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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82호
1. ‘이화여대’가 상징하는 주체적 여성상
2. 가족계획의 역설과 문화 지체 현상의 덫
3. 이스라엘 모델
4. 여성 징병제라는 피할 수 없는 미래
5. 체력적 자산이 만드는 육아의 기초 체력
세계적인 전략가이자 지경학자인 에드워드 루트워크(Edward Luttwak)는 최근 한국의 성공 뒤에 가려진 치명적인 약점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이 미·중 갈등이라는 외부적 파고는 잘 넘기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구멍이 국가를 침몰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던진 한마디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당신 나라의 적은 외부에 있지 않다. 당신 나라의 적은 이화여대다.”
이 도발적인 발언은 특정 교육기관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이룩한 여성 교육의 성공이 왜 역설적으로 인구학적 재앙으로 연결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국가 생존의 기본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는 서늘한 통찰이다.
1. ‘이화여대’가 상징하는 주체적 여성상
루트워크가 ‘이화여대’를 지목한 것은 그곳이 한국 여성 고학력화와 사회적 지위 향상의 상징적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1886년 미국인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 여사가 설립한 이화학당이 모체이며, 한국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이면서 또 한국 최초의 여성학 전공이 개설된 대학이기도 하다. 이화여대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산실이었으며 페미니즘 담론의 발산지 역할을 해왔다. 이 학교가 지향해 온 가치는 가부장적 질서에 편입되지 않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개척자적 여성 지도자상’의 구현이다.
과거 이화여대는 기혼 여성이 입학하거나 재학 중 결혼 사실이 드러나면 퇴학시키는 ‘금혼(禁婚)’ 학칙을 1946년부터 2003년까지 57년간 고수했다. 역대 다수의 총장들 역시 오랫동안 독신을 유지하며 ‘학문과 공적 삶을 위해 사적인 가정생활을 희생하는’ 모델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받은 고학력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자아실현을 방해하는 구속이나 ‘퇴행으로 인식하는 여성이 증가했다. 루트워크의 시각에서 볼 때, 여성들이 똑똑해지고 독립적이 될수록 국가의 인구 재생산 엔진은 멈춰 섰으며, 그 상징적 정점에 이화여대가 있다’는 논리다.
2. 가족계획의 역설과 문화 지체 현상의 덫
우리나라 여성의 학력이 단기간에 급상승한 배경에는 1970~80년대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는 한국 부모들의 교육 열풍과 결합했다. 자녀 수가 줄어들자 경제력이 높아진 부모들은 딸에게도 아들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는 여성의 급격한 고학력화로 이어졌다.
문제는 여성의 의식과 학력은 21세기 최첨단을 달리는데, 가정 내 돌봄 구조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문화 지체 현상’에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일터에서의 완벽함과 가정에서의 주 보육자 역할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하여 출산휴가, 육아휴직, 무상보육, 방과 후 돌봄교실 확대 등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다. 또 남성들의 양성평등 의식이 증가하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도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던 여성의 절반은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부장제의 유산인 가사 노동의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았고, 장시간 근로와 경직된 기업의 노동문화는 임신과 출산을 경력 단절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똑똑해진 여성들은 이 불합리한 게임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비혼이라는, 일면 합리적으로 보이는 생존 전략을 택하기 시작했다. 결국 저출산의 주범은 이화여대가 아니라, 이화여대 졸업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구시대적 사회 구조인 셈이다.
3. 이스라엘 모델
루트워크는 한국과 비슷하게 상시적인 전쟁 위협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적은 국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양성평등 원칙에 따라 여성도 의무 군 복무를 수행한다.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 여성들이 결혼이나 임신과 출산 등을 하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여성의 50~60% 정도의 여성이 군 입대를 한다는 사실이다. 또 군 복무를 마친 여성의 90% 이상이 출산을 하여 이스라엘의 합계출산율은 평균 3명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스라엘 군대가 청년들의 시간을 갉아먹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 시설은 첨단 IT 교육과 정보전 기술 습득에 특화되어 있다. 군에서 익힌 사이버 보안, 드론 조종, 데이터 분석 능력은 제대 후 자연스럽게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진다. 군대가 경력 단절이 아니라 커리어 가속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4. 여성 징병제라는 피할 수 없는 미래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가 지금처럼 고착화된다면, 병력 자원 고갈로 인해 여성의 의무 군 복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이다. 만약 여성 징병제가 시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두 가지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군 복무의 고통보다 출산의 기회비용이 낮다고 판단하는 여성들은 이스라엘처럼 조기 출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군에 가는 여성들이 약 2년에 가까운 시간인 인생의 황금기를 허송하는 것으로 느끼지 않도록 군 복무 프로그램을 완전히 재설계하게 될 것이다.
현대 전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드론과 전자전이 지배한다. 군대를 단순한 육체 훈련소가 아닌, 국가 공인 드론·AI 사관학교로 개조해야 한다. 여성이라 하더라도 군에서 드론 조종과 기본적인 코딩, 사이버 보안 지식 등을 마스터하고 나온다면 취업 시장에서의 가치는 증가할 것이다.
5. 체력적 자산이 만드는 육아의 기초 체력
현재 한국 2030 여성들은 체질량지수는 낮아 날씬하지만, 근력과 운동 실천율은 다른 성인 연령대 중 최하위권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출산 나이가 33.6세다. 늦게 시작하는 육아가 유난히 고통스러운 이유는 사회적 환경 탓도 있지만, 이를 버텨낼 물리적 체력이 부족한 탓도 크다.
군 복무를 통해 단련된 강인한 신체는 개인의 건강 증진은 물론, 향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군대가 여성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그 건강함이 다시 국가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대대적인 군 개조와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해 짓는 소위 ‘고추 말리는 유령 공항’이나 불필요한 토건 사업 예산을 과감히 청년들의 신체 단련과 IT 교육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
루트워크가 던진 “당신의 적은 이화여대”라는 말은 결국 우리 사회가 ‘똑똑해진 여성’을 담아낼 ‘똑똑한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자백이다. 이제 우리는 각성해야 한다. 인구 소멸로 서서히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완벽한 양립을 이루고, 군대라는 공간을 국가 생존의 트레이닝 센터로 개조하여 남녀 모두가 건강한 체력과 첨단 기술을 갖춘 강한 시민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루트워크가 지적한 ‘거대한 구멍’을 메울 대한민국의 마지막 비상구라고 본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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