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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의대 정원 증원 이슈를 보며] 통권383호
 
2026-01-15 10:45:12
첨부 : 260115_brief.pdf  

Hansun Brief 통권383호 


박종훈 한반도선진화재단 보건의료정책연구회장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목 차>

1. 들어가는 말

2.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이슈

3. 정부의 진단이 틀렸다

4. 무엇이 문제일까?

5. , 그렇다고 치자

6. 결어




1. 들어가며

 

지난 20242,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란은 1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공의 사직이라는 초유의 의정 갈등 상황을 초래했다. 혹자는 의대 증원 이슈가 윤석열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실마리가 됐다고 하는데 충분히 일리가 있다. 최초 2,000명 증원 주장에 국민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의정갈등이 장기화하고 그로 인해 진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민은 사태 해결에 속수무책인 정권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20259월 우여곡절 끝에 전공의가 복귀함으로써 이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정권은 무너졌다. 그리고 의정갈등의 불씨인 의대 증원 이슈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이슈로 남아서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를 통해 재논의 되면서 새로운 의정 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의대 정원 증원 이슈는 해결하기 불가능한 문제인지, 무엇이 걸림돌인지 국민으로서는 의아할 뿐이다. 의료 현장에 있는 현직 의료인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이슈

 

고령화 사회에서 필요한 의사 수가 증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60대 이상의 인구가 20대의 무려 4배 이상의 의료 이용이 있으니 고령화 사회에서 필수 의사 수가 늘어날 것은 정책 당국으로서는 의당 거론해야 할 일이라 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2000년도 의약 분업 시행 당시에 손을 본 뒤로 2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정원 조정이 없었으니 갈수록 고령화되는 시점에서 의사 수 부족이라는 이슈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의사들은 의사 수 증원에 대해 부적절 하다는 주장을 할까? 단순한 직역 이기주의의 발로일까?

 

3. 정부의 진단이 틀렸다

 

정부가 의사 수 증원을 고민하고 이슈화 한 계기는 단순히 고령화 사회의 필요 의사 수 증가라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의료인의 숫자가 갈수록 줄고(지역 의료 붕괴) 필수 의료 전공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외면 현상에 대한 원인 진단으로 의사 수 부족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장의 현안을 모두 의사 수 부족이라는 측면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추측건대 정부는 그 어느 정부에서도 이상하게 의사 수 증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의사 수 증원은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랬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의사 수 증원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곤 했다. 그러다가 앞서 언급한 사회적 문제가 이슈화되자, 대한민국은 의사 수 면에 있어서 OECD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신뢰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면서 또 한 번 불을 지핀 것이다. 그러니까 논리인즉슨,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수도권 대도시라는 좋은 환경과 수입은 높으나 상대적으로 편하고 법적인 문제가 적은 비필수 분야로만 젊은 의사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일견 앞뒤가 딱딱 맞는 지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윤석열 전 대통령도 복지부의 이러한 논리에 당연히 수긍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에서 의사 수가 부족한지, 충분한지, 지금은 괜찮은데 미래에는 부족한지의 논란과 무관하게 앞서 거론된 문제들의 원인과 해결책으로 의사 수 문제를 거론한 것은 약간만 생각해 보면 모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OECD 데이터에 의거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왜 지역 의료의 붕괴나 필수 의료 전공 기피 현상이 없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정부의 주장대로 한다면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시장 경제적인 국가인데 어려운 분야 진출을 기피하는 현상도 없고,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된 사회인데 지역 의료 붕괴라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 따라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의료의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 부족에서만 기인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의사 수 부족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할 가치는 있으나 현재 의료의 문제를 의사 수에서만 찾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하는 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깨진 독에 물을 붓는다고 해보자. 절대로 독 안에 물이 채워질 리가 없다. 이때 독이 깨진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물을 적게 부어서 생긴 문제라고 진단 하고 더 많은 물을 부으면 어떻게 될까? 전보다 독 안에 물이 더 차기는 하겠지만 결국 독 안을 가득 채우지는 못할 것이고 새어 나온 물로 인해 주변이 흥건히 젖어버리지 않을까? 방안에서라면 온 방이 물바다가 될 것이요, 마당에서라면 독 주변이 진창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물을 많이 붓고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의사 수 부족의 문제 이전에 더 큰 모순과 문제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사람은 그래도 의사 수 늘리면 나쁠 게 있나요라고 한다. 의사가 많으면 좋지 않나요라는 말인데, 그렇게 해서 많아진 변호사 덕분에 국민의 법률 서비스가 아주 좋아지고 변호사비가 매우 낮아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은데 변호사의 대량 증가 덕분에 양질의 변호사가 늘어난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4.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지역 의료가 붕괴되고 중증 의료를 책임질 미래의 의료 인력이 없어지는 이 상황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사실 작금의 문제는 우리 의료 전반의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라 할 것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전 국민 건강 보험을 무리하게 시행했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의해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의료 제도는 의료 철학도 방향성도 없이 마구 흔들렸다. 때로는 절대로 손 대면 안 되는 벽을 허물어 버리기도 했고, 뭐가 뭔지도 모를 이상한 지향점을 접목하기도 했다.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는 최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를 지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분야는 외면하고 표심을 얻기 위한 분야는 의외로 뚫리기도 했다. 그러한 것 가운데 필자가 항상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패착은 바로 진료권 개념이 없어지면서 진료 전달 체계가 붕괴된 것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저수가 정책이 우리 의료를 망쳤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였던 것은 전달 체계의 붕괴라고 본다.

 

저수가 정책은 뭐고, 진료 전달 체계의 붕괴는 무슨 말인지 설명을 하면 이렇다.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던 처음부터 국민 부담을 적게 한다는 정치적인 의도 때문인지(?) 우리는 저수가(低受價) 정책을 견지했다. 저수가란 치료 행위에 대한 보상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 정책을 고수하면서 의료인들의 거센 항의를 무마하기 위해 자연스레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즉 정상적인 진료 행위에서는 적자가 발생해도 다른 행위들에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비급여라는 것을 끼워 넣어줌으로써 현재와 같은 비급여 시장의 창궐을 야기한 것이다. 가난한 시절에는 환자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급스러운 것을 선택할 여지가 없기에 소수의 비급여 항목들은 소위 말하는 돈벌이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비급여 시장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저수가 정책의 기조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하면서 전국을 단일 진료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전국 어느 곳에서건 어느 환자도 1차 의료 기관을 거쳐서 서울의 대형 병원에 바로 입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래 그렇지 않았냐고? 원래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이런 식으로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 최소한 2000년도 이전에는 누구나 쉽게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바로 갈 수는 없었다. 제도적으로도 그랬지만 문화적으로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어디에 살던 모든 환자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서 진료를 받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 가까운 곳의 2차 의료기관(속칭 중소병원)을 방문했고, 거기서도 치료가 어려운 때에만 대학병원급으로 전원을 했다. 그것도 우선은 바로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이런 절차는 2000년 이후 건강보험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통폐합되면서 동일한 건강보험 하에서 누구는 수도권 의료 혜택을 입고 누구는 지방에서 진료를 받느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료권 제도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린 것이다. 그 후 우리의 의료는 수도권 쏠림이 두드러지고 지역 의료는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전에 없던 비급여 시장의 활성화와 의료 사고 시 매우 강력한 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급여 시장 중심의 필수 의료가 외면받게 되었고, 전국을 단일 진료권으로 책정하고 전달 체계를 관리하지 않은 덕분에 지역 의료는 붕괴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현실은 본 대학은 지방 소재이지만 병원은 수도권에 둔 병원들에 입학생 수에 비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병상 수를 그야말로 아무 생각없이 허락했다. 이처럼 지방 대학 출신들의 수도권 이동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조성하였으니 이는 시장의 실패라고 할 수 없고 정책의 실패라고 해야 한다. 입학정원 40명이 고작인 대학에 최소 해마다 120명 이상의 신규 의사가 필요한 2,000병상 이상을 허락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애써 육성한 지방의 의대생들을 서울의 몇몇 병원이 갈고리째 쓸어 담는 구조를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다. 결국 정부가 이슈화했던 현재 우리 의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그 어디에서도 의사 수 부족에 의한 현상이 아니었다고 진단된다.

 

5. , 그렇다고 치자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실 현재 거론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의사 수 증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잘못된 진단에 따른 결론이니 그것만으로는 소용없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전혀 다른 이유로 어느 정도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전국에 입학정원이 50명을 넘지 않는 의과대학이 무려 15곳이 있다. 대개의 대학병원이 1,000병상 이상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으니 병상 운영에 필요한 인원만 해도 어림잡아 해마다 최소 40명 이상의 신규 의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입학생의 상당수(지방의 경우 10~20%)가 중도에 상위권 의과대학으로 편입하기 위해 재수하는 상황으로 인해 연간 수백 명의 결원이 생긴다는 점, 그리고 졸업 후 역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고려한다면 졸업 후 출신 대학에 남아서 대학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원은 고작 20에서 30명 선이다. 이런 인력으로는 대학 발전을 도모하기는커녕 우려하고 있는 지역 의대 병원의 현상 유지도 어렵다. 따라서 이들 대학에 최소 80명 정도의 정원을 배정해 줘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한다면 대략 500명 정도의 증원은 허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현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의정 합의에 의해 10% 감축한 정원이고 앞서 말한바 입학생의 적게는 10% 많게는 20% 가까운 신입생이 해마다 자퇴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우려할 숫자는 아닐 것이다.

 

6. 결어

 

필자는 대한민국 의료는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저비용 고효율의 자랑스럽던 우리 의료가 이제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 신뢰할 수 없는 의료로 전락하고 있다. 정의로운 의료는 온데간데가 없고 이제 소위 말하는 돈이 되는 의료만 살아남고 있다. 이 와중에 학자에 따라 정확한 시점에 대한 견해는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2030년 이전에 건강보험 재정이 붕괴하기 시작한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그 어떤 국가보다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제재가 강력한 대한민국이다 보니 그야말로 어렵기만 하고 보상이 일천한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당분간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응급의료에 한해서는 법적제재를 하지 않는 데 반해서 우리는 갈수록 징벌적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비단 의료만이 아니라 누구나 수도권을 지향하니 지역 의료 붕괴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출산 문제, 지역 소멸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동일한 선상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 증가가 과연 대안이 될까? 의사 수 증가가 지역 의료도 살리고 필수 의료 분야의 인력 증가를 담보할 수 있을까? 지역 의대를 만들고 공공 의료를 강화한다고 한다. 설령 그렇다 쳐도 변화된 정책이 반영된 효과는 최소 20년 후이다. 따라서 지금의 추세라면 우리는 20년의 공백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의료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의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마 10년 후에는 지역에서는 중증 응급환자는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응급실 뺑뺑이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신기루를 보고 저기가 오이시스다라고 외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우리는 절벽 앞에 서고야 말겠구나 하는 예상을 감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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