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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84호
1. 공동선언 없는 국빈 방문
2. 도약을 기대한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 달 만에 연쇄적인 정상회담을 국빈 차원에서 가지는 이례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국빈 방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베이징을 역시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 국빈 방문이 서둘러 이뤄진 것에 대해 일본 방문을 앞두고(1월13일) 중국 측이 이를 견제하는 포석에서 추진했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중국이 서두른 이유가 무엇이든지 우리 외교사에서 두 달 만에 정상의 상호 국빈 방문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경주에서 한중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의미를 가졌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베이징 방문 하루 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 관계가 ‘도약’하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바람이 현실화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두 차례의 국빈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성명) 하나 발표되지 않았다 점을 상기하면 아마도 이 대통령의 바람은 요원해 보이는 것 같다.
1. 공동선언 없는 국빈 방문
이번 두 차례의 국빈 정상회담의 공통점은 하나다. 공동성명이나 공동기자회견이 없었다. 국빈방문의 핵심 의전 요소가 빠진 상황에서 어쩌면 일부 언론에서 기술했듯 국빈 ‘예우’가 더 적합한 표현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한중 관계가 전면 복원되었다고 발표했다. 근거는 제공되지 않았다. 이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공동성명을 도출하지 못한 데서 유추할 수 있다. 공동성명은 공동으로 합의한 사항을 발표하는 문건이다. 이를 발표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역으로 합의된 바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우리 측에선 한한령 해제, 북한의 비핵화, 서해 문제 등 우리 국익을 고려한 사안을 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측이 이들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의는 고사하고 인식 공유마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들이 공동성명 준비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 것으로 짐작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의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빌미를 우리 측이 제공한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10월 29일에 그의 X 계정을 통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의 조건부 승인을 알렸다. 우리 정부는 고무됐다. 핵원료 확보의 물꼬를 열었을 뿐 아니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즉 핵폐기물 재처리 문제를 논의할 기회가 보장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런데 이튿날 중국 외교부가 찬물을 끼얹었다. 비확산 조약에 대한 의무를 한미 양국이 다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의 경고성 발언은 시작에 불과하다. 세 가지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한국의 핵잠 보유가 주변국에 미칠 영향이다. 일본과 대만마저 이를 보유하려는 연쇄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핵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핵잠 보유는 미국 해군 체계로의 완전한 편입을 의미한다. 셋째, 일본마저 보유하면 중국이 우려하는 한미일 군사관계 일체화의 가속화다. 사드 ‘3불’의 마지막 조항에서 이런 중국의 우려는 이미 포함되었고, 유효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사드 제재, 즉 ‘한한령’이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우리는 이를 해묵은 사안으로 여긴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이 언론매체와 미디어를 엄격하게 검열하는 행태는 주지하는 현실이다. (오늘날 우리의 영화, 드라마는 정치뿐 아니라 기업, 조직, 사법부, 검찰, 의료계, 학폭 및 교육계 등의 부정부패, 불정의를 다루는 소재가 많아 검열 통과가 쉽지 않다) 공연과 같이 다중이 모이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승인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군중들이 운집할 때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내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중국 당국이 통제할 수 있다. 외국인 아티스트의 경우 다르다. 그래서 운집한 관중의 파편이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 더욱이 중국은 코로나 시기 SNS를 통해 ‘몹 플레쉬(mob flesh)’를 연출하면서 백지 시위를 경험한 바 있다. 또한 육교에 반정부 슬로건이 걸린 적도 있었다. 이런 경험으로 외국인 아티스트의 선동이 외국어로 진행될 가능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부담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중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 대신 7건의 양해각서(MOU)로 대체했다. 우선 양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 10일 만료된 5년 만기 70조 원(약 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연장했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통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뒷받침하는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양국 국민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실버산업’ 및 ‘혁신 창업’ 분야의 협력에 관한 MOU 2건도 체결되었다. 한국 농산물의 중국 수출을 원활히 하는 중국 수출 식물 검역 요건 MOU도 체결함으로써 우리의 농산물에 대해 중국 시장을 한발 더 개방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양국 경찰 당국이 초국가적 스캠 범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보이스 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도 이끌어 냈다. 한·중 간 호혜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한·중 경제 협력 공동계획(2026∼2030) 작성을 약속하는 MOU에도 서명했다. 2019년 12월 왕이 외교부장이 공동계획(2021~2025) 작성을 재촉한 것과 대조적인 자세를 중국이 보인 것이다.
2. 도약을 기대한다면
올해 초 개최된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 또한 공동선언이나 공동기자회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양국 관계의 복원이 강조되었다. 우리 정부는 관계의 도약을 기약했다. 이번 베이징 국빈 방문으로 한·중 관계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의 한국 국빈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복원되었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정상회담 종결 후 위성락 안보실장은 브리핑 자리에서 회담의 성과로“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 외교를 통한 한·중 관계의 전면적인 복원”을 꼽았다.
한·중 관계의 도약 실현을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긴밀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한 양국 간의 외교적 노력은 긴밀한 협의체 수립에서 시작될 수 있다. 여기서 추구할 점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지금껏 우리는 미국의 입장만 파악하는 데 급급했다. 관세와 무역 협상이 미중 두 나라 사이에서 진행되는 만큼 우리는 중국 측 스토리를 파악하는 기회를 이런 협의체 구축을 통해 확보해야 하겠다.
둘째, 산업 분야에서 협력 강화다. 2019년부터 한·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은 이 같은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 우리의 우방과의 회담에서도 드러났다. 작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전기통신 사기 단속, 자금세탁 방지, 인공지능, 전염병 대응 등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제안하면서 관련 대응 부처 간 대화와 교류 강화와 협력 전개를 주장했다. 시진핑의 국빈 방문 이전까지 중국이 우리에게 제안한 산업 분야의 협력 수준은 높지 않았다.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진전과 무역 협력의 고도화를 촉구하는 등 다소 추상적이었다. 물론 실무급 회담에서는 제도와 체계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들이 논의되고 결과를 이룬 것도 있지만 고위급 회담에서는 구체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첫 번째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 산업에 대한 중국 측의 협력 관심 대상 분야가 시진핑 주석을 통해 처음 전해졌다. 그는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인공지능, 바이오의약, 녹색 산업, 실버(고령) 경제 등 분야에서 협력을 제안하면서 이를 양국 경제·무역 협력의 질적 제고와 고도화의 기반으로 삼을 의향을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를 우회하면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제시한 셈이다. 한·중 양국 간 산업 협력의 잠재력을 포석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문제에 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관한 문제다. 2023년부터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역할 축소를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우리와의 정상급, 고위급 회담에서도 이러한 자세와 태도를 오래전부터 보여왔다.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던 2019년 12월에도 남북 관계의 개선 노력을 지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협상 과정에 동력을 불어넣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만 했다. 2024년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한 각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으로 결론지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이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 관심과 흥미를 잃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중국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나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중국을 되돌리는 데 최고의 특효약은 미국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적으로 접근하면 중국의 관심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즉 1999년 페리의 방북, 2018년 트럼프의 김정은 대화 용의 피력 등이다. 2003년 3자회담과 6자회담을 요구한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또한 2019년 하노일 정상회담 주선을 미국이 중국에 요청한 사실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주목하면서 우리는 70년 한미동맹의 역사로 다져진 신뢰를 가지고 미국과 북한 문제를 주도하면서 중국을 공략하는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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