 확립 관행·법에 위배
문재인 대통령, 진실 직접 밝혀야


미국의 언론인 켄트 쿠퍼는 “국민의 알 권리 없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의 지적처럼 국민의 알 권리는 국민의 정치 참여와 국정 판단을 보장하기 위한 토대다. 자유민주주의와 투명 사회를 위한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공정한 재판,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조치는 명백히 잘못됐다. 관련 법률 규정에 정면으로 위반될 뿐 아니라 관행이나 미국 등 해외 사례에 비춰 보더라도 타당성이 없다. 국회법 제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할 경우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명백한 사항에 한해 행정부 자료제출의 예외를 인정한다. 이번 공소장은 법률이 규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법무부가 근거로 든 ‘형사사건 공개 금지에 관한 규정’도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한 법무부 훈령이기 때문에 상위법인 법률에 위반된다.
 
행정정보공개 확대를 통한 투명성 강화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다. 공소장 전문 공개도 참여정부 때 시작돼 15년 이상 계속됐던 확립된 관행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의 공소장도 예외 없이 공개됐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유독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관여된 부정선거 의혹 사건의 공소장만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예외를 만드는 것이고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외국에서도 국민적 관심사인 중요 사건은 판결 확정 전이라도 공소장을 공개하거나 그 진상을 상세히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1966년 ‘정보 자유법’을 제정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미국은 연방 검찰이 기소할 경우 모든 공소장 공개가 원칙이다. 공개하지 않으려면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공소장은 연방 법원 공개시스템(PACER)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프랑스도 형사소송법 제11조에 수사의 비밀 원칙을 규정하면서 예외적으로 잘못된 정보 확산 등을 막기 위해 검찰이 직권으로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건은 검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관계를 알린다.  
  
   2012년 사회당 정부 당시 75% 부유세 도입을 추진하던 제롬 카위작 예산부 장관이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자금 세탁을 하고 탈세한 사실이 폭로됐다. 당시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하원 청문회가 생중계됐고, 법무부 장관과 파리지방검찰청 검사장 등 50여 명이 생중계 현장에 출석해 사건 전모를 국민 앞에 밝혔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사건의 공소장 공개 여부는 일반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청와대의 총괄기획 하에 조직적인 부정 선거가 이뤄진 의혹이 있는 초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이기 때문이다. 공소장 내용이 사실이라면 헌정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이 선거권 행사를 위한 판단의 근거로 삼기 위해서라도 공소장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존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언론에 전문이 공개된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보면 충격적이다. 청와대와 경찰은 물론 관련 정부부처가 총동원돼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짓밟았다. 추미애 장관의 이례적인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부정선거 개입의 진상을 은폐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헌법과 법치주의를 수호할 의무가 있는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은 더 늦기 전에 국민과 역사 앞에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것만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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