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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특유재산은 원본까지 나누고 혼전 계약서는 통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2026-03-23 13:50:30
첨부 : 260323_brief.pdf  

Hansun Brief 통권391호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 목 차>

 

1. 특유재산 분할의 비극: 1993년의 판도라 상자와 원칙의 붕괴

2. 가사와 육아의 가치 변화

3. 글로벌 표준과의 절연: 갈라파고스화된 한국

4. 혼전 계약서의 부정: 사적 자치가 실종된 법적 사각지대

5. 양육비 미지급과 여성의 생존: 국가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비극

6.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젠더적 재분배

7. 공정과 자율의 회복, 그리고 국가의 책임






대한민국은 세계가 경탄하는 물리적 치안의 정점에 서 있는 국가다. 한밤중에 도심 한복판을 거닐어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카페 테이블에 놓인 귀중품이 주인의 부재 중에도 제자리를 지키는 나라는 지구상에 흔치 않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풍경의 이면에는 기이할 정도로 날 선 불신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남녀 관계와 가족을 규정하는 담론에서는 여성을 끊임없이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설정한다.

 

이러한 약자 보호의 논리가 사적 자치의 최전선인 가족법 영역에 침투할 때, 우리는 가장 기형적인 법적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사법부의 온정주의는 여성을 경제적 자립 주체로 보지 않고, 이혼 시 남성의 특유재산을 헐어 여성의 생계를 보전해 주려는 편법을 고착화했다. 반면 이를 방어할 유일한 수단인 혼전 계약서는 사랑의 계약성을 부정하는 구시대적 정서에 가로막혀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OECD 국가 중 이혼 시 특유재산은 원본까지 나누면서 혼전 계약서는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1. 특유재산 분할의 비극: 1993년의 판도라 상자와 원칙의 붕괴

 

우리 민법상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소유했거나 상속·증여받은 재산으로,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 법적 원칙은 1993511, 대법원 판결(92501)이라는 운명적인 시점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법원은 특유재산일지라도 배우자가 그 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새로운 법리를 확립했다.

 

문제는 이 기여의 정의가 지난 30여 년간 무한히 확장되어 왔다는 점이다. 초기의 판례는 실질적인 경제적 협력을 요구했으나, 현재는 전업주부의 가사와 육아만으로도 특유재산의 가치 유지에 기여했다고 간주한다. 혼인 기간이 10년을 넘어서는 순간, 남성이 결혼 전 일군 자산이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아파트는 예외 없이 분할의 도마 위에 오른다. 이는 가까운 일본이 특유재산 불가침의 원칙을 엄격히 고수하며 실질적인 공동 형성이 증명되지 않는 한 분할 대상에서 철저히 제외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 가사와 육아의 가치 변화

 

법원이 전업주부에게 특유재산에 대한 40~50%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논리적 근거는 가사와 육아의 가치다. 하지만 필자는 묻고 싶다. 법원의 잣대는 과연 2026년 현재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가?

 

현재의 가사는 몸으로 때우던 1970~80년대의 노동이 아니다.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으로 대변되는 가전 혁명은 가사 노동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켰다. 배달 플랫폼과 밀키트의 등장은 식사 준비의 수고를 선택의 영역으로 바꾸어 놓았다.

 

육아 역시 마찬가지다. 0~2세부터 국가 지원 어린이집 보육이 보편화된 한국 사회에서 육아의 상당 부분은 이미 사회화되었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사교육을 위한 플랜을 짜고 좋은 학원이나 교사를 구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고 하지만 이는 홈스쿨링이나 보육과는 달리 선택사항에 속하며 자녀가 고학년이 될수록 엄마의 몫도 적어진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특유재산 분할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할당은 더 높아진다. 남녀가 같이 직장 생활과 육아에 참여했음에도 아내의 소득은 남편의 특유재산을 분할하는 열쇠로 작동한다. 남편의 고강도 노동은 의무로, 아내의 노동은 재산을 잠식하는 권리로 해석되는 이 비대칭적 구조는 남성들에게 실존적 박탈감을 넘어 분노를 유발한다.

 

3. 글로벌 표준과의 절연: 갈라파고스화된 한국

 

OECD국가 중 독일의 경우 잉여공동재산제는 혼인 전 가져온 자산의 원본은 철저히 보호하되, 혼인 중 발생한 가격 상승분만을 산술적으로 계산해 나눈다. 이는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배우자의 기여를 수치로 보상하는 합리적 타협안이다.

 

미국 역시 별도 재산과 혼인 재산을 엄격히 분류하며, 자산의 수동적 가치 상승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주(State)가 많다. 무엇보다 미국은 혼전계약서가 법보다 우선하는 사적 자치의 정점에 서 있다. 이처럼 서구권에서는 내가 가져온 것은 내 것이라는 사유재산권의 본질이 존중받는다.

 

일본도 특유재산 불가침 원칙을 엄격히 고수한다. 혼인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혼인 전 자산이나 상속 재산은 실질적인 공동 형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분할 대상에서 철저히 제외한다. 한국처럼 아내가 가사를 돌보아 남편이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는 모호한 추측성 논리로 개인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 법원은 이혼 후 배우자의 부양이라는 국가적 복지 책임을 개인의 사유재산을 헐어 해결하려는 편리한 온정주의에 함몰되어 있다. 한국이 갈라파고스화 된 것이다.

 

4. 혼전 계약서의 부정: 사적 자치가 실종된 법적 사각지대

 

자산을 지킬 최소한의 방어선인 혼전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일본은 민법 제755조에서 부부재산계약을 명문화하고 등기하여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로 보호한다. 미국 역시 혼전 계약서(Prenuptial Agreement)가 있다면 판사는 그 내용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 이혼 시 특유재산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항은 사법부조차 함부로 뒤집을 수 없는 사적 자치의 마지노선이다.

 

우리나라도 민법 제829조에 의해 이론적으로는 부부재산약정을 등기하면 법적 효력을 가질수 있다. 부부재산약정은 주로 혼인 중 재산의 관리와 소유에 관한 것으로 반드시 혼인신고 전에 체결 및 등기를 해야 한다. 등기를 하면 제3(채권자 등)에게 대항할 수 있다. , 이 집은 아내의 약정 재산이니 남편의 빚 때문에 압류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은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혼인 전이나 혼인 중에 이를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본다. , 부부재산약정등기에 이혼 시 특유재산은 나누지 않는다고 적어도, 판사는 이를 참고 자료 정도로만 볼 뿐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성이 불리한 계약을 강요받았을 수 있다는 가부장적 보호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며, 현대 여성의 주체성과 성인 간의 자율적 계약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권 남녀들이 동거 단계부터 동거 계약서를 작성하고 결혼 시 혼전계약서로 방어막을 칠 때, 한국의 남성들은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전장으로 떠밀리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이름으로 돈 계산을 금기시하는 정서적 압박과 사법부의 외면이 결합하여, 결혼을 위험한 투자의 영역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5. 양육비 미지급과 여성의 생존: 국가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비극

 

여기서 우리는 동전의 뒷면을 보아야 한다. 왜 우리나라 여성들은 이혼 시 특유재산 분할이라는 무리한 권리에 매달리게 되었는가? 그것은 대한민국에 이혼 후 자녀의 복리를 책임질 제대로 된 국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양육비 지급률은 참담하다. 자녀가 성인이 되는 순간 양육비는 끊기며,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이 자녀의 대학 학비와 자신의 노후를 홀로 감당하기가 힘들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끝까지 구상권을 청구하는 행정력이 살아있었다면, 여성이 굳이 남편의 혼전 재산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양육비 강제 징수라는 고단한 행정 업무를 방기하는 사이, 사법부는 판결문을 통해 남편의 특유재산을 분할하여 여성을 지원하는 편법적 복지를 택했다. 이는 여성을 자립적 주체가 아닌 남편에게 의탁해야 할 약자로 고착시키는 역설을 낳는다. 국가의 행정력 부재가 남녀를 재산 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고, 여성에게는 재산분할에 사활을 걸게 만들며, 남성에게는 자신의 기반을 뺏길지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준 셈이다.

 

6.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젠더적 재분배

 

특유재산 분할은 이제 세대 간 갈등과 자산의 젠더적 재분배 문제로 연결된다. 2010년 미혼 여성의 배우자 경제력 중시 비중은 33.4%였으나, 2023년에는 42.1%로 폭등했다. 여기에서 배우자의 경제력이란 남성의 연봉뿐 아니라 자산까지도 포함한다.

 

한국은 결혼을 두 집안의 자본 결합으로 보며, 특히 남성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부모님의 노후 자금이 특유재산의 형태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남성들이 느끼는 박탈감의 핵심은 내가 결혼 전 모은 돈뿐만 아니라, 내 부모님이 평생 일군 자산이 이혼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이전된다는 점에 있다. 부모들의 노후가 이혼이라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내조의 공이라는 명목 아래 상대방 집안으로 강제 이전된다.

 

이 과정에서 아들 낳아 집 해줘 봐야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허무주의가 확산되었다. 국가가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고 가족 내부의 자산 배분에 과도하게 개입한 결과, 결혼이 축복이 아닌 리스크로 계산해야 하는 서글픈 시대를 살게 되었다.

 

7. 공정과 자율의 회복, 그리고 국가의 책임

 

대한민국이 결혼의 리스크에서 벗어나려면 사법부의 낡은 온정주의와 정부의 행정적 태만을 동시에 타파해야 한다.

 

첫째, 혼전계약서의 법적 구속력을 전면 인정해야 한다. 일본처럼 부부재산계약을 실효성 있게 법제화하여 성인 간의 자율적 계약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 특유재산 분할 원칙을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엄격히 재정립해야 한다. 상속이나 혼전 자산은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실질적인 유지 기여 증거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셋째, 국가가 양육비를 책임지는 선지급 및 강력한 구상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성이 특유 재산분할에 매달리지 않아도 자녀와 당당히 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먼저다.

 

결혼은 인격적 결합인 동시에 법적 계약이다. 계약이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다면 그 시장은 붕괴한다.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사적 자치를 존중하는 공정한 이혼 제도가 무너지는 대한민국 가족 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 국가가 언제까지 온정주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산을 강제 배분하며 남녀 갈등을 조장할 것인지, 이제는 사법부와 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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