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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issue & focus 11월호
<전작권 전환, 시기 아닌 조건 충족이 먼저다>
정찬권 국가안보재난연구원 원장
1. 머리말
오늘날 국제사회는 패권 질서 재편과 세력권 다툼으로 혼란(Interregnum)을 겪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러시아 파병을 통해 AI·드론전 경험을 축적하는 한편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영구화하고 있다. 이처럼 안보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의 ‘임기 내 전환’을 추진하여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좌파 정권은 북한위협은 외면하고 군사주권과 자율성을 명분으로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에 매달려 왔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전환을 시점이냐 조건 기반이냐를 놓고 찬반양론으로 갈라지고 한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에 본고는 전작권 고찰과 추진 실태, 전환 조건 충분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작전통제권 개념과 연혁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은 군사작전수행에 필요한 협조 장치(Mechanism)이지 군사주권과는 거리가 있다. 개념적으로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 상에 명시된 특정임무나 과업수행을 위해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으로 행정 및 군수·군기·내부편성·부대훈련 등에 관한 책임과 권한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합동·연합작전 군사용어사전). 작전통제권은 1950년 7월 6.25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작전 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넘겼고, 이후 1954년 한미합의의사록에서 ‘작전 통제권’으로 바뀌었다. 1978년 연합사 창설로 한미 연합사령관에게 위임했던 것을 1994년 12월 1일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으로 이양하면서 전환의 물꼬를 텄다. 당시 한미는 한국군의 대북억제 역량 부족과 미군의 군사적 필요로 조건부 전환을 하였다. 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 합참의장이 행사하되 전쟁 억제와 전시 준비태세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6개의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을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남겨 둔 것이다. 이후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2012년 전환에 합의·추진 중에 2010년과 2014년에 2차례 연기되었다. 2014년에 ‘시기 기반(Time-based)’에서 ‘조건 기반(Conditions-based)’으로 전환 틀을 바꿨다. 이에 따라 1단계 최초운용능력(IOC) 검증은 2019년에 완료되었고,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진행 중이다. 현 정부는 2026년 FOC 검증 완료 후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FOC 검증결과 승인과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X-Yea)결정을 할 예정이다. 따라서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은 2027년까지 마쳐야 2028년 전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부의 구상과 달리 미국은 조건 충족 후 전환을 주장하며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4월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면서 전환 조건 달성 시점을 2029년 1분기로 전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8월 을지국무회의 시 “이미 우리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차고 넘친다... 전시 작전권 환수를 임기 내 추진하겠다.”고 했다.
3. 전작권 쟁점과 이해관계
1) 전환 찬반 논거: 접근-회피 딜레마(Approach-Avoidance Dilemma)
전작권 전환을 놓고 국내에서 좌우세력이 주장하는 찬반 논거는 아래와 같다.
◆ 찬성론 : ①미국의 전작권 행사로 독립국가의 군사주권을 침해받고 있다.
② 한국 방위를 미군에 계속해서 의존할 수 없다. ③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방위할 만큼 군사력이 강하고 국방비 지출한다. ④부족한 정보·감시·정찰(ISR), 연합C4I체계, 대북 타격 자산 등은 전환 후에 확보하면 된다. ⑤남북 협상 간 협상력 강화와 우발사태 발생 시 불필요한 미군 개입을 방지해야 한다. ⑥비대칭 한미동맹을 수평적·상호 보완적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 반대론 : ①연합지휘체계 변화는 한미동맹 약화와 미군의 한반도 개입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②조기 전환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자초와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만 약화시킨다. ③한국군의 정보·감시·정찰(ISR)자산과 역량이 부족하다. ④미군의 다영역지휘통제(JADC2)·C4I체계와 한국군의 통합전투지휘체계(KJCCS)·C4I체계가 상호 운용성이 제한된다. ⑤전시 미 증원전력의 시차별 전개 신뢰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⑥ 전환 시 한미연합사 존립과 동맹 와해가 불가피해진다. ⑦첨단무기체계 확보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등이 대표적이다.
2) 한미 양측의 득실: 양날의 칼
◆ 전작권 없는 한국
지난 70여 년간 미국의 작전통제권 행사는 여러 측면에서 안보와 군에 영향을 끼쳤다. 우선, 군사적으로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고, 지휘통제(C4I)·작전기획·교리(Doctrine)·군수지원·정보 분석기법 등 선진 군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한국군의 무기체계, 통신망, 작전 절차 등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기반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했다.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운용과 기술이전으로 K-방위산업의 발판을 마련하는 토대로 기능했다. 반면에 장기간 미군에 정보·감시·정찰(ISR) 자산과 전쟁기획, 연합작전지휘 등을 의존하며 독자 역량을 강화하지 못했다. 또한 국가안보전략을 유명무실화하고 한국군 장교단의 작전지휘통제 및 군사 전문성을 약화시켰다. 정치적으로 주권 침해 논란과 남남갈등 야기 등 원인을 제공했고, 외교적으로 강력한 한미동맹은 대내외 신인도와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 하지만 대북 협상력 약화, 통미봉남(通美封南) 자초,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연루 위험을 안게 되었다.
◆ 전작권 보유한 미국
전작권을 보유한 미국은 군사적으로 전쟁 억제, 주한미군의 주둔지·훈련장 확보, 전시대비 즉응태세유지 등 효율적인 임무 수행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다. 또한 주도적인 전쟁·작전기획, 표적 선정, 정보관리를 통해 한국군을 통제·순치(馴致)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정치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막고 안보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렛대로 쓰였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위 선점과 무기체계 상호 운용성을 내세워 합의를 유도·압박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나아가 미 의회와 국민에게 한반도 안보는 미국이 관리한다는 메시지로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외교적으로 북한 핵협상을 압박·유인하고 전략적 유연성을 해치는 동맹·우방국의 일탈을 막는 기제로 쓰였다. 최근 2026·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행정부 간 합의만으로 전작권 전환을 끝낼 수 없도록 미 의회의 인증·보고 절차와 독립적 위험평가를 명시까지 했다. 반면에 트럼프 정부 내에는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원해 전작권 이양을 찬성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2026년 국방안보전략(NDS)에서 북한위협에 대한 주도적 책임은 한국군이, 미군은 결정적이지만 더 제한된 지원을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주한미군이 지상군으로 한국에 발이 묶이는 비용과 북한의 재래식 도발에 연루될 위험(risk)을 줄일 수 있고, 더불어 한국 내 반미 정서 완화와 정치적 논쟁의 불씨까지 없앨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인 것이다.
4. 전환 조건의 핵심 요소 분석
지난 10월 제이비어 브런슨 연합사령관은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이 변했고,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했다. 2014년에 설정된 전환 검증 기준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여기서는 전환 조건을 6개 요소로 선정해 충분성을 분석하였다. 첫째, 북한핵미사일 억제능력이다.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다종화·고도화 중에 핵 선제타격을 위한 2022년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하고 전술핵까지 배치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극초음속 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운반·타격 수단의 첨단정밀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비해 현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의 다층적·동시 다발 핵·미사일 도발에 속수무책이어서 '연합 핵·재래식 통합(CNI)' 실현, 다층 방공망 구축, 그리고 미군과의 조기경보 및 정보공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둘째, 독자적 정보·감시·정찰(ISR)능력이다. 현재 한국군의 ISR 역량은 평양-원산 선(線) 이남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미사일의 24시간 독자 감시체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환은 곧 눈 감고 전쟁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한국군은 ‘RQ-4 글로벌 호크’ 4대, 해상초계기(P-8A 포세이돈) 6대를 도입했지만, 아직도 주한미군이 운영하는 사드 레이더(AN/TPY-2 X밴드)의 탐지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수백 여 기 정찰위성 대비 한국은 5기로 대북 감시 주기와 정밀도에 큰 차이가 난다. 한국군의 감시 주기는 2시간 단위이어서 현무-5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미국에 북한의 고가치 전략 표적 식별을 의존하는 현실에서 ISR자산의 한국 배정까지 해제할 경우 전장 감시는 사실상 불가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한미 통합지휘체계 간 상호 운용성 확보다. 그간 한국군은 지휘통제체계(KJCCS),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 등을 고도화해 왔지만 미군의 다영역지휘통제체계(JADC2)와 연동은 제한된다고 한다. 미군이 보안을 이유로 연동을 꺼리고 전략자산 지휘통제는 미군 전용 시스템을 사용한다. 미래연합사 지휘통제체계를 한국군을 기준으로 구축한다면 연합작전과 훈련 간 지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군의 드론·위성영상·사이버·우주·미사일 방어·실시간 통신 감청 등의 정보 데이터 통합분석시스템과도 연계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실상 전환에 대비한 통합지휘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셈이다.
넷째, 전쟁 기획 및 작전계획(OPLAN) 수립 능력이다. 작전계획은 한미 양국의 국방부·합참이 계획지침을 하달해 수립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미군 주도로 작성하고 한국군은 의견 제시 내지 조율하는 수준에 그친다. 한국군이 연합작전계획을 제대로 수립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작계의 최종 승인과 미 합참과의 연계를 미군 측의 동의를 받는 일도 쉽지 않다. 아울러 우발계획과 시나리오 완성도를 높이고, 현행 작전계획의 이관·갱신 과정에서 정합성 훼손도 막아야 한다. 향후 한국군이 제대로 연합작계수립을 장담할 수 있을까? 글쎄다.
다섯째, 연합연습 훈련이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막대한 예산과 시스템을 투입해 한미연합 연습을 기획·통제·모의 실행·사후 검토를 실시하는데 이를 한국군 미래연합사령관이 맡아 주도해야 한다. 전환에 대비한 준비와 실행능력은 역설적으로 연합훈련의 축소·중단·연기 심지어 중단 사실이 말해 준다. 이재명 정권은 대북 유화정책 추진으로 2026년 상반기 자유의 방패(FS)훈련 가운데 야외기동훈련(FTX)은 22회로 2025년 51회 대비 57% 감소했고,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8월 을지자유의 방패(UFS)연습을 축소했다. 그 여파는 올해 8월 UFS연습 워게임에서 연합지상군구성군사령관(한국군 육군대장·지상작전사령관)이 지휘하여 북한공격을 방어했으나 서부전선을 돌파당하고 서울 외곽 수㎞ 지점까지 진출한 시뮬레이션 결과로 나타났다.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장교단의 군사 전문성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은 주도적으로 전쟁 기획과 연합작전 지휘를 실행해야 하지만 이에 필요한 고도의 군사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다. 장기간 미군이 주도하는 작전기획, 연습훈련, 지휘통제 등에 의존해 온 데다 연합작전기획과 훈련지휘 통제 훈련보다 사고 예방을 우선시하는 한국군 정서와 관행 탓이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 집권 후 전면적 군 수뇌부 물갈이는 계급별 일정 기간 직책과 현장경험으로 길러진 전문성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초고속 승진 장교가 직위에 맞는 군사 전문성을 발휘할 리 없다. 전방 지역 빈총 경계, 북한의 지뢰 도발에 우왕좌왕 지연 대응이 말해 준다. 군 장교단의 전문성 회복탄력성(Resilience) 지수는 단기간에 높여지는 사안이 아니다.
5. 마무리 : 제안
이재명 정부의 정치 일정에 따른 ‘시점 기반’ 전환은 안보 리스크가 너무 크고, 조건 기반 전환은 ‘골대 이동’ 논란을 낳는다. 해법으로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 전환 모델을 응용한 ‘보충성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의 전작권 전환 방식’을 제안한다. 전작권의 큰 틀은 한국군으로 전환하되 한국군 독자 역량이 아직 부족한 정보·감시·정찰(ISR), 다영역지휘통제·C4I체계, 핵심 전략 표적기획 등 특정 분야 권한은 한미 간 합의로 한시적으로 연합사령관에게 제2의 CODA를 두는 방안이다. 절충안을 통해 정치적 명분과 안보적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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