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3 13:20:21
경제규모 커진 중국, 전 세계 첨단기술 눈독
돈의 유혹 앞세워 전 세계 두뇌들 포섭 작업
공자학원 통해 중국공산당 정당화 세뇌작업
[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정동현 기자]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나라 중국은 ‘대국굴기(大??起·대국이 일어서다)’ 작업을 통해 수십년 사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그 결과 중국은 전 세계 GDP 순위 3위에 달하는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2위인 유럽연합을 빼면 단일국가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글로벌 평가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반칙과 편법을 아무렇지 않게 썼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각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의 탈취·모방을 일삼았다. 이에 수많은 나라가 이러한 중국의 위협에 경각심을 가지고 견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점을 문제로 내세우며 무역 전쟁에까지 돌입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여러 분야에서 기술 탈취·모방을 일삼으며 ‘대국굴기’ 작업을 추진 중이다. 세계의 경쟁력 있는 인재를 중국으로 끌어들이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진행하는 한편 공자학원을 통해 세계에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퍼트리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인재탈취, 사상주입 등의 피해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2강 중국의 무서운 계획… 전 세계 인재탈취 목적 깔린 ‘천인계획’
중국이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정책을 천명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중국경제는 연평균 9.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10년 동안은 두 자릿수의 초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중국의 경제규모는 1978년 GDP 3635억위안에서 2011년 4조7154억위안으로 13배 커졌다. 1978년 세계 10위에 그쳤던 중국 경제는 2010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까지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경제구조 변화도 시도했다. 내수경제는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방향으로 잡았으며 제조업에 치우쳤던 산업구조는 서비스·개발 중심 등으로 변화를 추진했다. 산업구조 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자국의 산업·과학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추진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인재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이를 목표로 ‘천인계획’을 실시했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2008년 시작한 해외인재 영입 프로젝트다. 중국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우수 과학자, 연구자 등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천인계획에 참여하는 해외 우수 과학자들에게 높은 연봉과 주택,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현혹했다.
문제는 중국이 천인계획을 통해 다른 나라의 인재를 빼내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기술도 고스란히 빼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국책 연구소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해 천인계획을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천인계획이 연구비 제공을 빌미로 해외 우수 과학자들의 연구 부정을 부추기고 있으며 기술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 ‘산업스파이’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천인계획으로 인해 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나라도 다수 존재한다. 지난달 28일 찰스 리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가 중국 정부의 연구비를 받고 ‘천인계획’에 참여한 사실을 숨기다가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미국 검찰에 따르면 리버 교수는 중국 국방부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1800만달러(약 212억원)를 지원받아 기밀 프로젝트 연구를 주도하면서 천인계획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숨겼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이공대에 연구과정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174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리버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연구하던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우한이공대로 빼돌렸다. 리버 교수는 우한이공대를 대신해 특허를 등록하고 관련 논문을 본인의 이름으로 내거나 국제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등 중국 지식재산권의 ‘국적 세탁’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생물학과 융합한 나노기술을 중국에 넘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유출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올해 8월 기준) 유출된 국내 산업기술은 121건에 달하며 이 중 29건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기술유출 시도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8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출 기업은 전기·전자와 조선, 디스플레이 등 수출 사업에 집중됐다.
심지어 올해는 천인계획을 통한 기술유출 시도도 처음으로 포착됐다.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소속의 어느 교수는 중국 정부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고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팔아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5월 이 교수에 대한 감사 뒤 처분요구서를 발송하고 이 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교수가 넘겼을 것으로 예측되는 기술은 자동차 자동주행의 핵심기술로 주변에 레이저 광선을 쏴 사람의 눈처럼 주변을 인식하는 라이다(LIDAR) 장비 기술이다. 이 기술은 10년 뒤에는 시장규모만 13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다. 해당 교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중국의 노골적인 기술탈취 행귀가 발각돼도 정부 차원의 대처가 미흡하고 유출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도 허술하다는 점이다. 김상문 한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지정된 기술이라도 재판이 길어지면서 미온적 처벌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비밀 유지가 허술해지면서 영업기밀 요건이 희미해지거나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처벌 의지가 약해지기 때문에 솜방방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을 빼돌렸어도 ‘부정한 이익을 얻으려 했거나 피해기업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었다는 판결이 내려져 무죄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지적하며 “2012년 검찰은 이스라엘 검사장비 기업 오보텍의 한국지사 직원들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패널 기술을 유출해 구속기소했으나 2018년 대법원은 거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동양의 스승’ 이름 빌린 중국의 무서운 계획… 전 세계인 사상개조 프로젝트
중국은 천인계획을 통한 과학기술 탈취와 더불어 전 세계에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작업도 함께 진행해 왔다. 과학 기술 등의 국가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중국 정신을 널리 퍼뜨려 대국굴기를 완성한다는 목적 아래 이른바 사상개조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이러한 작업을 ‘공자학원(孔子?院)’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설립된 공자학원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중국의 사상가 공자(孔子)를 앞세워 전 세계에 공자정신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각국 주요 대학교에 설치돼 있다. 이 기관에서는 중국어 회화를 비롯한 중국 역사, 문화 등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가르친다.
공자학원은 2004년 설립 이후 광범위하게 퍼져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62개 국가에 541곳이 설치됐으며 우리나라에도 23개의 공자학원이 운영 중이다. 중국의 급격한 발전으로 중국어 회화 등이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관심도 늘어나며 공자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운영비의 20~30%를 지원하고 있어 사설 교육 기관에 비해 수강료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또 공자학원에서 80시간 수업을 수강한 후 어학연수를 하면 등록금, 기숙사비, 생활비까지 모두 지원할 정도로 장학금 제도가 후해 공자학원 진학을 꿈꾸는 이들이 더욱 늘어났다.
그런데 최근 공자학원에선 중국어·문화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어젠다(aenda)를 가르치는 정황이 다수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자학원에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교재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중국공산당 찬양과 현대사를 왜곡한 부분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일례로 공자학원 교재로 사용 중인 화어교학출판사(華語敎學出版社·Sinolingua)가 펴낸 초급 중국어 영어교재 ‘중국어 말하기와 쓰기(A Key to Chinese Speech and Writing)’에서는 공산혁명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혁명에 반하는 것은 반동이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자학원에서 다루고 있는 교양교재 ‘민주적 역량(民主的力量)’은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 교재에서는 서구사회가 중국공산당을 일당독재를 실시해 민주주의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한다. 90여년 역사를 지닌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노력하고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역사라고 소개한다.
중국공산당을 찬양하는 대목도 들어가 있다. 교재에는 영화 ‘홍호적위대’에 등장하는 노래 가사도 있다. 홍호적위대는 1930년대 중국공산당의 주요 근거지 중 하나인 홍호에 주둔한 군대를 지칭하며, 폭력으로 재물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강간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 군대다. 그러나 노래는 홍호가 천당보다 낫다고 주입하고 있다.
공자학원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도 수업 내용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한양대학교 공자학원에서 수강하고 있는 안정태 씨(가명)는 “의도가 직접적으로 있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필터링 되지 않은 중국 교과서를 그대로 배우는 점은 불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검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은 과거 ‘우리나라가 1000년 동안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발언을 일삼은 적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의 전반적인 정서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사실화하는 교과서를 우리나라 교육에서 사용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며 “전문기관 등에 의뢰를 통해 면밀한 검열 등을 통해 적어도 잘못된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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