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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98호
1. 들어가며
2. 헌법 3조의 국제정치적 의미
3. 북한 급변 사태 시 한국의 위상
4. 북극항로를 둘러싼 중·러의 야욕
5. 흡수통일에 대한 오해
6. 통일에 대한 열망은 곧 국력
1. 들어가며
지난달 28일 통일부가 북한을 그들의 정식 국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로 부르는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동영 장관 역시 ‘한-조 관계’라는 표현을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진실된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적 개인 간 논리를 남북한 관계에 무리하게 적용한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호칭은 상대 정부에 대한 정치적 승인, 외교적 지위를 담는 고도의 전략적 행위다. 과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대한민국 대신 ‘남조선 당국’과 같은 표현을 썼던 이유다. 비슷한 이유에서 그들은 한국은행을 ‘남조선중앙은행’, 대한항공은 ‘남조선 칼기’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북한을 공화국으로 부르지 않았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이는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존심 싸움의 의미뿐 아니라, 우리가 북한 지역을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정신을 차단하자는 전략이다. 우리가 북한을 그들의 원하는 ‘조선’이라 칭하면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정식 승인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수반된다. 즉 과거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 현재 한미동맹의 결속과 미래 통일의 청사진을 바꾸는 조치로, 통일부의 존재 이유와 의무를 부정하는 월권이 될 공산이 크다.
2. 헌법 3조의 국제정치적 의미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한 영토 선언이 아니라, 현 북한 정권이 우리 영토를 불법 점유 중인 반국가단체이며, 미래 이러한 불법적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까지 포함된다. 1948년 12월 12일 제3차 UN 총회 결의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승인한 것은 우리 헌법 3조의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북한이 2023년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것 역시 우리에 대한 적의를 드러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북한이 국제법상 모든 정상 국가의 권한을 갖겠다는 선언이며, 우리 헌법 3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도발이다. 북한의 이러한 강경 노선은 정상 국가로서의 자신감이기보다 인민 절반 가까이가 만성적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체제의 모순을 가리기 위한 기만에 가깝다. 우리가 북한을 조선으로 불러주면 여기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3. 북한 급변 사태 시 한국의 위상
국제정치적으로 북한체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 권력의 진공상태가 될 경우,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할 공산이 크다. 북한은 그간 미군의 북상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는데 이러한 방파제를 지키는 것은 강대국의 사활적 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을 우리의 북쪽 지역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북한의 급변사태시 통일의 주도권을 중국과 러시아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중요한 포석이다. 지금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하면 미래 우리의 통일 노력이 국제법상 내정간섭이 될 수 있다. 이는 평화통일의 사명을 명시한 헌법 4조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명시한 우리 헌법 전문과도 배치된다. 2023년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는 최소 8만 명에서 12만 명의 수감자가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는 독립 국가로 인정하면 동포들의 인권을 외면하는 처사가 된다.
4. 북극항로를 둘러싼 중·러의 야욕
현재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상선들은 동남아시아의 말라카(Melaka) 해협이나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약 21,000km의 경로가 13,000km로 단축된다. 기존 30~40일 걸리던 운항 시간도 14~20일 수준으로 줄어든다. 연료비 절감 외에도 선박 회전율을 두 배 가까이 높일 수 있어 주목된다.
최근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린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항로 선점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러시아는 2024년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 등 나진항 현대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북극항로 시대를 앞두고 한반도 북부를 자국의 물류 통로로 편입시키려는 계산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실상 자국 영토로 편입시킨 것도 북극 항구 선점을 위한 포석이다. 한미 공조로 북극 항로를 선점하려는 중러를 차단하고, 나진이 아닌 부산을 거점항구로 만들어야 할 때다. 이런 시기에 북한을 조선으로 예우하는 것은 한미일-북중러의 대치 구도에서 이탈하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5. 흡수통일에 대한 오해
남북 베트남, 동서독, 남북 예멘 등 일련의 분단국 통일사례는 이질적인 두 체제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 결국 흡수통일의 형태로 귀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선 1990년 동서독 통일은 동독 인민의회가 스스로 편입을 결정한 것이며, 국기는 서독 국기가 그대로 계승됐다. 앞서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통일은 무력에 의한 통일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동서독과 다를 바 없는 월맹의 흡수통일이었다.
소련 패망으로 의지할 곳이 없어진 공산 남예멘의 제안으로 1990년 성사된 예멘 통일은 외견상 분단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협의로 통일을 달성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총선 후 권력 배분에 불만을 가진 구 남예멘 측이 내전을 일으켰고, 북예멘에 의해 진압되면서 결국 흡수통일로 귀결됐다.
현 여권과 사회 일각에서 남북한 간 교류를 통해 남북한의 차이를 줄여가자는 절충론, 북한과의 평화공존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통일로 가는 중간단계 또는 그 양상일 뿐, 결론은 누가 누구를 흡수하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미래 남북한의 통일도 결국 자유와 번영, 강력한 국방으로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6. 통일에 대한 열망은 곧 국력
CIA 고위 관료 출신의 전략가 레이 클라인(Ray S. Cline, 1918-1996)은 유형의 국력과 무형의 국력을 곱한 값이 국력(National Power)으로 규정했다. 유형의 국력에는 경제력, 병력의 수 등처럼 수치화가 가능한 것이며, 무형의 국력에는 국가전략, 국민 의지 등처럼 수치가 불가능한 것이다. 클라인은 무형의 국력이 유형의 국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단언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수당 제국이 고구려를 이기지 못한 것이나, 자유 진영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던 월남이 허망하게 지도에서 사라진 사실은 무형의 국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이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유형 국력은 이미 북한을 수십 배 상회한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통일 전략과 통일을 기피하는 국민 여론이 커진다면 최종 국력 수준은 북한에 못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현재 한국 사회가 청년 세대에게 우리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자부심, 폭정에 시달리는 북한 인민들을 구하겠다는 패기를 심어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바로 TV에 온통 '먹방'과 구슬픈 '트로트'만 가득한 시류를 걱정하는 이유다.
우리가 북한을 ‘북한’으로 호칭하는 것은 헌법 수호 의지의 표현이며, 한반도 북쪽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대미문의 인권탄압과 범죄를 바로잡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처럼 말의 힘은 무섭다. 따라서 ‘북한’이라는 호칭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라 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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