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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초과이윤 논쟁을 넘어 성장의 선순환으로
 
2026-07-31 13:30:35

Hansun issue & focus 8월호 


<초과이윤 논쟁을 넘어 성장의 선순환으로>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1. 초과이윤의 사후 배분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의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생산성 혁신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생성형 AI, 첨단반도체, 로봇, 디지털 플랫폼은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 물류, 마케팅, 경영관리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기업과 노동자에게 동일한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과 기술, 전문인력을 확보한 대기업과 선도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전통산업은 기술 도입 비용과 인력 부족으로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정규직과 전문인력의 보상은 높아질 수 있지만, 청년과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는 첫 일자리와 숙련 형성의 기회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양극화를 가속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정책 논의의 출발점에서부터 초과이윤이라는 표현은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정상적인 이윤이고 어느 수준부터 초과이윤인지 객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은 경영자의 판단과 근로자의 노력뿐 아니라 연구개발의 성공과 실패, 경기순환, 환율, 원자재 가격, 글로벌 수요와 공급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도체처럼 대규모 선행투자와 장기간의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산업에서 특정 시기의 높은 이익만 떼어 초과로 규정하면 과거의 투자 위험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산업별 차이도 크다. 설비투자가 중요한 제조업, 지식재산과 네트워크 효과가 핵심인 플랫폼산업, 금융업과 유통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기업마다 자본비용, 연구개발비, 감가상각, 해외투자와 미래 투자계획도 다르다. 정부가 일률적인 기준으로 초과이윤을 산정하고 세금이나 부담금으로 회수하려 할 경우 기업은 미래의 높은 성과가 추가 부담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해 혁신투자와 위험 감수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AI와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업의 투자여력을 약화시키고 연구시설과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촉진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성공을 사회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문제를 단순한 사후 분배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질문은 얼마를 빼서 누구에게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 성과가 어떤 경로를 통해 생산성 향상, 양질의 일자리, 협력기업의 성장과 미래세대의 기회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이다. 사회적 연대 역시 이미 만들어진 결과를 나누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을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2. 사회연대임금에서 사회연대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일정 부분 억제하고 그 재원을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에 활용하자는 사회연대임금은 임금격차 완화라는 취지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구조와 노사관계 현실에서는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스웨덴식 연대임금은 중앙집중적 노사교섭과 산업 내 비교적 동질적인 임금결정 구조를 배경으로 발전했다. 반면 한국은 기업별 교섭이 중심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생산성, 지불능력, 복지수준과 노사관계가 크게 다르다. 단순히 대기업 임금이나 성과급 일부를 억제한다고 해서 그 재원이 자동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이전되는 것도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임금격차의 이면에 생산성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는 것만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지불능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협력기업이 낮은 납품단가, 설비 노후화, 연구개발 역량 부족, 숙련 인력 이탈과 디지털 전환 지연을 겪는 상태에서 임금 인상만 강제하면 고용 축소나 비정규직 확대, 무리한 자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가능한 임금 상승은 생산성 향상과 시장 확대, 기업의 지불능력 개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사회연대투자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성과 가운데 일정 부분을 강제로 회수해 현금으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청 공동혁신, 미래세대 인재양성, 산업전환 지원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결과를 나누는 연대에서 성장을 함께 만드는 연대로의 전환이다.

 

해외에서도 기업의 성과를 직접 재분배하기보다 기술 확산과 인재양성, 중소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에 연결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기관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시험하고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하도록 지원한다. 정부·연구기관·기업이 공동으로 디지털 전환 수준을 진단하고, 공정혁신과 자동화, 데이터 활용 방안을 설계하며, 기술을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한다. 이는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에 단순 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생산성 향상과 연계된 사회연대투자의 핵심 방향

 

사회연대투자가 지속가능하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비용이나 기부의 관점이 아니라 생산성을 다시 높이는 투자로 설계해야 한다. 첫째, ·하청 공동혁신을 생산성 공유형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상생협력이 일회성 기금 출연이나 납품대금 지원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대기업이 축적한 데이터, AI 활용 경험, 공정관리 기술과 전문인력을 협력기업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공동으로 생산공정을 진단하고 불량률, 설비가동률, 에너지 사용량, 재고회전율, 납기준수율과 작업시간 등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한 뒤 AI와 스마트공장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둘째, 미래세대의 경력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AI가 초급 사무와 분석, 콘텐츠 작성 등 청년들이 처음 경험하던 업무를 대체하면 신규채용이 줄고 경력을 시작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단기적인 청년실업을 넘어 장기적으로 숙련인력 부족을 초래한다. 기업은 당장의 비용 절감을 위해 신입채용을 축소할 수 있지만, 몇 년 뒤 중간관리자와 숙련전문가가 부족해지는 인력 단절에 직면할 수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학이 공동으로 청년을 일정 기간 채용해 교육한 뒤 중소기업의 데이터 정비, 공정진단, 스마트공장 구축과 해외시장 개척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경력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청년은 실제 프로젝트 경험과 경력을 얻고, 중소기업은 부족한 디지털 전문인력을 활용하며, 대기업은 공급망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단기 인턴십이 아니라 교육, 프로젝트 수행, 멘토링과 취업 연계를 결합한 1~2년의 경력형 일자리로 설계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생산성 성과를 고용 및 재투자와 연결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 기업 이익과 주주가치에만 반영되고 근로자의 보상과 고용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AI 전환에 대한 현장의 저항이 커진다. 반대로 생산성 증가분을 모두 임금으로 소진하면 미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노사가 기업의 여건에 따라 생산성 협약을 체결하고, AI 도입으로 개선할 생산성 지표, 고용영향, 훈련계획, 근로자 성과공유와 재투자 방식을 사전에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4. 기업의 혁신과 노동자의 안정을 교환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

 

AI 전환 과정에서는 기업의 유연성과 노동자의 안정성을 대립적인 가치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기업은 기술과 시장 변화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고 직무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는 일자리가 변화하거나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교육과 소득, 고용서비스를 보장받아야 한다. 노동정책의 중심을 특정 직장의 영구적 보호에서 노동시장 전체에서의 고용가능성 보호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전직지원과 재취업훈련을 사후적 실업대책이 아니라 재직 단계의 예방적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기업이 AI 도입계획을 수립할 때 고용영향을 함께 평가하고, 직무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근로자에게 전직훈련을 미리 제공해야 한다. 대기업은 자체 교육시설과 훈련프로그램을 협력기업 근로자에게 개방하고, 중소기업은 산업별 공동훈련센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별 협회와 지역대학, 공공훈련기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공동훈련 플랫폼을 구축하면 개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비용도 낮출 수 있다.

 

사회안전망 역시 전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실업급여 지급만으로는 산업전환기에 필요한 새로운 숙련을 형성하기 어렵다.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경력상담, 일경험과 채용서비스를 결합하고, 플랫폼 종사자와 특수고용 종사자 등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보호를 확대해야 한다. 청년에게는 첫 직장 진입과 경력형성을, 중장년에게는 전직과 재교육, 단계적 퇴직을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은 기업의 성공을 제약하거나 그 성과를 사후적으로 회수하는 데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에는 혁신과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부여하되, 그 성과가 협력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인재양성, 고용전환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에게는 기존 직무의 영구적 보장만을 약속하기보다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역량과 안전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것은 초과이윤을 둘러싼 찬반 논쟁 자체다. 기업 이익을 사회의 몫과 기업의 몫으로 나누는 제로섬 논리에서 벗어나 기업의 투자가 협력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이 임금과 고용을 개선하며, 높아진 소득과 숙련이 다시 혁신과 내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사회적 연대는 성과를 나누는 연대를 넘어 생산성을 함께 높이고 성장을 함께 만드는 연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혁신동력을 보존하면서 중소기업, 청년세대와 지역사회로 성장의 과실을 확산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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