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Hansun Brief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의의와 과제] 통권388호
 
2026-02-20 14:20:02
첨부 : 260220_brief.pdf  

Hansun Brief 통권388호 


남재우 한국연금학회장


                       
 < 목 차>


1.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의의

2.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논점들

3. 퇴직연금제도 도입 과제





 

1.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의의

 

퇴직연금제도 개편을 위한 공동선언문이 26일 발표되었다. 퇴직연금의 의무화와 기금화에 대한 노사정 TF의 합의문이다. 의무화라는 용어는 다소 부적절하다. 퇴직금 제도를 포함한 우리 퇴직급여제도는 처음부터 법으로 강제되는 의무 연금제도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으로의 강제 전환 또는 제도 단일화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노사정 TF를 통해 제도 단일화와 기금화가 동시에 추진된 부분은 매우 바람직하다. 강제적 제도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때문이다.

 

퇴직금제도로 시작된 우리 퇴직급여 보장제도는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퇴직연금으로 전환되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적립금의 사외 적립 여부다. 이는 기업의 도산에 따른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임금체불액의 40% 이상이 퇴직금 체불이다. 도산 가능성이 큰 중소·영세 규모 사업장의 78%는 여전히 퇴직금제도다. 영세 기업에게는 사외 적립 의무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무적 부담이라는 이유로 정부는 제도 도입 당시 강제적 제도 전환 대신 선택적 도입을 허용하였고, 20년째 그 유예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논점들

 

이러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사정 TF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단계적 제도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부터 시행하고, 규모가 작을수록 유예를 연장해 주는 단계적 전환이다. 영세 기업이 체감하게 될 재무적 부담을 고려하면 일견 합리적이나, 앞서 언급한 제도 취지에는 오히려 역행하는 방향일 수 있다. 기업 도산에 따른 수급권 보호가 시급한 곳은 대규모가 아닌 중소·영세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유예를 몇 년 연장한다고 그동안 재무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제적 제도 전환에 필요한 것은 유예의 연장이 아니라 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장치다. 강제 전환되는 중소·영세 기업의 적립금 운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합의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금형의 여러 유형 중 특히 공공형 퇴직 연금기금과 연관된다.

 

따라서 합의문에서 제시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인 푸른 씨앗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은 매우 유의미하고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앞서 언급한 강제적 제도 전환의 필요조건으로서 공공형 기금의 당위성과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본질적으로 민간 금융시장에 대한 공공의 개입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공형 퇴직연금 시장은 이러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목표 시장을 명확히 한정하여야 한다. 민간 시장에 대한 공공의 개입은 외부성과 공공성, 그리고 이로 인해 시장의 공급이 부족한, 이른바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 사업장 규모를 100인 미만까지 확대한 최근의 근퇴법 개정안은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향후 이를 어느 규모까지 추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에 재정이 투입되고 적립금의 유지 및 관리에 정부 또는 공공이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퇴직금과 달리 퇴직연금 적립금은 이연된 후불임금이라는 사적재산의 시각에 더하여 국가 주도 사회보장이라는 공적 성격이 강화되는 추세임을 유념하여야 한다.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의 공공화는 이번 정부의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이때 공공화의 의미는 사적연금을 공적연금화 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연금제도의 사각지대같이 공공성이 강조되는 영역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을 포함한 공적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제도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이다. 퇴직연금의 지난 10년 평균 수익률은 2% 초반에 불과하다. 퇴직금제도의 실질수익률은 기업이 도산하지 않는다면 정확히 임금상승률이 된다. 평균적으로 4% 중반을 상회한다. 강제적 제도 전환으로 근로자 개인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임금상승률 정도의 수익률은 달성할 수 있는 운용환경 또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3. 퇴직연금제도 도입 과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서 기금형 지배구조가 수익률 제고에 효과적일 수 있는 근거는 규모의 경제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소규모의 DC 적립금을 집합(pooling)하여 대규모로 운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률 제고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형과 기금형의 핵심적인 차이는 사업자와 수탁법인의 성격 또는 역할에 있다. 계약형 퇴직연금에서 퇴직연금사업자인 운용관리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는 판매사의 역할인 반면, 퇴직연금 기금의 운용 주체인 수탁법인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상품을 직접 설계하고 관리하는 운용사의 역할이다. 이러한 차이가 운용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다. 특정 상품의 성과가 저조한 경우 계약형에서는 그 책임이 상품 선택을 잘못한 근로자 개인에게 있지만, 기금형에서는 수탁법인의 자산운용 역량에 있다. 특히 개인의 선택 또는 운용지시가 없는 디폴트옵션의 성과는 오롯이 기금의 운용 역량을 반영하므로 기금 선택의 보다 직접적인 기준이 된다. 기금 간 운용 경쟁이 수익률 제고의 근간임을 강조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반대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금형 도입으로 수익률 제고를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회의론이고, 두 번째는 일본의 AIJ 사태와 같은 대리인 문제의 심화다. 두 가지 모두 기금의 운용 주체인 수탁법인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익률 제고는 기금 간 경쟁의 산물이며, 이러한 경쟁 구도 조성은 수탁법인의 지배구조와 연관된다. 기업이 주체가 되어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수탁법인을 설정하는 유형 외에 금융기관이 주도하여 주식회사 형태의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영리형 기금이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금형 제도에서 기금의 법적 실체는 수탁법인이다. 기업과 수탁법인은 신탁 관계이며, 따라서 자금의 수탁자인 수탁 법인에게는 엄중한 수탁자책임(fiduciary duty)이 부과되어야 한다. 단순히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가입자 최선의 이익을 위한 신의성실의무와 전문가적 역량을 제공해야 하는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하지만 신탁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의 경우 금융기관의 수탁자책임은 다분히 형해화된 경향이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영 구조를 감안할 때 기금 수탁법인에게는 실질적인 법적 책임까지 연결되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탁자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신탁법에서 규율하는 수탁자책임을 준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관련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에서 기금 수탁법인의 수탁자책임을 별도로 명시하는 이유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다양한 주장과 법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노사정 TF와 같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단일한 합의에 이르는 과정 자체에 큰 의미가 있으나, 이러한 합의 과정에서 자칫 제도 도입의 근본 목적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한국형 디폴트옵션이라는 왜곡된 형태의 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으로 인해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아진 전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목적은 수익률 제고다. 공동선언문에 기반한 구체적인 법 개정 과정에서 수익률 제고라는 제도 목적이 온전히 달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수탁법인의 유형과 지배구조가 설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자료가 도움이 되셨다면 068801-04-137381(국민은행)로 후원해 주세요

한반도선진화재단은 비상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조망합니다.

  목록  
댓글  총0
덧글 입력박스
덧글모듈
0 / 250 bytes
번호
제목
날짜
391 Hansun Brief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의의와 과제] 통권388호 26-02-20
390 Hansun Brief [대폭 개정이 필요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의 해설 지침] 통권387호 26-02-09
389 Hansun Brief [2026 미 국방 전략 발표에 대한 한국의 바람직한 정책 방향] 통권386호 26-02-02
388 Hansun Brief [그린란드와 강대국 정치: 현실주의의 재확인] 통권385호 26-01-22
387 Hansun Brief [한중 정상회담, 현황과 과제] 통권384호 26-01-19
386 Hansun Brief [의대 정원 증원 이슈를 보며] 통권383호 26-01-15
385 Hansun Brief [우리나라 출산의 적은 ‘이화여대’인가?] 통권382호 26-01-05
384 Hansun Brief [내란특별재판부법에 대한 위헌성과 문제점] 통권381호 25-12-23
383 Hansun Brief [중일 갈등의 격화와 한국에의 영향] 통권380호 25-12-03
382 Hansun Brief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저의와 우리 정부의 대응과제] 통권379호 25-11-13
381 Hansun Brief [한국 남성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일본 여성] 통권378호 25-10-29
380 Hansun Brief [위기의 보수 정당, 대만 정당에서 배우라] 통권377호 25-10-22
379 Hansun Brief [이재명 정부의 '위험천만한' 국정 노선] 통권376호 25-10-13
378 Hansun Brief [한미동맹, 상호호혜 관계로 거듭나야] 통권375호 25-09-24
377 Hansun Brief ["유러피안 드림을 꿈꾼 한국, 기업가 정신을 지우다"] 통권374호 25-09-17
376 Hansun Brief [검찰개혁의 방향] 통권373호 25-09-08
375 Hansun Brief [내우외환에 직면한 한국경제] 통권372호 25-08-28
374 Hansun Brief [노란봉투법, 무엇이 문제인가 (2)] 통권371호 25-08-14
373 Hansun Brief [상법 개정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통권370호 25-08-11
372 Hansun Brief [이시바 정권의 위기와 대일 외교의 정책 방향] 통권369호 25-07-31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