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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89호
1. 미국의 오판과 미중 갈등 상수화
2. 시진핑의 ‘일대일로’ 포석
3. 미국의 이란 공습, 중국이 고통스러운 이유
4.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및 경기침체 가능성
‘나비효과’는 “작은 원인이나 사소한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증폭되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 큰 결과를 낳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브라질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유가 그것이다. 초기 조건의 변화가 나비 날갯짓 보다 더 큰 변화라면 세상은 경천동지할 수 있다.
최근의 미국과 이란 간의 사실상의 전면전은 그 근원을 캐면 미·중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귀결된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기존의 국제질서를 주도하던 강대국이 약화하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의 패권 교체는 전쟁을 포함한 직접적인 충돌을 수반한다”는 주장이다. 앨리슨(Graham Allison)은 자신의 저서『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2017)』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투키디데스 함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했다.
1. 미국의 오판과 미·중 갈등 상수화
미국은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으로 받아들여 자유주의 무역질서에 편입시켰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빌 클린턴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미국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할 것이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인 자유도 수입”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보편적 가치에 역행하는 ‘교란자’의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 ‘21세기 사회주의 초강대국’ 실현의 꿈을 꾸고 있다.
2차대전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중관계는 중국이 “등소평의 ‘도광양회’ 유지(遺旨)를 존중하고 ‘자제, 실리·성장 우선’을 견지했기 때문”에 안정됐다. 하지만 시진핑이 내부 권력투쟁에서 승리해 ‘3연임’에 성공하면서 그가 주창한 ‘중국몽(中國夢)’은 중국의 ‘패권주의’로 자리 잡았다.
미국 조야는 ‘중국의 팽창주의와 독재체제’를 미국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공화·민주의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면서 미중 갈등은 상수화됐다. 진검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2. 시진핑의 ‘일대일로’ 포석
시진핑은 미국 코앞의 베네주엘라(베네)를 반미 거점으로 삼았다. 2007년 중국개발은행(CDB)은 석유 현물로 갚는 조건으로 ‘베네’에 40억 달러를 대출해 주었다. 대출액은 2009년 80억 달러, 2010년 270억 달러로 증가했다.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하고 2014년 유가가 폭락했다. 2017년 미국은 ‘베네’에 경제제재를 착수했다. 하지만 중국은 ‘베네’를 더욱 지원했다. 중국은 2023년까지 1,060억 달러를 투자했다. ‘베네’를 남미 교두보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과 자본이 ‘베네’에 깔렸다. 통신망, 발전소, 도로와 항만 건설에 중국 기술과 자본이 투입됐다. 중국은 ‘베네’에 군사기술을 제공했다. 미군 공습으로 와해 된 ‘카라카스 방공망’도 중국 기술로 구축됐다.
시진핑이 ‘베네’에 공들인 이유는 ‘페트로 위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베네’와 위안으로 원유를 결제하고 그 위안이 남미 전체로 흘러 들어가게 하려 한 것이다. 중국은 10년 동안 CIPS라는 SWIFT를 우회하는 ‘위안화 지급결제 시스템’ 구축했다. 2023년 마두로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은 양국 관계를 ‘전천후 전략 동반자’로 지칭했다. 시진핑은 서방을 제외한 ‘중국 중심의 대안적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주지하다시피 마루도 대통령은 2026년 1월 3일 미군에 의해 체포되어 미국으로 압송됐다. 중국이 ‘베네’에 빌려준 대출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하다. 중국이 빌려준 자금을 ‘불법 부채(odious debt)’로 선언하면 ‘베네’ 신정부는 이 돈을 중국에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베네’ 국민을 위해 쓴 돈이 아니라, ‘마두로 개인’을 위해 쓴 돈으로 규정하면 상환의무는 사라진다.
3. 미국의 이란 공습, 중국이 고통스러운 이유
시진핑은 ‘베네’ 뿐만 아니라 ‘이란’에도 공을 들였다. 전략적 가치로 치면 ‘베네’는 이란에 견줄 바가 아니다. 이란도 ‘일대일로’의 대상 국가다. ‘베네’가 남미 거점이라면, 이란은 ‘유라시아’의 거점이다.
중국은 최대 석유 수입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공식적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수입액이 영(零)이다. 이란은 중국과 특수관계이다. 그렇다면 이란 석유의 중국으로의 ‘밀수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의혹은 단순한 ‘음모론’이라기보다, 공식 통계의 괴리와 해상 추적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제기되는 강한 의구심이다.
이란 항(港)을 떠난 유조선은 해상 추적 전문기업의 선박 위치 분석 결과, 이란 원유 생산량의 80~90%(140만 배럴)가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령 선단이 원유 환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를 적재한 선박은 AIS 자동식별 장치, 즉 ‘선박용 GPS 위치 송신기’를 의도적으로 작동시키지 않는다. 위치 신호를 끈 채 ‘말레이시아 또는 오만 앞바다’ 공해까지 간다. 거기서 ‘미리 대기하던 선박’에 기름을 옮겨 싣는다. 선박 간 환적. 즉 STS(ship to ship)이 이뤄지고 ‘원유는 말레이시아산(産) 또는 오만산(産)’으로 기록된다. 중국에 입항했을 때 중국 세관에는 이란 산(産)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말레이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60만/일 배럴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중국으로의 원유 수출 물량은 그 이상이다. 이는 이란 원유가 말레이시아 산(産)으로 둔갑해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원유 세탁’이다. 2026년 2월 현재, 원유 세탁에 관련된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의 선박 수는 1,337척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불법 거래하는 이유는 값이 싸기 때문이다. 이란산이 배럴 당 8~12$ 저렴하다. 이란은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할인해서 판매한다. 대신 결제를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한다. ‘페트로 달러’를 우회한 것이다. 이렇게 수입된 원유는 산동성으로 입항된 후 중국 각지로 퍼져 나간다.
중국은 이란과 2021년에 “2025년 포괄적 전략협력”을 구축했다. 투자 규모가 3,000~4,000억 달러에 이른다. 석유개발부터 항만 도로 등에 중국 기술과 자본이 깊숙이 침투한다. 이 역시 ‘일대일로’로 포장된다. 이란과 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이란은 중국에 싼 기름과 ‘달러 없는 거래’를 제공하고, 중국은 이란이 제재를 버틸 수 있도록 ‘기술, 금융, 외교 지원’을 제공한다.
4.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경기 침체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G7의 비축유 방출 및 트럼프의 조기 종전 가능성 시사로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직접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G7이 즉각 비축유를 푼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공포 심리가 일부 진정됐다. 둘째, 트럼프가 중동 전쟁의 조기 진정 가능성을 언급하자 전쟁 위험 프리미엄의 일부가 빠르게 되돌려졌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9.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월 10일에는 91.81달러까지 급락했다. 이는 일종의 ‘구두 개입’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 위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하락은 ‘위기 종식’이 아닌 ‘최악의 회피 기대 반영’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최근 유가 하락은 실물 공급 증가보다 정책 신호와 종전 기대가 주도한 측면이 크다. 전개될 상황을 시나리오 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조기 진정 시나리오
유가는 빠르게 80~95달러대에서 재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유가에 붙어 있는 공포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이 ‘실제 부족’보다 ‘공급이 막힐지 모른다’는 공포 심리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조기 진정 발언만으로 하루에 7% 넘게 밀렸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재상승 압력이 잔존하더라도 세계 경제가 본격 침체로 들어갈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2) 긴장 지속, 부분 차질 시나리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이다. 해협이 완전히 닫히지 않더라도 선박 보험료, 우회 운송, 재고 비축, 정제 마진 상승이 유가를 95~110달러 정도로 올릴 수 있다. G7/IEA(국제에너지기구)의 비축유 카드는 ‘상단을 막는 장치’로는 유효하지만, 가격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힘은 제한적일 수 있다. 경기 측면에서 물가가 높아지고, 금리 인하 기대가 늦춰지면서 성장 둔화 가능성이 커진다. ‘침체 확정’보다 ‘스태그플레이션 압력 강화’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3) 최악의 공급충격 시나리오
해협 봉쇄 장기화에 더해 생산시설 피해까지 커지면 유가는 130~150달러를 넘길 수 있다.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매우 큰 비중이 지나는 병목지점(choke point)이다. 비축유 방출도 시간을 버는 수단일 뿐이고, 글로벌 제조업·물류·소비 전반이 동시에 압박받아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국, 그리고 경상수지·재정 여력이 약한 신흥국이 먼저 흔들릴 공산이 크다.
한국 입장에서 유의할 점은 3가지다. ‘유가 자체, 원·달러 환율, 해상운임’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같은 유가라도 원화 약세가 겹치면 체감 충격이 더 커진다. 따라서 한국경제에의 충격은 국제유가보다 ‘고유가 + 강달러(원화약세) + 운임상승’의 동시 발생 여부에 좌우된다. 세계 평균보다 한국의 부담을 더 키울 여지가 있다.
에필로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해군이 크게 붕괴된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란 해군의 사실상 붕괴로 ‘장기적·완전 봉쇄’ 가능성은 낮지만, 기뢰·드론·대함미사일·소형정으로도 운송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군사적으로 배가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과 ‘보험료 급등·선박 회피·항만 적체로 인한 물동량 처리 마비’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해협 봉쇄’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의 해·공군이 기뢰 제거, 호위, 발사 원점 타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를 막으면 사우디·UAE뿐 아니라 이란 자신과 중국도 타격을 받는다. 이란이 중국 선박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는 경우 이란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이 ‘베네와 이란’을 지렛대로 아무리 ‘일대일로’로 포장한다 하더라도 중국의 ‘중국몽’ 구현에 동의하는 나라는 많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란과 ‘베네’의 정치제제에 동의하는 나라가 많을 수가 없다. 민주정과 공화정이 아닌 신정(神政)과 독재정(獨裁政)은 사라져야 한다. ‘히잡’을 강요하고, 신정(神政)을 고집하고, 시위대에 발포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 미·중 간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미국이 승자로 기록되는 것이 역사발전의 ‘정향’일 것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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