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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승만의 ‘독립정신,’ 주사파의 ‘좀비 정신’
 
2023-06-26 10:49:44
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79회>



무도한 정치가들의 비위와 일탈로 정치 혐오증이 커져만 가지만, 정치의 중요성을 부인할 순 없다. 정치는 한 나라의 기본 제도를 짜고, 주요 정책을 세우고, 공공재를 마련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모순과 갈등을 풀고,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는 한 사회의 가장 중대한 의사 결정의 과정이다.

정치가 잘되면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적 활력이 솟고, 문화가 번창하며, 개인의 삶이 윤택해진다. 정치가 망가지면,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가 죽고, 문화는 비루해지며, 개인의 삶은 비참해진다. 수천 년 경험해 온 인류 역사의 진실이다.

지난 70여 년 남북한의 역사는 정치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가장 드라마틱한 세계사적 실험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 평론가 자카리아(Fareed Zakaria)가 지적하듯, 남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범 국가이고,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처참하게 실패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의 아이들,” 북한은 과연 왜 실패했나?

지난주 토요일 캐나다 토론토의 한 교회에서 김덕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상영회가 열렸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의 촬영을 위해 현재 미주를 순회 중인 김덕영 감독이 상영 후 직접 교민들과 열띤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땅속에 파묻힌 유물처럼 긴 세월 어딘가에 숨어 있던 생생한 삶의 흔적들을 스크린을 통해 직접 확인한 교민들은 예리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 모든 질문을 하나로 묶는 가장 큰 질문은 바로 “북한은 왜 아직도 저 모양 저 꼴인가?”라는 탄식이었다.

1950년대 북한의 김일성 정권은 최소 5000명에서 최대 1만명에 달하는 전쟁 고아들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 공산국가들에 위탁 교육의 명목으로 집단 이주시켰다. 동구에서 자유화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자 김일성 정권은 7, 8년간 그곳에 살던 청소년기를 보낸 아이들을 갑작스럽게 모두 북한으로 다시 소환했다. 동구 현지에서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고 동유럽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던 아이들은 졸지에 가족 같은 친구들을 잃고서 또 한 번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는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가리아의 시골 노인들은 아직도 어린 시절 북한 아이들과 함께 놀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 기록영화 속에는 한 노인이 카메라 앞에서 북한 아이들에게 배운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장면이 있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 장군!”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분이지만, 그 노래를 부를 때 멜로디, 리듬, 가사 모두 녹음처럼 정확하고 또렷하다. 전쟁 고아들이 그 노래를 얼마나 불러댔기에 거의 70년이 지난 오늘도 불가리아 시골 노인의 입에서 그 노랫소리가 흘러나왔을까?

지금도 북한에서 국가처럼 널리 불리는 이 노래의 제작 연도는 1947년이다. 그때부터 이미 김일성 정권이 개인 숭배를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증거다. 당시 김일성의 나이는 고작 만 서른다섯이었다. 3년 후 서른여덟 살 김일성은 스탈린의 허락을 받아 마오쩌둥과 참전 밀약을 맺은 후 6·25전쟁을 일으켰다. 1956년 무렵, 스탈린을 정면으로 비판한 흐루쇼프는 김일성을 불러서 전체주의 노선의 수정을 요구했다. 소련의 압박에 당황한 김일성은 이념적 출구를 찾아 동유럽 공산국가들을 방문했다.

“김일성의 아이들”엔 폴란드에 간 김일성이 북한 전쟁 고아들을 찾아가는 장면도 나온다. 아이들이 환영의 뜻으로 미리 쳐놓은 수십 개 종이테이프를 그 퉁퉁한 뱃살로 툭툭 끊으며 거만하게 실실 걸어가는 마흔네 살 김일성의 얼굴엔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이 가득하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전쟁 고아들의 환호성에 들뜬 독재자의 우쭐함인가? 전쟁 고아들을 타국에 떠넘긴 독재자의 계면쩍음인가?

바로 그해 8월 북한에선 이른바 “종파사건”이 발생했다. 당내의 소련파, 연안파가 개인숭배와 교조주의를 비판하자 김일성 친위 세력이 그들을 숙청한 사건이다. 이후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만들고 개인숭배를 강화했다. 북한은 왜 아직도 저 모양 저 꼴일까? 바로 김일성 주체사상이라는 모순투성이 전체주의 이념이 지배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체사상, “노예의 길”

북한의 실패는 주체사상이라는 잘못된 국가 철학에서 비롯됐다. 주체사상은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전제 위에서 사람은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갖는다고 설파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말살하는 전체주의 이념일 뿐이다. 주체사상에서 사람이란 개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집체로서의 인민대중이다. 거기에 개인은 없다. 오로지 전체만 있으며, 그 전체를 이끄는 김일성의 절대권력만 강조된다.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가 제창한 “영생불멸의 혁명사상”이라고 선전하지만, 주체사상이 엉터리 이론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는 바로 극빈과 억압의 늪에 빠진 오늘날 북한의 현실이다. 게다가 주체사상은 자력갱생과 인민의 의지를 강조한 마오쩌둥 사상의 아류작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마오쩌둥 사상이 27년에 걸친 경제적 실패와 정치적 억압을 불러왔듯, 북한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은 완벽한 경제적 실패와 정치적 억압을 낳았다.

이승만 독립정신, “자유의 길”

3.1운동 이후 같은 해 4월 11일 상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는 이승만을 초대 국무총리로 추대했다. 열흘 정도 지난 4월 23일 인천 만국공원에서 13도 대표자 24인이 모여 임시정부 선포문을 발표함으로써 수립된 한성 임시정부는 민주공화제를 국체로 삼고 이승만을 집정관 총재로 추대했다. 같은 해 9월 11일 두 정부가 통합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출범했을 때,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에 추대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정부를 세운 주체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유, 민주, 공화, 인권, 법치 등 인류적 보편가치를 선양했다는 점에 있다. 바로 그들이 천하대세를 제대로 내다보고 인류적 보편가치를 국가의 기본 이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생겨났다. 그중에서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역할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승만의 정치철학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독립정신이다.

독립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자유와 민주, 자립과 개방의 철학이다. 20대의 청년 이승만이 망해가는 나라의 감옥에서 5년 7개월을 갇혀 살며 깊은 사색을 통해 독립정신을 깨달았고, 바로 그 정신이 이후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적 뿌리가 되었다.

감옥에서 1904년 2월 7일 러일전쟁 발발 소식을 전해 들은 이승만은 그해 2월 19일부터 넉 달 동안 비장한 심정으로 <<독립정신>>을 집필했다. “중등 이상 사람이나 한문깨나 안다는 사람은” 대부분 다 부패하고 타락하여 “대한의 장래가 맨 아래 인민들에게 달려” 있기에 이승만은 “무식하고 천하고 어리고 약한 형제자매들”을 향해서 순 한글로 이 책을 집필했다. 서문에서 그는 집필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지금 우리나라에 독립이 있다 없다 함은 외국이 침범함을 두려워 함도 아니요, 정부에서 보호하지 못함을 염려함도 아니요, 다만 인민의 마음속에 독립 두 글자가 있지 아니함이 참 걱정이라······”

외국의 침범이나 정부의 무능보다 더 큰 문제는 백성이 독립심을 갖지 못하는 상태, 곧 인민의 심성에 뿌리내린 노예근성이라는 지적이다. 인민이 독립심을 갖기 위해선 스스로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믿음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한 강렬한 믿음 위에서만 백성은 권리를 가진 근대적 자유인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청년 이승만은 감옥 속에서 근대 구미 문명의 기초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천하는 계몽된 개인(enlightened individual)이 놓여 있음을 보았다. 그는 사람들 모두가 계몽된 개인으로 거듭나지 않고선 제대로 된 근대국가가 세워질 수 없음을 내다보았다.

조선은 한때 노비의 수가 전체 인구의 30~40%를 넘어섰던 신분제 사회였다. 소수 엘리트를 제외한 기층 민중은 신분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 속에서 정신적 노예근성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승만은 바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서 스스로 자기 의지를 발휘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독립적인 인간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무식하고 천하고 어리고 약한 형제자매들”이 모두 스스로 하늘이 준 인권을 갖고 태어난 자유인임을 자각해야만 국가의 독립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승만은 몰락한 왕족의 후예로 태어나 유교 경전을 익히며 과거시험을 준비했던 인물이다. 그런 이승만은 감옥 속에서 갖은 고문을 당하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간절한 기도 속에서 내면의 절대자와 직면하고 스스로 독립적 개인으로 거듭나는 체험을 했다.

인간 이승만이 전통 문명을 넘어서 새로운 인류의 문명을 받아들이는 극적인 전향(conversion)의 순간이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건국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그의 내면에서 일어난 전향의 체험은 단순한 개인사에 머물 수 없다. 이따금 한 사람의 온전한 전향은 역사적 큰 변화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본질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날 남북한의 차이는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1945년 분단 이래 북한의 지도부는 공산주의 명령경제, 폐쇄적인 고립주의, 반민주적 집단주의, 일인 지배 수령유일주의, 공격적 종족주의를 채택해왔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세상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가난한 전체주의 세습 전제 정권으로 남아 있다. 정반대로 남한의 지도부는 인류적 보편가치를 선양하며 자유민주주의의 이념 아래 개방적 시장 경제, 수출주도 산업화 전략, 창의적 개인주의, 경쟁적 다원주의, 범인류적 국제 연대를 추구했기에 자유롭고 민주적인 세계 10위권의 경제 부국으로 성장해 있다. 결론적으로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오늘날 북한을 만든 악마적 이념이었고, 이승만의 독립정신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건전한 국가 철학이었다.

“슬픈 중국”에서 왜 이승만을 거론하는가 의아해할 수 있겠지만, 공산당 일당독재 아래서 살고 있는 중국의 인민들이야말로 <<독립정신>>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인간이 독립정신을 상실하면 정신적 좀비로 전락하고 만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마오쩌둥이라는 인격신의 정신적 노예가 되어 좀비 떼처럼 날뛰었다.

마찬가지로 1980-90년대 대한민국에도 김일성의 홍위병을 자처했던 주사파가 있었다. 중국의 홍위병과 한국의 주사파는 과연 왜 그토록 어리석은 개인숭배의 노예가 되고 말았나? 독립정신을 버린 채 좀비 정신에 빠져 스스로 생각하길 멈췄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독립심을 잃은 개인은 자유와 인권을 빼앗긴 채 전체주의 정권의 노예가 되고 만다. 청년 이승만이 7년 감옥살이에서 깨달은 진리다.

베이징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 칭송했던 전직 대통령이 새로 책방을 열었다던데, 그 책방 맨 앞 진열대에 이승만 <<독립정신>>을 쌓아두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반값만 받고 많이 팔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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