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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93호
1. 거래절벽 속 신고가 속출 : 선별적 거래의 역설
2. 연쇄 파급: 무너지는 산업 생태계와 임차인의 고통
3. 정작 임차인은 나아지는가
4. 시장이 보내는 신호
주택가격 안정은 정당한 정책 목표다. 그러나 수단의 선택은 목표 못지않게 중요하다. 2025년 10월 이후 연속으로 강화된 대출·거래 규제는 과연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최근 데이터는 이 질문에 냉정한 답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2025년 10월 15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 지정하는 ‘3중 규제’였다. 25억 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는 2억 원으로 축소됐고,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어 2026년 4월 1일에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의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을 4월 17일부터 원칙 금지하고,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규제는 계속해서 촘촘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의도와 달랐다.
1. 거래절벽 속 신고가 속출: 선별적 거래의 역설
규제의 효과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가격이다. 거래량은 줄었는가. 줄었다. 그런데 가격은 내렸는가. 그렇지 않다.
▶ 10·15 대책 전후: ‘거래는 줄고, 가격은 오른’ 역설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 10월 1만 1,041건 → 11월 4,395건 (60.2% 급감)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당 평균 가격 연초 대비 16.8% 상승 (KB부동산) 지난달 서울 주택 분양 물량: 0호
▶ 규제지역 지정에도 신고가 속출 강남3구·용산 토허구역 신고가 비율: 지정 전42.5% → 지정 후 51.5% (9.0%p 상승) 성동구 트리마제84㎡: 기존 최고가 대비 4억 원 오른 53억 원에 신고가 체결 서울 강북권 평균 아파트 매매가 사상 첫11억 원 돌파 (2026.4.13. 기준) |
이 현상의 구조는 단순하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현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는 시장에서 퇴장하고, 자금력이 충분한 수요자만 남아 고가 거래를 이어간다. 이른바 ‘선별적 거래 국면’이다. 거래량이 줄어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규제는 시장 참여자의 구성을 바꿀 뿐, 가격을 낮추지 못한다.
더 주목할 현상은 풍선효과다. 10·15 대책 시행 후 4개월간 수도권 비규제지역 아파트 매매는 전 4개월 대비 20% 급증한 반면, 규제지역은 같은 기간 35% 급감했다. 4월 13일 현재, 서울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사상 처음으로 11억 원을 돌파했다. 10·15 대책의 역설적 결과다. 고가 주택 대출 규제로 갈 곳을 잃은 실수요층이 15억 원 미만 중저가 단지로 쏠렸고, 외곽 지역 집값을 밀어 올린 것이다.
재산권의 본질 훼손과 ‘관치금융’의 부활
가장 심각한 지점은 다주택자 대출 상환 압박에서 드러나는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이다. 재산권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권리에 그치지 않는다. 소유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대여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운용의 자유’는 재산권의 핵심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정책적 목적을 이유로 대출 만기 연장을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무시한 관치금융의 부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을 통제의 도구로 삼아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 이러한 강압적인 퇴로 차단은 시장의 자율적 수급 조절 기능을 파괴하고, 결국 임대차 시장의 공급망까지 무너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2. 연쇄 파급: 무너지는 산업 생태계와 임차인의 고통
주택시장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중개, 이사, 건설, 인테리어, 나아가 지역 상권까지 광범위한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어 있다. 규제가 쌓일수록 이 생태계 전반이 위축된다.
▶ 공인중개업 붕괴 현황 영업 중 공인중개사: 10만 9,979명 (2020년 8월 이후 처음 11만 명 하회) 신규 개업 < 폐업·휴업: 2023년 2월 이후 계속(2025년 신규 개업 9,150곳, 폐업 1만 1,297명) 2025년 8월 신규 개업 583명 → 통계 작성(2015년) 이후 역대 최소
▶ 건설업 도산 현황 (2026년 1~3월 기준) 건설업체 폐업823건 → 전년 동기 대비18.6% 증가, 2014년 이후12년 만에 최대 중견 건설사 공사 미수금 1년 새41.3% 급증 (3.7조 원→ 5.3조 원) |
2021년 이후 실행된 사업자 대출 전수 조사와 용도 외 사용 적발 시 최장 10년 신규 대출 제한이라는 강력한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건설·부동산 연관 산업 전반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거래 위축의 파급은 이사업·가구·인테리어를 거쳐 지역 상권 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지역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확산된다.
3. 정작 임차인은 나아지는가
규제의 명분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이다. 그러나 데이터가 가리키는 현실은 다르다.
대출 만기연장 금지로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 대출은 약 2.7조 원(1만 2,000가구)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풀리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LTV 40%, 주담대 한도 제약 속에서 이 매물을 실수요자가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매물이 또 다른 자산가에게 넘어가거나 임대 시장으로 재유입되는 경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 측면도 문제다. 임대주택의 86.7%를 담당하는 민간 부문의 투자 유인이 약화되면 전·월세 물량은 줄어든다. 서울 전세 매물은 이미 올해 초 대비 33.1% 급감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월세 비중 확대는 주거비 부담의 항구화를 뜻한다.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반대 방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4. 시장이 보내는 신호
2025년 한 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98% 상승했다. 2013년 공식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며, 부동산 과열기로 불리던 2018년(8.03%)을 넘어선 수치다.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 속에서 역대 최고 상승률이 기록됐다는 사실은, 수요 억제만으로는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역사는 반복적으로 같은 교훈을 준다. 가격을 직접 통제하거나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은 단기적 거래 억제 효과 이상을 달성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금융을 도구 삼아 개인의 재산 운용권을 제약하는 방식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강압적인 규제가 아니라, 나의 재산권이 보호받고 주택이 원활히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를 보고 움직인다.
정책을 계속 발표해도 시장 참여자들은 신뢰가 없으면 정책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수요는 규제를 피해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고, 억눌린 수요는 규제가 완화되는 순간 다시 분출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규제의 강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주택이 언제 공급될 것인지를 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2026년 4월 현재 목격되는 거래 급감과 가격 하락은 대출 만기 연장 금지 등 강력한 규제가 낳은 일시적인 착시일 뿐이다. 오히려 이는 수요를 강제로 압착해 향후 규제 완화 시 가격이 폭발적으로 튀어 오르는 ‘용수철 효과’의 에너지만 축적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규제정책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압박 중심의 규제보다는 신뢰가 시장을 안정시킨다.
거래절벽 속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는 현실은, 규제가 수요를 억누를 수 있어도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억눌린 수요는 외곽으로 이동하고, 공급은 줄어들며, 임차인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는 대립이 아니라 병행의 문제다. 시장 참여자가 미래 공급을 예측할 수 있고, 실제 공급이 뒤따르며, 정책의 일관성이 신뢰를 형성할 때 가격은 비로소 안정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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