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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그린란드와 강대국 정치: 현실주의의 재확인] 통권385호
 
2026-01-22 10: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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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85호 


양일국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부회장 / 정치외교학 박사




  < 목 차>

1. 왜 그린란드인가?

2.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3. 그린란드의 예상 경로는?




1. 왜 그린란드인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의 영유권 확보를 공언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북극으로 집중되고 있다. 20234월부터 피투피크 우주군 기지로 불리는 미국의 툴레(Thule) 공군기지는 북극을 경유해 날아오는 러시아 또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장 먼저 탐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린란드는 원유, 천연가스, 희토류, 우라늄 등 전략물자의 보고이며, 최근 얼음이 녹으면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북극판 수에즈 운하(최단 항로)까지 열렸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린란드는 강대국들의 각축전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는 요충지다.


2018년 중국은 난데없이 자국을 북극에 가까운 나라(Near-Arctic State)라고 선언하고,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 등 3개 공항 건설사업에 입찰했다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덴마크 정부를 압박해 저지시켰다. 러시아 역시 최근 그린란드 인근의 구 소련 군사기지들을 재정비하고, 원자력 추진 쇄빙선 아르티카(Arktika)를 앞세워 북극항로 주변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린란드를 놓고 벌어지는 미국과 반미 진영(중국·러시아)의 신경전은 영토 확장을 넘어 21세기 패권의 향배를 결정지을 안보적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린란드는 국력이 큰 미국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될 것이며, 이는 최근 100여 년에 걸쳐 검증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철칙에 근거한 예측이다.

 

2.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그린란드가 사실상 미국의 영토가 될 것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국제정치 전반을 좌우하는 것은 패권국의 이익이지 약소국의 주권이나 국제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2500년 전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겪어야 할 수모를 감내할 뿐이라고 적고 있다(The strong do what they can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 미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고,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40% 이상을 점유한 패권국이다. 반면 덴마크는 미국에 대적할 수 없는 북유럽의 소국이며, 그린란드는 인구 56천 명 수준의 자치정부에 불과하다. 어느 쪽이 원하는 것을 얻고, 어느 쪽이 양보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미국이 덴마크·그린란드 국민들의 체면이나 국제법 준수를 위해 천혜의 요충지 그린란드를 중국·러시아에 양보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둘째, 미국은 그린란드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이 달린 지역이다. 만약 그린란드가 중국이나 러시아의 손에 들어간다면, 미국은 중·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적기에 관측할 기회 한번을 잃게 된다. 나아가 그린란드에 중·러의 미사일 기지가 완공돼 실전에서 운용될 경우 워싱턴 DC와 뉴욕이 타격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서 인접 지역에 적국의 군대가 진주하는 것은 대규모 전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할 핵심 국익에 해당한다. 실제로 최근 100여 년간 등장한 강대국들은 예외 없이 이 원칙에 따라 인접 지역을 점령하거나, 최소 적국으로부터 중립 지대로 두기 위해 전쟁도 불사해 왔다.


19506.25에서 중국이 인해전술로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참전했던 것은 이러한 현실주의의 철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해 915일 미국 맥아더 장군이 강행한 인천상륙작전으로 기사회생한 한국은 여세를 몰아 10월에는 평양까지 북진했다. 한반도가 남한과 유엔의 주도로 통일될 경우 중국은 접경한 북한 지역에 미군이 진주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에서 모택동의 아들 모안영이 사망한 것은 역으로 중국이 이 전쟁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차 세계대전의 문턱까지 갔던 1962년 쿠바사태 역시 이러한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철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케네디 정부는 소련이 인접한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하자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3차 대전을 각오하고 사실상 선전포고에 해당하는 해상 봉쇄를 단행했다. 다행히 미사일을 실은 소련 군함이 회군하면서 전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국이 쿠바에 적국 미사일 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3차 대전을 불사했듯 비슷한 거리에 있는 그린란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외에도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서 나토군이 접경 지역에 들어오는 위험한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3. 그린란드의 예상 경로는?

 

트럼프 정부는 최근 미국 국방·안보 관련 최상위 문건에 해당하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먼로주의를 꺼내 들었다. 이는 미국과 가까운 지역에 적대세력을 용인할 수 없다는 취지이며, 위에서 열거한 사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의 체포·압송, 콜럼비아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대한 선전포고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행보가 국제정치적으로 전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반구 내 반미 세력의 위협을 경시해 온 이전 정부들이 보인 행태가 이례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상의 논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대규모 전쟁을 감수하고 그린란드를 점령하는 급변 사태가 없는 한, 그린란드의 실질적 영유권이 미국에 가는 수순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현실적으로 그린란드가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로 들어오는 절차는 다음과 같은 경로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경제적 독립 유도를 통한 자발적 연방 편입전략이다. 현재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매년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경제적 예속 상태에 있다. 미국은 이를 역이용하여 그린란드 측에 파격적인 경제 원조와 인프라 투자를 제안함으로써 주민들로 스스로 덴마크와 결별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이는 과거 1803년 루이지애나 매입이나 1867년 알래스카 매입의 경우처럼 자본의 힘을 통해 그린란드가 미 연방의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나 괌과 같은 지위로 편입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비슷한 평화적 방식으로는 마셜 제도의 경우처럼 자치권은 그린란드에 주되, 국방·외교는 미국이 담당하는 것으로 상호 합의하는 자유연합협정(COFA) 방식도 고려해볼만 하다.

 

둘째, 그린란드 북부 툴레 기지에 미군을 증강해서 사실상의 군사적 점유를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안보위협을 명분으로 현재 100-150명 수준의 미군을 대폭 늘리고, 툴레 기지를 중심으로 그린란드 전역의 군사 시설을 대폭 증설하면 공식적인 영토 매입이나 편입 절차 없이도 사실상 그린란드 영유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미군 병력을 대폭 증강하는 것으로 그린란드의 전략물자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도 강화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그린란드에 영사관을 재개설하고 희토류 채굴권 등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주권은 형식적으로 덴마크가 갖지만, 실질적인 행정·군사·자원 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하면 반미 진영의 진출과 간섭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군사력을 동원한 물리적 강제 수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급진적 노선을 택해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 기지 건설을 허용하려 한다면, 미국은 주저 없이 먼로주의에 입각해 전면 군사작전에 나설 수 있다. 양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산전수전을 겪은 덴마크가 이러한 위험한 선택을 지지해 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 경우 그린란드는 앞서 소개한 평화적 방식에 비해 더 큰 수모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덴마크는 체면을 구기고 있다. 덴마크 국방정보국은 지난달 2025 첩보전망보고서에서 미국은 자국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고율 관세 위협을 포함한 경제적 힘을 사용하며, 심지어 동맹국에 대해서도 더는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린란드에 파병하면 관세 10%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통에 나토(NATO) 우방국들도 한발 빼는 모양새다. 덴마크의 필사적인 요청에도 19일 기준 독일은 13, 노르웨이는 2명을 파병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약소국은 강대국의 정치판에서 대등한 참여자가 될 수 없으며, 자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 그것 역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철칙이다. 청일전쟁 직전 패권국이던 영국은 18947월 영국의 외무장관 킴벌리(Lord Kimberley)를 보내 조선의 북쪽은 청나라가, 남쪽은 일본이 분점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당시 약소국 조선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6.25 휴전 후 한반도가 실제 분단된 것도 우리 국민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 이번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수난을 지켜보면서 이재명 정부 역시 한미일-북중러 체스판에서 버려지는 말이 되지 않도록 냉철한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국방·외교에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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