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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378호
1. 일본 여성의 로망이 된 한국 남성들
2. 한국 남성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일본 여성
3. 체리 피킹 하는 한국 여성?
4. 이중 피해자인 일본 여성?
5. 일본 여성의 여자력은 생존전략인가?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국제결혼은 약 2만 건으로 전체 혼인 건수의 약 10%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남성과 외국인 배우자 간 국제결혼 건수는 약 15,624건(74.7%)으로, 이는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배우자 간 국제결혼 건수인 5,135건(25.3%)에 비해 훨씬 높다. 외국인 여성 배우자의 출신 국가는 베트남, 중국, 태국, 일본 순이었고, 그중에서도 일본 여성과의 국제결혼 건수가 전년에 비해 40%나 급증하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결혼이 이렇게 갑자기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1. 일본 여성의 로망이 된 한국 남성들
한국 남성들이 일본 여성에게 ‘세련되고 다정하다’는 이상화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한류 콘텐츠인 K 드라마나 K팝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2003년에 방영되었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한국 남성을 다정하고 배려심 있는 로맨틱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다. 또 K팝 남자 아이돌이나 배우들의 패션, 외모 등의 세련된 이미지가 한국 남성 전체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SNS를 통해 실제 한일 커플의 연애나 결혼 스타일이 공유되며 한국 남성에 대한 로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상의 만남에서 보여주는 한국 남성의 작은 배려, 예를 들어 식사 자리에서 음식을 덜어주거나, 집까지 바래다주는 등의 사소한 행위가 일본 여성에게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한국 남성의 “사랑해”, “보고 싶다” 같은 솔직한 애정 표현, 기념일 챙기기, 잦은 연락 빈도 등은 상대적으로 약간은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일본 남성에 비해 매우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한국 남성의 이러한 섬세한 배려와 애정 표현은 한국에서는 남녀가 사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그만큼 한국의 연애 시장에서는 여성의 자아 가치감과 기준치가 높고 남성에게 거는 기대치가 크다. 한국 남성들이 이러한 기대치에 부응하려고 무한히 노력하다 보니 뜻밖에도 ‘스윗함’이 장착된 경쟁력이 높은 남성으로 거듭난 것이다. 여기에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1인당 GDP가 일본을 능가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남성의 초봉이 일본보다 오히려 높아진 점도 일본 여성에게는 추가적인 매력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2. 한국 남성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일본 여성
한국의 결혼 적령기 여성들은 아직 연애 시장에서 높은 연애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경제력과 리드 능력이 중시되어 왔으며, 남성이 데이트비를 더 많이 부담하는 것에 대해 많은 여성이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대접받는다’고 느낀다.
한국의 경우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시대에 태어났던 2030 세대의 성비 불균형, 여성의 고학력과 높아진 연봉, SNS에서의 비교문화, 딸바보 아빠에게서 받았던 부성애 등이 여성이 대접받는 연애와 결혼 문화를 강화했다고 생각된다. 남성들은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잦은 연락과 각종 이벤트 등의 감정적 소모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여성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부족한 남자'라는 평가를 받고, 이는 자존감 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일본은 연애 중에도 각자의 사생활 존중 문화가 강하고, 연락이나 이벤트 빈도도 한국보다 낮다.? 데이트 비용도 ‘각자 계산(더치페이)’이 더 자연스러우며, 관계에 대한 기대나 간섭이 적은 편이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중시하고 거리를 일정 부분 유지하는 문화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일본 여성은 남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데이트 중 한국 남성의 사소한 안부 한마디, 작은 선물과 이벤트에 대해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감사 표현을 자주 하며 보답하려고 애를 쓴다. 한국 남성은 일본 여성의 예의 바르고 배려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여성에게 존중 받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3. 체리 피킹 하는 한국 여성?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보통 선진국이 되면 개인의 자유와 삶의 방식이 중요시되면서 전통적 가족 관념이 약화된다. 개인주의와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면서 결혼식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고 비혼 동거 커플이 늘어난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결혼식을 중요한 사회적 이벤트로 여겨 규모가 크고 화려하게 치루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결혼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방식이 많이 남아 있다. 여기에 보여주기식 체면문화까지 더해진다. 무리를 해서라도 신혼집은 적어도 전세 아파트를 원하고 비싼 예물을 교환하며 부모와 친지, 지인들을 모시고 예식을 성대하게 치루는 것을 선호한다. 결혼은 개인과 가족의 상징적인 행사로 간주되고,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드러내는 중요한 이벤트가 된다.
결혼 시장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2030 여성의 물질주의(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2019)와 합세한다. 특히 예비 신부에게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결혼’이라고 속삭이면서 고가의 예물과 화려한 식장을 권한다. 치솟는 집값까지 더해져 결혼 비용은 해마다 오르고 있고 특히 전통적으로 남성의 주거 마련에 대한 기대가 높다. 평소에는 양성평등을 외치던 한국 여성들도 짐짓 이러한 결혼 방식에 대해 못 이기는 척 전통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결혼이 손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아 결혼을 통한 보상 심리도 오히려 강하다.
반면에 남성들은 이러한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거나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2025)는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서 전국 20∼44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 의향이 없는 남성들은 그 이유로 ‘결혼 비용 · 생활 비용 부담’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막상 결혼 후 대부분의 여성은 양성평등의식이 강해진다. 맞벌이의 경우 가사 노동이나 자녀 양육을 부부가 반반 부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은 전업주부들까지도 남편에게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 분담을 주장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4. 이중 피해자인 일본 여성?
일본의 경우 1991년 부동산 버블의 붕괴 이후 주택 가격이 장기간 하락함에 따라 집을 투자자산이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의 신혼부부에게는 집 마련은 필수가 아니며 소득이나 상황에 맞게 임대주택 또는 작은 원룸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공공임대주택 제도도 잘 마련되어 있다.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 작업을 일찍부터 겪었던 일본은 개인주의가 발달하여 가족관계에서도 개인의 독립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결혼 시에도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청년들은 결혼을 두 사람이 파트너십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남성의 주거 마련에 대한 기대도 거의 없으며 작은 규모로 하는 결혼 비용도 남녀가 절반씩 분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성들의 직장 생활로 인한 경제 능력 증가도 결혼 비용 분담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한몫을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페미니즘이나 양성평등 운동이 강하게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다움을 강조하는 여자력을 강조하는데도 결혼에 있어 양성평등 문화가 잘 정립 되어있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역설적으로 보인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결혼 후 임신과 출산 등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여성들이 특별히 결혼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도 약해 보인다.
일본 여성의 경우 ‘반반 결혼’을 했지만, 여성의 가사노동이나 육아 등의 무급 노동시간은 남성의 5.5배에 달한다. 여성의 무급 노동시간이 남성의 4배인 한국보다 더 길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격차가 컸다(OECD 2021). 이때 OECD 통계는 기혼 여성이 전업 주부인가 맞벌이인가를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전업주부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며,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대 여성의 전업주부 비율은 더욱더 높다. 이에 비해 일본 남성들의 경우 장시간 노동 관행이 강하여 유급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더 길다. 이 같은 요인들이 일정 부분 결혼한 여성의 무급 노동시간은 대폭 높이고 남성은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한국처럼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나 정책이 아직도 불충분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일본 여성은 배우자에게 가사와 육아 분담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일본 여성도 남편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하거나 도시락을 싸주는 문화도 존재한다.
결혼 시 주거 마련을 해오지 않았는데도 일본인 아내가 섬세한 배려까지 해주는 모습에 한국 남성들은 미안함과 동시에 신세계를 느낀다고 한다. 한국 여성의 시각으로는 일본 여성은 철저히 피해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유교 문화를 공유하는 것 같으면서도 심층적으로 여성들의 의식과 사회적 역할은 매우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5. 일본 여성의 여자력은 생존전략인가?
역사적으로 일본의 전국시대(막부 이전)에는 전쟁과 내란이 잦아 포로로 잡힌 여성들이 전리품처럼 거래되고 성적 대상이 되는 일이 잦았다. 그 후 막부시대에는 봉건적 질서와 유교적 가부장제가 강화되었다. 여성들은 가정 내에서 남편과 가족을 보조하는 위치에 머물렀으며, 재산권과 상속권 등 중요한 권리들도 제한되었고 삼종지도(三從之道: 부덕, 순종, 절제)를 비롯한 유교적 규범이 여성 교육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이지 유신(1868) 이후 근대 국민국가 건설을 목표로 남녀 구별 없이 초등교육을 받게 되었고 여성의 중등교육도 확대되는 등 혁신이 일어났으나, 남성과 분리된 교육기관에서 성별 차이를 강조하는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일본의 페미니즘 운동도 메이지 유신 이후 시작되었으나 초기에는 보수 반발로 쇠퇴하다가 1970년대 급진적 여성해방운동인 ‘우먼 리브’ 운동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여성의 정치적 권리 신장, 임금 평등, 직장 내 차별 철폐 등이 주요 운동 목표였다.
1980년 이후 일본 경제 발전기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교육 수준이 대폭 상승했다. 경제 버블 시대의 여성들은 결혼 상대로 고학력, 고연봉, 고신장 남성을 선호하는 ‘3고(高)’현상을 나타냈다. 이때 많은 여성들이 기대치에 부합하는 남성을 만나지 못해 비혼으로 남게 된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다.
일본이 경제 버블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의 경제불황을 거치는 동안 연애나 결혼에 소극적인 초식남들이 대거 생겨났다. 경제 장기 침체와 사회 변화 속에서 여성운동은 크게 약화되었고, 대신 여성 개인의 이미지 향상 및 사회 내 경쟁력을 표현하는 ‘여자력(女子力)’ 개념이 등장했다. 이 ‘여자력’은 소비, 외모, 태도 등 여성성을 계량화해 여성 스스로가 경쟁하며 자기 관리하는 새로운 여성성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여성들의 ‘여자력(女子力)’은 장기 경제 불황 기간 동안 사회 구조적 한계와 차별 속에서 현실적 생존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 침체와 경직된 일자리 시장에서 여성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과 사회적 기대에 맞춰 자신을 꾸미고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으로 사회 내 위치를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성들이 결혼 후 배우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고 가사노동을 솔선수범하는 문화는 ‘여자력’ 문화와 일정 부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여자력은 여성 스스로가 감성, 외모, 배려 등을 경쟁력으로 삼는 사회적 가치 체계로, 이 속에서 여성은 배우자에게 배려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한편, 여자력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아닌 개인에게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도 있어, 궁극적인 평등 실현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는 일부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배우자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일본 여성의 말과 행동이 한국 남성의 인정욕구를 채워줌으로써 한국 남성들은 더 큰 책임으로 가족에게 헌신하려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이혼율은 반대 케이스인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의 이혼율보다 훨씬 낮다. 앞으로도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국제결혼은 계속 증가할 것 같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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