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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95호
1. 군 가산점 폐지 이후, 입사 후 보상으로의 선회와 그 한계
2. 승진 연계의 함정: 공공은 비껴가고 민간은 갇히다
3. 여성할당제: 한국만의 기형적 강제 정책과 그 실체
4. 할당제의 역설: 일과 가정 양립을 오히려 가로막는 진통제
5. 할당제의 결과: 경력 단절과 비혼의 증가, 그리고 임금 격차
6. 근본적 해법: 육아의 남성 의무화와 고용 유지 시스템으로의 대전환
대한민국 노동 시장은 지금 공정함에 대한 치열한 정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법원이 민간 기업(사단법인)의 인사 규정 중 군 복무 경력을 승진에 반영해 온 관행을 두고 성별에 의한 간접 차별이라며 위법 판결을 내린 사건이 그 도화선이 되었다. 병역 의무를 마친 남성에 대한 보상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자 도덕적 가치이다. 그러나 그 보상이 조직 내 미래의 기회를 선점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때, 다른 집단에는 넘을 수 없는 유리 천장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거대한 의문이 남는다. 남성의 희생에 대한 보상은 차별로 규정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가, 왜 여성할당제라는 또 다른 성별 기반의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 우대 조치’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는가? 공정과 평등이라는 가치가 특정 성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우리 사회의 노동 정책 전반을 심도 있게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1. 군 가산점 폐지 이후, 입사 후 보상으로의 선회와 그 한계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 가산점제 위헌 결정은 대한민국 병역 보상 정책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채용 단계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은 헌법이 지향하는 기회의 균등을 해친다는 이유로 퇴출당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채용 시 가점 대신, 입사 후 군 복무 기간만큼 호봉과 임금을 보전해 주는 사후 보상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3년, 정부는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을 통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제대군인의 의무 복무 기간을 호봉 및 임금 결정 시 근무 경력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병역 의무자가 겪은 2여 년의 경력 공백을 금전적으로 메워주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명이다. 여기까지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보상이 단순히 임금 수준을 넘어, 승진이라는 지위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속도까지 결정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이는 병역 이행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넘어, 비이행자에 대한 구조적 배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법원은 본 것이다.
2. 승진 연계의 함정: 공공은 비껴가고 민간은 갇히다
공공부문은 호봉과 승진 시스템이 비교적 정교하게 분리되어 있다. 호봉은 임금 산정의 기준일 뿐, 승진은 승진 소요 최저 연수와 근무성적평가(근평)라는 성과 점수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 즉, 군 경력이 호봉에 반영되어 월급이 올라가도, 이것이 자동으로 승진 순번을 앞당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간 기업과 일부 사단법인들은 행정적 편의를 위해 근속연수=호봉=승진 연한이라는 단순한 등식을 사용해 왔다. 노사 협약이라는 명목하에 군 경력을 승진 연한에 그대로 합산해 주는 관행이 굳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성 직원은 입사하는 순간부터 여성보다 2년 빠른 승진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는 임금 보전의 차원을 넘어, 여성에게는 구조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기회의 격차를 강제하게 되었다.
법원이 이번에 제동을 건 점은 민간 기업 내부의 이러한 관행이 헌법이 금지하는 간접 차별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기업은 호봉과 승진을 완전히 분리하고,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로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3. 여성할당제: 한국만의 기형적 강제 정책과 그 실체
그렇다면 한국의 여성할당제는 어떠한가? 한국에서 흔히 여성할당제라 불리는 제도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근거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이다. 법령에 30%라는 숫자가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는 업종별 여성 고용 비율 평균의 70%에 미달하는 기업을 부진 사업장으로 선정한다. 이 70%라는 기준이 사실상 30%라는 사회적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한다.
놀라운 점은 OECD 국가 중 민간 기업의 입사(채용) 단계부터 특정 성별의 비율을 강제로 할당하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사례는 주로 이사회(Board)의 여성 비율을 권고하는 수준이며, 민간 채용에는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다. 일본 역시 「여성 활약 추진법」을 통해 기업의 고용 데이터를 공개하게 하는 투명성 전략을 쓸 뿐, 할당을 강요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명단 공표, 공공 입찰 감점, ESG 평가 등 강력한 페널티를 통해 민간 기업을 압박한다. 기업 입장에서 공공 입찰 제한은 생존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구조적 강요를 받는 셈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권과 자율적 인재 선발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행정 개입이자, 시장 경제 원칙에도 어긋나는 정책이다.
4. 할당제의 역설: 일과 가정 양립을 오히려 가로막는 진통제
할당제는 일과 가정 양립을 돕는 사다리가 아니라 오히려 양립을 방해하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할당제로 채용된 인력은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분류된다.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를 지원하는 비용을 지불하느니, 눈치를 주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것이 기업에는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할당 수치만 맞추면 정부의 제재를 피할 수 있으므로, 해당 여성 인력이 경력을 이어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면 조직 부적응자가 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기업의 전략이 된다. 결국 할당제는 기업이 양립을 위한 제도 개선에 투자할 의지를 근본적으로 꺾어버린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전문성을 쌓기보다 퇴사가 용이한 직무를 선호하게 만들고, 기업은 어차피 나갈 사람이라며 투자를 끊는 악순환이 고착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할당제는 역설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5. 할당제의 결과: 경력 단절과 비혼의 증가, 그리고 임금 격차
할당제로 여성을 채용한 기업들은 왜 그들의 고용 유지에는 극도로 인색한가? 이는 기업 입장에서 할당제는 정부 규제를 통과하기 위한 통과 의례 같은 비용이지만,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 같은 지원은 영구적인 리스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과 성과주의를 성실함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 문화에서,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은 기업의 관점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인력으로 분류된다.
이런 환경에서 일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이 자신의 커리어를 파괴할 것임을 직감하고 비혼을 합리적 생존 전략으로 선택한다. 반면, 결혼을 택한 여성들은 제도 미비로 인해 경력 단절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결국 할당제는 여성 채용 수치만 높일 뿐, 실제로는 경력 단절 여성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고스란히 남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한국을 OECD 최고의 남녀 임금 격차를 가진 나라로 미디어에서 발표하면 대부분 여성들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잘 모른 채 ‘여성이 아직도 이렇게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남녀 임금 격차는 동일 기업의 동일 직무 내 차별이 아니라, 경력 단절로 인한 저임금 직종 이동과 근속 연수 부족에서 대부분 비롯된 통계적 결과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2030 세대의 한국 여성들 학력은 남성보다 높으며 의무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들은 2년 가까이 취업을 준비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남성들은 여성할당제에 분노하고 여성들은 경력 단절에 좌절하는, 모두가 불행한 제로섬 게임을 지속하게 만든다.
6. 근본적 해법: 육아의 남성 의무화와 고용 유지 시스템으로의 대전환
미래의 노동 환경은 지금보다 더 냉혹하다. AI와 IT의 기술 발전은 일자리 자체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이제 기업은 성별이나 할당제 같은 규제보다 실질적인 생산성을 기준으로 인력을 선별하려고 할 것이다. 일자리가 귀해지는 시대에 정부가 강요하는 할당제는 남녀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부추기는 독이 될 뿐이다.
이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할당제 중심의 채용 정책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외국 사례처럼 기업이 채용 현황과 임금 격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게 하여 시장의 자정 작용을 믿어야 한다. 지금 당장 여성할당제를 폐지하기가 어렵다면 범위와 기간을 제한하고, 점진적으로 축소 가능한 장치로 운영해야 한다.
기업이 여성 채용을 기피하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길은 성별에 따른 리스크 차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제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단축 근무제 등을 ‘여성 전용’에서 ‘부모 공동 의무’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법제화하고, 아프면 엄마만 호출하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연락 시스템을 부모 양측 의무 연락으로 개선해야 한다. 모든 남녀 노동자가 동일한 수준의 돌봄 리스크를 짊어지게 될 때, 기업은 비로소 성별을 기준으로 인력을 차별할 이유를 잃게 된다.
또한 정부는 기업을 옥죄는 쉬운 규제를 멈추고, 사회적 대체인력 공급망 구축과 육아휴직 수당의 파격적 인상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채용 숫자를 강요하는 대신 출산 후 복귀율과 근속 유지율을 기업 평가의 1순위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은 비로소 눈치 주기가 아닌 인재 유지를 위한 실질적 투자에 나설 것이다.
이제 할당이라는 낡은 숫자에서 벗어나, 채용된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고용 유지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남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정한 양성평등이자 공정한 노동 시장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더 이상 여성의 경력을 담보로 숫자를 맞추는 미봉책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성과와 역량이 존중받는 인사 시스템의 설계가 지금 대한민국 노동 시장에 가장 절실한 개혁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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